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선생 맞아?

by 황성동

쟤! 선생 맞아?

학교에서의 하루는 늘 소소한 일상에서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갑니다.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이 터져 나와 수업이 잠시 멈추기도 하고, 엉뚱한 장난에 휘말려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격의 없는 농담과 장난으로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낯설고 서툴렀던 교사 초년 시절엔 "쟤! 선생 맞아?”라는 소리를 대놓고 듣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출석을 부를 때 특별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얘들아, 재미를 위해 이름 뒤에 '팔자'를 붙여 부를 거야!"라고 말하며 김성팔, 손기팔, 서성팔 등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이로 인해 교실 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오늘 며칠이지?"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3월 5일이요!"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 9번 일어나서 읽어봐."라고 말했습니다. 날짜와 무관한 번호를 지목하자 아이들은 또다시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러한 작은 장난들이 교실 분위기를 한층 더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눈에 띄는 아이들이나 장난이 심한 녀석들을 즉흥적으로 칠판에 과장된 캐리커처로 그려주곤 했습니다. 교직 초창기, 주로 남학교에서 이런 장난을 즐겼죠.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깔깔 웃었고, 저는 그 반응에 괜히 우쭐해져, 망가진 인물화를 더욱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그려댔습니다.

아이들 이름 중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격려하는 문장이나 전달 사항을 지어냈습니다. 그리곤 카톡을 보내거나 칠판에 적어 썰렁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혜성 같은 빛나는 눈을 부릅뜨고 장대한 꿈을 향해 열공하는

6반의 동행정지 없는 박수를 보낸다.”

(고생했다. 천혜성, 장대한, 오동행, 정지원. 그리고 모두…) ※2018년 G고 2학년 6반

그 외에도 많은 싱거운 꼰대 짓과 아재 개그를 하곤 했습니다. 장난이 통할 때면 교실은 웃음으로 가득 찼고, 그런 순간들은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유머와 장난이 요즘 학생들에게는 통하지 않겠지요. 사뭇 다른 정서와 시대,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당시의 유머가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제는 그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 가끔 떠올릴 때마다 혼자 미소 짓게 만드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1996년 10월쯤, EBS 교육 방송의 학교 탐방 프로그램 「아름다운 세상 커다란 꿈」 촬영이 근무 중이던 G고등학교에서 있었습니다. 학생회 아이들의 추천으로 저는 ‘캡틴, 오 마이 캡틴’ 코너에 선생님 대표로 출연했습니다. 그때 방송국 촬영팀이 제가 머물던 좁고 열악한 차고 작업실까지 찾아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학교 현장 녹화 당일, 운동장에 세워진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아이들이 떠나갈 듯 내 이름을 외쳐댔습니다. “황성동! 황성동!”, 놀랍고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동안 아이들의 환호는 끊이지 않았고, 그 소리는 지금도 가끔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지요. 또 한 번은 가을 축제에서 선생님 인기투표가 있었습니다. 남학생들만 있는 학교였지만, 예쁜 여선생님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을 때는 저 자신도 놀랐고, 솔직히 무척 기뻤습니다. 그 이후, “국회의원 나가도 되겠어!”라는 빈정거림을 웃고 넘긴 적도 많았지요. “인기 있는 선생님”이라는 말도 그 무렵엔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학교 문화도 바뀌어 가면서 그런 말은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도 나이를 먹고, 아이들과의 거리는 조금씩 달라졌고, 이제는 무대보다는 뒤편에서 조용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이 더 익숙해진 은퇴한 늙은 교사입니다.


짐작건대, 그때는 아직 체벌이 존재하고, 교육 현장 곳곳에 권위주의와 억압의 공기가 짙게 배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소 무질서하고 계획성 없어 보이는 듣보잡 미술 교사였던 제가 아이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던 것은 어쩌면 하나의 역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부끄럽게도, 그 인기가 진정한 나의 모습이 아닌, 허상에 가까운 것은 아니었을까 자문해 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웃음으로 이어졌던 진심의 장면들이었습니다. 그 진심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5. 5. 13


KakaoTalk_20250525_132131123.jpg 2021년 가을, 졸업앨범 컨셉 촬영 중, 부모 세대의 교복으로 변신한 학생들과 함께


KakaoTalk_20250525_132125136.jpg 2018년 미술 수업 개인 작업 완성 후 2학년 6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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