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어떻게 해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불안으로 고통받는 당신에게>

by 꽃비

어떻게 감히…


당신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동일한 상황에 처하지도, 똑같은 일을 겪어보지도 않은 내가 단지 같은 어둠 속에 있다 하여 당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의 오만이고 자만일 터이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다. 지금 머릿속에 떠도는 상념을 온전히 글로 풀어낼 재주가 없기에 당신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봐 겁이 난다. 일상의 희망이 사라지고 실낱 같은 기쁨 또한 느끼지 못하며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 하얀 여백에 또박또박 두드리고 있는 이 글이 당신의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심지가 되어 허우적대는 절망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과 의식의 흐름을 깨닫지 못하고 햇살이 어둠이 될 때면,


내게 남은 검은 그림자는 세상과 장벽을 만들어 나를 단절시켰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검은 그림자를 타고 다른 세상으로 넘어왔기에 내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 또한 이런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이 미웠다. 하지만 정작 이런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에 집중할수록 나는 엉망이 됐고 이런 모습에 가족과 친구들은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혼자가 되며 점점 오그라들다 실낱 같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떠나려는 듯 모든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씻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모든 일을…


내 안의 원동력이 사라지며 바닥에 흩어지는 물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 그 물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 파란 하늘의 구름이 되어 존재 자체가 사라질 터였다. 이것이 내가 맞이하게 될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버텨보려고 했다. 가슴속에 떠오르는 강한 끌림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그 울림이 커다란 파동이 되고 파고가 되어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남을 수 없을 줄 알았다.


미안하지만,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다. 지금의 나를 온전히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뜻함을 기대하면 차가움이 올 것이고 이해와 인정을 바라면 게으름을 비난할 것이다. 설명할 수 없고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는 감정에 기대 타인의 도움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지도 말라. 버틸 수 없는 강한 끌림 속으로 나를 던져버리면 멈춰버린 시간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된다. 나를 사랑한 사람의 가슴속에 영영 흐르지 않는 순간으로 기억되고 만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부러질 듯한 연약한 한 줄기 힘이라도 남아 있다면 제발 그것이라도 딛고 일어서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 꺼질 듯한 감정에 휩싸여 움직일 수 없다면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자. 배고프지 않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하여도 한 입만 베어 물자. 혹시 아는가? 그러다 식욕이 생길지…


그렇게 작은 것부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언젠간 일어나는 게 걷는 것이 되고, 한 입이 두 입이 될 때가 오지 않겠는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는 없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의식적 행동이 무의식이 될 때까지 반복되는 꾸준함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이 단순한 이치를 믿고 조금이라도 걷고 먹고 움직여야 한다.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고 너무 지쳐 영원히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할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보자. 그러면 반드시 있다.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하나는 반드시 있다. 그러니 그것을 온몸에 새겨 부러지지 않는 고결한 결심으로 반드시 살아남아라.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떠나간 당신으로 인해 존재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갈,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자. 나는 가슴이 떨릴 때마다 삼촌을 기억하는 조카를 떠올리고 동생의 죽음을 목도할 누나들을 생각한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떠나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나와 많은 이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나의 오래된 치료자 (정신과 의사)는 그들을 위해 글을 쓰라고 했다. 포기하지 말고 글을 쓰라고 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자신이 없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하여 그들의 죽음을, 자살을 막을 수 있는가? 나의 글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정말 최선을 다했던 오요안나 님의 죽음을 막았는가?


제발…


이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삶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늘이 내려준 수명대로 온전히 살다가 편안히 떠났으면 좋겠다.

white-chrysanthemum-flower-isolated-black-background_154565-58.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2-14. 외로움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