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 정정식_대구청고고등학교 교사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005년부터 대구 청구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정정식입니다. 새로운학교 네트워크에는 올해 가입하였습니다.
새넷에 가입하는 경로는 같은 학교 동료, 선배 선배 교사의 권유나 지역 실천연구회의 경로로 새넷에 가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선생님과 같이 경력이 많은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자발적으로 가입한 경우는 굉장히 드문 것 같아요.
새넷에 가입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최근 교육계에 여러 가지 중요한 이슈들이 있는데 다른 교원단체들이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부족하고 교육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듯한 분위기가 아쉬웠고, 단위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실천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정보도 얻고 싶고, 그런 문제 부분에 대한 정리와 대응에도 참여하고 싶어서 새넷에 가입하였어요.
새넷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셨고 대구 새넷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신문에서 새넷에 관련한 기사를 보고 새넷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모저모를 살펴보았어요. 현재는 대구 새넷 밴드에서 한 두분이 올려주는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는 정도인데, 함께 목소리를 내고 정리해 가야 할 것 같아요. 소속감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싶어요.
함께 정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육계의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초중등 학교에서 교육 철학과 목적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보수 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에서 IB 교육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구가 그 선두에 서 있어요.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 깊이 있는 수업, 서논술형 평가의 강화 등을 개정 중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IB와 그 방향성이 유사한데도 지금은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것보다는 IB를 중요 정책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것에 대해 문제성을 느끼고 있어요.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교사 연수와 IB 본부에 지급하는 학교 회원 비용, 평가 관리 비용 등의 막대한 재정 투입과 외화 유출 부분이에요. 특히,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한 학교당 한 두 학급 밖에 IB적용 학급을 만들 수 밖에 없는데 극소수의 학생들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IB에 가려져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중요성과 시행에 대한 대비, 교사 연수 등이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두 번째는 무상교육의 문제인데요,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보조금이 거의 없어지고 내년부터 지자체에서 이 예산을 떠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학부모들 많은 부담을 안을 수 되고 이런 것들이 무상 급식, 무상 교복 등의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세 번째는 내년부터 시행하게 되는 고교학점제의 문제가 있습니다. 과목별로 성취기준과 성취수준 설정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시행되고 수업, 평가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염려가 됩니다. 그리고 졸업 때까지 192학점을 들으면 되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 196학점을 듣도록 편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3학년 2학기에는 최소의 수업 시수를 듣도록 되는데 3학년 2학기에는 어떻게 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하도록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대비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혁신교육을 오래 운영해왔지만 교육과정 운영과 질 관리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IB 프로그램이 교육과정 운영의 짜임새와 질 관리, 교사의 역량 신장 등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비용면에서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들 하구요. 도교육청에서 이를 확산하기 위해 자율학교 지정, 공모교장 지정 등에 잇점을 주는 상황이라 학교 단위에서는 수용을 많이 하게되는 상황이고, 초등학교의 경우는 교육과정과 수업 등에 보완이 되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교육과정과 수업의 운영 등에서 드러나는 현재의 문제점이 교육과정 편성과 내용, 평가가 부실해서 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학부모들이 IB의 평가가 공정성이 있다고 신뢰하는데 그 이유가 외부 기관에서 시행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상 채점은 한국 선생님이 관리하고, 채점관이 제시한 평균점보다 채점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선생님은 채점 권한을 박탈한다고 합니다. 과연 채점관이 제시한 이 점수의 타당성과 신뢰성은 누가 부여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공정성이 있는 채점인지 의문입니다. IB에서 제시하는 깊이있는 학습에는 동의하지만, 2022에서도 깊이있는 학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연수에서도 IB와 2022 개정교육과정의 차이를 질문하곤 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교사들이 자기 교과에 대한 전문성으로 교육과정과 수업을 개발하고 끌어가는데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IB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새넷에 거는 기대는 어떤 것이 있으세요?
예전에 성남 지역 등지에서 6~7년 활동가들과 교육 운동에도 많이 참여하고 했지만 큰 기대를 하는 것보다는 학교 단위와 지역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이라도 차곡차곡 해나가고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실천과제를 통해서 결속력과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좋겠지요.
선생님께서 학교와 지역 단위에서 실천한 활동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역을 옮겨 이사를 와보니 분리배출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원재활용과 분리배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버리는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의 재활용을 위해서 분리 배출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태교육을 위해서 우리 나라의 폐지, 고철, 페트병, 심지어 쓰레기 수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 수업 시간에도 관련지어 수업을 많이 합니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폐지는 배출할 때 젖어서 재활용하기 어렵고, 기업들이 폐지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바람에 외화 낭비를 막을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에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환경 문제에 대한 탐구와 실천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들이 요즘은 입시제도의 변화와 맞물려서 많이 위축되었어요. 생활기록부에 자율동아리와 봉사활동을 쓰는 항목이 없어지고 나니 학생들이 그런 활동들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실례로 헌혈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줄 때 보다 현재 헌혈량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현재의 입시제도가 자율동아리 등을 통해 자기만의 탐구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뺏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학교 밖에서는 일본어 교과연구회를 조직하고 회장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간 300~500만원 정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 1년에 4번 정도의 수업 나눔 대회, 교육청 산하의 글로벌센터 주관 연수 운영, 교육과정과 평가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있습니다. 연구회가 교사들의 배움의 장을 열고, 숨통을 틔워주는 면이 있는데 이전보다 지원이 축소되어 아쉽습니다. IB연수에 예산이 많이 들다보니 교사들이 기획하는 공모 연수, 교사 연구회 지원이 많이 축소되어 아쉽습니다. 이런 것이 교사 역량을 신장할 수 있는 투자인데 지원이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육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려운 고등학교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시려는 모습에서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실천하신 선생님의 역량이 대구 새넷에서 발휘되어 서로 소속감과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성장하는 교원단체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2024 가을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