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설득할 필요 없다

내가 프렌즈에 빠지게 된 이유 -시즌3 Ep3

by 말랑작가

우리는 더욱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의 인생에 간섭하고 조언하게 된다.

나도 역시 좋게 말하면 줏대 있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스러운 편이라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사실인 양 말하고 타인을 애써 설득하려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설득은 간섭이자 잔소리가 되어버리고, 설득이 쉽지 않을뿐더러 타인과의 관계마저 망가뜨리기 일쑤다.

그렇지만, 내 생각이 정말로 정답인 것 같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답의 길로 가길 원치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뻔한 오답처럼 보이는 길로 가는 상대방을 믿고 그저 지켜보는 것도 사실상 고문처럼 느껴진다.

나는 프렌즈를 보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나로 하여금 해답을 얻게끔한 시즌3 Ep3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이 에피소드를 이해하기 위한 간단한 배경을 이야기해 보면, 모니카는 꽤나 진지하게 리처드라는 남자와 사귀는 사이였다. 당시 모니카는 리처드를 아주 많이 사랑했지만, 둘 사이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아기'였다. 모니카는 무척 아이를 갖길 원했고, 리처드는 이를 결코 원하지 않았기에 이 둘은 사랑하지만 헤어졌다.


이 에피소드에서 모니카는 리처드와 헤어진 후 힘든 시간을 겪다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아기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에 정자은행에 가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내용이 시작된다.

독자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그녀의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역시 미친 짓이라고 모니카를 말렸다.

그럼에도 모니카의 의견은 굳건했고 누구도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끝내 모니카가 정자은행에 가려던 날, 조이와의 대화를 통해 모니카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기가 아닌 따뜻한 가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자은행에 가려던 발길을 돌린다. 그 대화 내용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Joy: 오늘이 대망의 그날이구나

Monica: 응, 기증자도 골랐어 갈색 머리에 초록눈 이래

Joy: 에이 난 네가 금발 남자를 고를 줄 알았는데

Monica: 정말? 왜?

Joy: 그냥 왠지 있잖아 네가 '호이트' 같은 이름을 가진 키 크고 똑똑한 금발 남자랑 결혼할 것 같았거든

그리고 아주 좋은 저택에 큰 수영장 딸린 집에서 살 거 같았어

Monica : 호이트가 수영을 잘하는 사람인가 보네?

Joy : 수영 선수 몸매긴 해~

Monica : 마음에 드네~ㅎㅎ

Joy : 아참! 그리고 아주 멋진 3명의 아이도 키우지

Monica : 그래? 그러면 애들이 막 수영장 주변을 뛰어다니고 호이트는 큰 수건으로 세 아이를 감싸주겠지?

Joy : 물론이지!

Monica : .....

Joy : 그렇지만 네가 선택하는 방법도 난 좋다고 생각해...!!

Monica : 그래...

(Joy가 Monica를 꼭 껴안아준다)



요약된 대화 내용이 실제 영상의 먹먹함을 다 담을 순 없겠지만, 이 장면을 통해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나였다면 모니카에게 무슨 말로 설득하려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건 잘못된 선택이야", "정자은행이라니 당장 취소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다시 생각해 봐", "아빠 없이 어떻게 하려고, 혼자 하기엔 어려워"

아마 이렇게 잔소리와 같이 반대의견으로 연설을 해댔다면 설득이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만약 기어코 설득시켰다한들 모니카는 감정적으로 많이 다쳤을 것이다.


조이의 대사를 생각해 보면 무엇이 진정한 설득인지 깨닫게 된다.

조이는 모니카를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다. 다만, 진짜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녀가 꾸려나갈 행복한 미래를 대신 그려봐 준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당장 힘들고 괴로우면 나의 진정한 행복과 소원이 무엇인지 착각하게 될 수가 있다.

미래 따윈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당장 생각해 낸 방안이 진정으로 현재에도 미래에도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니카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나 또한 고3 수능 봤을 때 모니카와 비슷한 상태였던 것 같다.

당장 수능을 잘 보지 못했고 재수하긴 싫으니 원치도 않는 특정 과에 지원해서라도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회피하려고 했었다. (무슨 과인지는 특정 과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다.)

그때 당시에 나에게는 조이처럼 행복한 미래를 그려봐 주며 나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력하게 반대해 준 가족들이 있었다. 물론 좀 많이 강력했기에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서는 그것 또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들긴 한다.

하지만 조이처럼 이야기해 주었더라면 더욱 큰 트러블 없이, 마음의 상처 없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에 기반한 데이터를 가져와 설득하는 것은 정말 훌륭한 설득의 기술이지만, 우리는 정치를 하는 것도 토론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적어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애써 설득하려 하지 말자.

그리고 프렌즈 속 조이가 모니카에게 그랬던 것처럼, 행복한 미래를 그려주자. 만일 그것이 잊고 있었던 진정한 꿈이었다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그가 다시금 진정한 꿈을 향해 발을 돌릴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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