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 2303

“한 인물 안의 두 얼굴(혹은 두 세계)”

by 황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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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 2303

80.2cm X144.7cm

acrylic on canvas

2023


세로로 긴 화면(80.2 ×144.7cm)을 위아래로 가득 채우는 인물은, ‘상자형 머리’와 ‘원형 얼굴’이 한 몸처럼 결합된 독특한 형상입니다. 상단에는 베이지·살구색의 박스가 머리 역할을 하고, 얼굴에는 가느다란 눈과 작은 코만 남아 표정이 거의 지워져 있습니다. 그 인물이 노란 정장 재킷을 입고 연분홍 넥타이를 맨 채, 한 손은 이마(상자 머리)를 짚는 듯 ‘생각’의 제스처를 취하고, 다른 손들은 화면 중앙에서 겹쳐지며 의례적이고 절제된 자세를 만듭니다.


흥미로운 것은 화면 하단에 거꾸로 놓인 ‘원형 얼굴’이 또 하나의 자아처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 둥근 얼굴은 눈이 크게 강조되어 있고, 단순한 점·원으로 최소화되어 상자 얼굴과 정반대의 ‘감정/생명’의 기운을 풍깁니다. 즉, 위쪽의 상자 얼굴이 사회적 가면·규격·침묵이라면, 아래의 원형 얼굴은 본능·직관·유년성에 가깝게 읽힙니다. 작품 전체가 “한 인물 안의 두 얼굴(혹은 두 세계)”을 위아래로 배치해, 관람자가 정체성의 뒤집힘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배경에는 파스텔 톤의 동심원(보라–분홍–하늘)이 무대 조명처럼 퍼져 나가며, 인물을 ‘영웅’처럼 중앙에 올려두되 동시에 만화적·팝적 분위기를 강화합니다. 인물 주변으로 흩날리는 작은 흰 사각형 조각들은 픽셀, 카드, 규격화된 단위, 또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프레임’처럼 보이면서, 질서 정연하기보다 부유하는 느낌을 줍니다. 아크릴 특유의 담백한 면 처리 위에 손과 재킷의 주름, 피부의 붉은 기 등이 비교적 섬세하게 살아 있어, ‘도식(상자·원)과 회화적 살결’이 한 화면에서 충돌합니다.


결국 Hero2303는 “영웅”을 근육이나 승리 포즈로 그리지 않고, 가면을 고쳐 쓰고(상자), 또 다른 얼굴을 품은 채(원) 중심을 잡으려는 존재로 보여줍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네모의 세계 속에서, 내면의 동그라미가 뒤집혀 나타나는 순간 그사이를 떠다니는 수많은 사각 프레임들이, 우리가 매일 통과하는 역할과 기준의 조각들처럼 작품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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