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1년 4개월 정도 우리 집에서 함께한 푸들 ‘치즈’의 새 둥지를 찾고 있습니다. 어쩌면 애초부터 치즈가 우리 집에 온 건 큰 무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좁은 아파트 거실에서 4 식구와 같이 생활하다 보니 사람 먹는 음식 냄새에 늘 시달렸을 것이고 외출, 산책도 매우 불규칙하게 이어졌습니다.
올해 중3인 첫째 아이가 아토피에 있고 그리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데 더 심해져 병원 알레르기 검사를 하니 강아지 면역력이 없었습니다. 결과가 그래도 그동안의 기른 정으로 치즈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고 식구들 누구 하나 그런 말은 결코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피부 트러블이 점점 심해져 밤마다 상처가 생길 정도로 긁었고 외출을 꺼릴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밤이면 긁을까 봐 손에 장갑을 끼고 자고 책상 위에서 집중력도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치즈를 예뻐하고 안아주고 늘 물을 갈아주고 우리에 있으면 보자마자 밖으로 꺼내 놓습니다. 아이들을 설득하고 가족 논의 끝에 결국 큰애의 피부트러블이 심해져 치즈의 새 반려인을 찾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치즈를 잘 맡아주실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분께 연락했지만,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얼마 안 돼 아직 준비가 안 되는 듯합니다. 명퇴 전 마지막 담임을 했던 반 카톡방에도 소식을 올렸는데 입양 의사를 보내오는 친구들은 없습니다.
결국 처가 애견 카페에 글을 올리자, 몇 군데 전국적으로 먼 곳에서까지 연락이 옵니다. 제일 믿음직한 반려인에게 연락하였고 금방 치즈의 새 둥지가 결정될 줄 알았습니다. 한데 동거 가족이 좀 더 나이 어린 반려견을 찾는다고 거절했습니다. 카페에 몇 군데 호응하시는 분들께 애들 엄마가 연락한 답니다. 그마저 믿을 만한 둥지를 못 찾으면 강아지 보호소도 알아봐야겠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 고향에서 소, 돼지, 개를 기를 때의 흐릿함 외에는 강아지 키우기에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요구하고 졸랐으나 늘 반대하다가 현재 초 6년 작은 아이의 설득에 결국 무너져 치즈가 태어난 직후 우리 식구가 되었습니다. 아! 치즈라는 이름도 작은애가 지었습니다. 영어학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과 의논 끝에 그리 정했다는군요. 아이들 태어나 키우는 변화 외에 가장 큰 우리 가정의 변화, 사건이었던 치즈와의 지난 1년 4개월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