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슈/ 새로운학교지원센터
경남새넷에서는 2024년 새로운학교 운동의 지속과 다음으로 이행을 위하여 교사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웹진 ‘새넷’에서는 지면을 통해 경남새넷 선생님들의 발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 7월 17일 경남 제황초등학교에서 ‘교사 교육과정과 교육 패러다임 전환’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 제황초는 진해 제황산 자락에 위치한 학교로 2011년부터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공동체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세미나가 열리기 일 년 전 서이초에서 젊은 교사의 죽음이 있었다.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오늘, 이곳에 계신 선생님들은 교사의 삶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이 세미나가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남새넷 대표 구종현 선생님의 인사로 문을 연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새넷에 가입해주세요' 입니다."
"이 세미나를 통해 두세 번, 여러 번 보니까 힘이 납니다. 혁신교육 시작한 지 꽤 되었고, 때로는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이렇게 만나면 힘이 납니다."
<발제> 주도적인 삶, 교사 교육과정
양재욱 선생님의 이야기로 세미나가 열렸다. 선생님이 말하는 세미나의 목적은, “'교사의 확립'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연대로 만들어가는 '대안 세력'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행복학교 10년, 이제 우리는 어디를 지향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이고 또 답을 찾아가는 길이다. 양재욱 선생님의 발제를 간략히 소개한다.
『중용』을 딱 펼치면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가 나온다. 인간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성품이 들었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길이다.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갈고 닦는 것이 교육이다. 그래서 교육은 인간의 본성을 향하는 길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것이 있다. 맹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본성에 해당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 그것을 나의 말로 표현하고 그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철학(세계관, 인간관)이다. 철학이 없이 어떻게 인간에게, 교육에 다가갈 수 있겠는가?
행복학교는 욕망을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안내해주었다. 저마다의 빛깔이 있기에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도와줌'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존재의 가치를 바라봐주는 사람 중심이어야 하고, 관계를 맺어나가게 해야 한다. 평가 또한 개인의 발현을 중시하는 평가로, 내면의 성장으로 행복해지는 것, 바로 행복학교다.
행복학교의 교사는 철학이 있는 교사 교육과정을 구현한다. 한 시간 수업에서 학급의 삶으로 생각하고 단순히 부분의 합이 아니라, 존재와 존재를 둘러싼 전체를 바라보자. 그것이 교육과정과 수업을 철학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교사의 철학과 학생의 성장이 반영된 수업을 만들고, 교사와 학생의 성장이 함께 일어나는 수업을 희망한다.
철학과 수업과 결과를 한꺼번에 바라보면 어떨까? 내 수업이 본성을 따르는 삶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내 수업은 존재의 발현과 변혁적 사회 참여를 지향하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고 사회 변화를 통해 온 세상이 행복할 때 내가 행복해짐을 알기에, 내 수업이 이 세상을 지향하는가? 까지 나아가길 바란다.
이정우 선생님 이야기: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이정우 선생님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게 되면서 ‘난 교사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전국으로 연수를 쫓아 다녔다고 한다. 선생님, 선후배와 친구들,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파랑새는 돌아온 집에 있었듯, 자기에게 정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생님의 성장.
“나는 개인의 특성이 셀 수 없이 다양하다고 확신한다. 누구든 창조자가 되어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어떤 사람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별이 하늘에서 빛나는 것처럼.”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이정우 선생님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싫어하는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화가 날 때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기쁜 순간은 언제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자기 삶 주인 되기의 시작이라고 했다.
습관교육: 삶의 주인되기 프로젝트
“누구에게나 고치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습관이 있더라. 교사의 안내에 따라 작은 것부터 도전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응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성공 경험이 모여 긍정적 자아가 형성되고 한 단계 높은 도전을 하게 된다.”
이정우 선생님은 습관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습관 달력을 만들고, 패들렛으로 공유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입술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는데 고쳤다.',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네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좋았고 다시 꺼내 보고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글을 썼다. 선생님은 아이마다 속도와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의 글에 성실한 독자가 되려 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생각 전부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타인을 믿는 것, 그것이 신뢰라네. 우리 인간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는 거라네.” - 미움받을 용기2
존중과 신뢰의 관계 공부
이정우 선생님은 평소 하는 말의 영향력을 알게 하는 데 힘썼다고 했다. 예컨대 친구의 미덕을 발견하는 수업, 차별과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을 하는데, 친구의 강점을 찾아주는 활동이 의미 있었다고 했다. 응원과 격려를 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맺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한다. 선생님은 포스트잇을 통한 격려 전달, 토닥토닥 카드 활용, 습관 프로젝트를 하면서 패들렛에 공유한 결과에 긍정의 댓글 달기 등의 활동을 힘주어 실천했다. 이와 같은 관계의 수업으로 협력해서 탐구하는 수업, 다른 학급이나 학년과 함께하는 배움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래의 글귀는 선생님이 협력 수업 전에 아이들과 함께 읽는 글이라고 한다.
"함께 하는 배움은 견고하다. 이 순간 너와 함께여서, 또 너의 배움을 나누어 주어서 고마워. 나의 배움에 귀 기울여 주어서 고마워."
아이들은 우리 몸을 거쳐왔을 뿐,
아이들은 우리가 가볼 수 없는
아득한 미래를 살고 있는 것을
그저 뜨거운 믿음으로
애타는 사랑으로, 이 지상에
잠시 동행하는 기쁨을 허락하기를 - 박노해
이정우 선생님은 창의성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창의성을 이끌기 위해 올해는 플래너 쓰기를 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창조해가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수업 장면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이끌기 위해 카드를 활용해서 아이디어 찾기, 생각 나누기 활동, 같은 사진으로 다양한 이야기 쓰기 활동 등을 하는데, 획일적이지 않고 각자의 방향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 역시도 새로운 수업을 많이 추구하는데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한강을 차지하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모둠으로 나누고 대결의 구도를 가미해서 즐겁게 삼국시대를 배울 수 있도록, 나라의 힘을 표현할 수 있는 모습 만들기, 한강을 차지하기 위해 나라 자랑 대회 등을 하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함께 행복해졌다고 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열어주기 위해 많이 해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너의 생각은 뭐니?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설퍼도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우리에겐 너의 생각이 필요해!"
"이 부분 진짜 독특하다."
"너의 발견이 멋지구나!"
"저는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 길 위에서 오늘,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정우 선생님은 제황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5학년에 지원했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기획하면서 정보나 지식을 체계화하여 수업의 구조를 완성해갔다고 한다. 교사 스스로 나름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성장에 대한 교사 철학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뿌듯했다고 고백했다. 학생의 변화도 교사의 성장을 가져오는 계기와 기쁨이라고 했다.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끔이니까 해야죠!"
"조금 더 공부하고 가도 돼요?"
"친구가 같이 걸어줘서 고마웠다."
학부모의 지지와 감사도 힘이 된다고 한다. 이정우 선생님은 소통을 잘못하는 편이라며, 사진을 공유하고 일상의 메시지를 보내는 정도로 소통할 뿐인데 이런 노력을 알아봐 주는 분을 만날 때 힘이 난다고 했다. 몇 년 전의 학부모님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며 아이가 “이정우 선생님처럼 좋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거지?”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이정우 선생님과의 대화
Q. 선생님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나요? 교사로 가지면 좋을 습관을 추천한다면?
“특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보다 먼저 교실에 가자는 것이다. 불을 켜두고 교실에서 기다리자는 것이다.”
Q. 좋은 글귀는 어떻게 공유하나요?
“주로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선생님을 따라 말하렴! 이라고 하면서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오글거려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또 글쓰기의 댓글에 그런 말을 달아준다. 습관 만들기 자료를 공유했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본 영상을 함께 올려주기도 한다.”
Q. 양재욱 선생님과의 인터뷰 후 다시 자신의 글로 정리했던 과정이 있었을텐데, 인터뷰 직후와 자신의 글로 정리했을 때 선생님의 마음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인터뷰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과 대화하자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발견해주시고 멋지게 이름을 붙여주셨다. 정리하는 동안 내가 하는 교육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했다. 거슬러 생각하니 전체적인 방향이 몇 가지로 나누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 글을 수정해 가면서 놀라웠다. 나의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글을 쓰는 과정에 전혀 힘들지 않았고 술술 써 내려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정도로 멋진 글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손정은 선생님의 덧붙임) 두 분의 맑은 눈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두 사람이 맞춘 듯 말이 오고 간 것이 재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창의성이 왜 필요한가요?" 라고 물으니 "집안일을 할 때 창의성이 있으면 수월하게 한다."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인터뷰 동안에 분명 두 사람 다 편안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교장 선생님도 힘들었다고 하고 이정우 선생님도 집에 가니 그대로 기절했다고 하시는 걸 보니... 영혼을 담은 대화였던 것 같다.
Q. 에너지는 어떻게 충전하나요?
“체력적인 에너지는 자는 것으로 충전, 그리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심적인 충전은 작은 발견이다. 아이들이 주는 작은 소소한 감동이 나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된다. 또 선생님들도 모두 반짝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제황초 선생님들과 대화할 때 칭찬과 위로를 많이 해주시는데 거기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다음은 세미나의 참여하신 선생님들의 생각과 질문입니다.
“철학이나 생각이 단단한 분처럼 느껴집니다. 실천 사례별로 나누었던 글귀는 아이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있습니까?”
“이정우 샘의 팬이 되었어요^^ 한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선생님의 철학을 듣는데 제가 위로받고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이렇게 아끼며 공들이는 아이들에게 상처받을 때 없나요?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따뜻한 선생님 이야기에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선생님은 어떤 습관을 갖고 계시나요? 교사로서 가졌으면 하는 습관 하나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답다!라는 말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준비하시고 발표해주셔서 고맙고 위로가 됩니다.”
“진짜 선생님이시구나. 교사로서의 소명을 발견하고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우 선생님의 인터뷰 장면이 상상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교육은 또는 관심이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존재 자체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학급 생활에 녹여내신 점이 인상 깊습니다. 제가 선생님반 학생이었으면 ‘따뜻하다’ 느꼈을 것 같아요. 양재욱 교장선생님과 인터뷰 후 다시 자신의 글로 정리했던 과정이 있었을 건데 인터뷰 직후의 자신의 글로 정리했을 때 선생님의 마음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이들이 존재로서 설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 참 잘 들었습니다. 믿음을 통한 학생의 깨달음과 성장은 오랜 시간과 지속성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 흔들림 없이 실천하실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혹여 흔들렸던 경험이 있으시면 나누어주세요.”
“선생님 정말 따뜻하신 분 같습니다. 이론도 실제도 없는 분이라고 이전에 자평하시지만 다양한 교육방법과 철학이 녹아있는 수업을 하시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감동을 주시는 분 같아서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나눔을 통해 많이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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