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라는 말이 있어요.
존 로크가 한 말처럼 어린아이는 백지와 같아서
어떠한 인간으로든지 만들 수 있죠.
세상에 태어나 가장 처음 경험하는 세상이 부모고,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 또한 부모니까요.
어렸을 때, 조수석에 앉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그날도 조수석에 앉아 유치원 하원 하던 길이었죠.
좁은 오르막길에 한 트럭이 갓길에 비상등을
켠 채 세워져 있어 길이 워낙 좁아 지나갈 수
없었고, 중앙선을 넘을 수도 없어서 점점 뒤로
오길래 ‘아 조금 뒤로 빼고 다시 출발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엄마는 일단 기다렸어요.
근데, 멈추지 않고 계속 뒤로 왔고, 박을까 봐
경적을 울렸으나 결국, 내가 앉아 있던 조수석을
박았으며, 알고 보니, 트럭 운전자가 잠깐 편의점에
물건 사러 자리를 비웠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세워둔 바람에 점점 뒤로 밀리다가 박은 거였어요.
그 사고 이후, 한동안 조수석에 못 앉았던 거 같아요.
우리 차는 앞 유리와 조수석 문짝이 박살이 났고,
사고 처리를 위해 카센터로 장소를 옮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곳에서 엄마는 아빠를 부르는 대신,
그 트럭 운전자와 직접 싸우셨어요.
그 모습이 엄마로서, 여자로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부모가 세상의 전부였던 나이에, 엄마는 저에게도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 전부였던 엄마가 집으로 가던 길에
차에서 내리라며 소리 지르고는 나를 길가에
그냥 버려두고 정말로 차를 출발한 적이 있어요.
다른 기억은 다 잊혀도 엄마에게 버려지던
그 순간은 나이가 들어도 기억이 생생해요.
울고 있는 나를 다시 차에 태울 때 한 말까지도요.
“니 동생 때문인 줄 알아라.”
어린 동생이 울면서 언니를 불러댔대요.
그때의 기억, 그날의 상처에 대해 엄마는 아직도
사과하지 않으시고, 그저 별 것도 아닌 일을 여태
기억하고 있냐며 되레 화를 내셨죠.
부모도 자식에게 상처를 줬으면 미안하다고 해야죠.
부모가 세상에 전부였던 아이에게 상처를 줬으니까요.
시간이 지나 서른이 넘으면서 비혼주의자가 됐어요.
나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이유는 간단해요.
엄마처럼 내 아이를 그렇게 키우기 싫어서,
평생을 딸에게 아빠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파혼하지 않았던 자신의 발등을 찍고 싶다,
내가 생기는 바람에 이혼을 못 하고 이렇게 살고 있다,
이런 말들을 나오는 대로 내뱉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
엄마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서, 나도 그럴까 봐…
엄마처럼 내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텐데, 그럴 만한 자신이 없어서요.
그러니 내가 비혼주의자인 걸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하거나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으로 - 나태주>
그 사람 하나가
세상의 전부일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
세상이 따뜻하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비바람 거센 날도
겁나지 않던 때
있었습니다
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흰수염고래 - YB>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더 상처 받지 마 이젠 울지마 웃어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그런 사람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