철학자들은 인간에게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말한다. 단순 본능이라서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정이 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함께 있어야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프렌즈는 제목처럼 친구들끼리 겪는 여러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데 오늘 이야기할 에피소드는 서로 죽도록 싸우더라도 결국 함께하기에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로 귀결되는 내용으로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이 에피소드는 곧 추수감사절을 앞둔 것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미국은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구이를 해 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보통은 가족끼리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프렌즈의 레이첼도 여느 사람들처럼 가족과의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가족들과 비행기 타고 놀러 가서 스키를 탈 계획이었다. 나머지 친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약속이 파투가 나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고 말이다.
모니카는 원래 직업이 요리사이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약속이 파투 나서 슬퍼하는 모습에 추수감사절 요리를 직접 준비한다. 고생스럽지만 모두가 맛있게 먹어줄 거라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던 그때, 뉴욕 거리에 만화 속 캐릭터 풍선이 하늘에 떠있다는 말을 듣고 잠깐만 구경하러 모두가 집을 나섰다. 이때 모니카는 나가면서 "열쇠 챙겼어~?"라고 했으나 레이첼은 "열쇠 챙겼어!"로 잘못 알아들었고 결국 아무도 열쇠를 챙겨 나오지 않아 문이 잠겨버리고말았다.
여기에서 싸움이 시작되고 만다
Monica : 왜 아무도 문을 안 열어?
Rachel : 그야 네가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까
Monica : 내가 왜 열쇠를 가지고 있어? 내가 열쇠 챙겼어~?라고 했잖아
Rachel : 아니지 열쇠 챙겼어!라고 했지
Monica : 어떡해 안에 오븐이 켜져 있는데!!!!
Rachel : 나는 안에 비행기 표 있는데!!!!
Monica : 어떻게 열쇠를 안 챙겼을 수가 있어?
Rachel : 그야 네가 챙겼다고 했으니까!!!!
Monica : 난 챙겼다고 안 했다니까!!!
Rachel : 네가 챙겼어야지!
Monica : 왜 모두 내 책임이야? 추수감사절 요리로는 부족해? 내가 뭘 먹고 싶은지 신경 쓴 사람은 있기나 해?
(겨우 문을 열었지만 이미 모든 요리는 다 타버린 후였다. )
이렇게 한바탕 모두가 싸우고 먹지도 놀지도 못한 채 추수감사절의 분위기는 완전히 망해버린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창문 밖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프렌즈 친구들이 늘 염탐(?)하는 건너편집 "못생긴 벌거숭이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도 "못생긴 벌거숭이 여자"랑 함께하는 모습이다. 조금 웃기긴 하지만 어쨌든 피비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누구랑 함께한다는 게 좋다"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가 약속한 듯이 화가 났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함께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한다.
비록 칠면조와 모든 요리들은 다 타버려서 없지만, 식빵을 구워서 식탁에 한자리에 모였다. 챈들러는 와인잔을 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챈들러 : 이게 모두가 원했던 추수감사절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솔직히 너무 좋았어. 너희들이 약속이 파투 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모이지 못했을 거야. 나는 오히려 감사해. 너희 추수 감사절이 망해버려서 말이야~
로스 : 크리스마스도 끔찍하길 빌자!
레이첼 : 새해도 엉망진창이길~!
(모두가 잔을 부딪힌다)
우리는 늘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계획대로 되는 건 없지만 말이다. 나의 어떤 비전, 직장, 일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데 그 와중에 소중한 휴가에 야심 차게 세운 계획조차 엉망으로 흘러간다면 그것만큼 화가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것은 여행계획이나 휴가계획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엇인가 계획을 세우는 것의 본질은 계획대로 흘러가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이 사람과 무엇을 하든 함께 휴가를 보내고 여행을 하는 그 순간일 것이다. 곁에 누군가 있음에 감사하고 다만 식빵일지라도 행복하게 썰으며 모두의 엉망진창 행복한 인생이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