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ㅇㅇ, 황ㅇㅇ 씨의 아들

방명록

by 황성동

황ㅇㅇ, 황ㅇㅇ 씨의 아들


이토록 명쾌한 문장이라니.

그 어떤 수식도, 군더더기도 없다. 그저 이름과 관계 하나로 완결된 문장. 담백하지만 묘하게 따뜻하다.


큰아이는 집 근처 H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지하식당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밥이 입에 맞지 않고, 그곳의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반면 중2 작은아이는 도서관엔 좀처럼 가지 않지만, 가끔 친구들과 식당에는 들른다. 어제는 8,000원짜리 알밥을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핸드폰에 찍힌 카드 사용 내역 덕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식당 이름과 금액이 뜨자마자 가족 톡방에 이렇게 적었다.

“누가 H도서관 지하에서 밥 사 먹고 있어~~”

그러자 아내가 “ㅇㅇ이 갔나???” 하고 묻자, 곧 “저요, 아버지”라는 답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아버지? 그 단어도 생경하지만 묵직하다. 알밥 위에 반짝이는 날치알, 국그릇 옆에 수저가 놓여 있다.


마침 도서관 1층 ‘시민열린전시실’에서 내 일곱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0월 한 달 내내. 아내는 잠시 관심을 보였지만, 아이들은 대체로 무심하다. 그래서 톡방에 또 주절주절 글을 남겼다.

“아빠 그림 보고 오세요.”

“방명록에 사인하고 오세요.”

“아빠 그림 보고 인증샷 찍어 올리세요.”


잠시 후,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방명록 사진이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황ㅇㅇ, 황성동 씨의 아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헉! 문장 죽여요! 군더더기 없고 어떤 수사도 없고.ㅋ ”

그렇게 답을 달았다.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있을까.

이름과 관계, 단 열 글자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나와 그, 세대와 세대, 삶의 이어짐까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사인, 방명록이었다!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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