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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Aug 30. 2022

감자튀김만 사는 엄마

원숭이 엄마와 매주 화요일 만남을 약속하고 작은 샘은 아기 원숭이를 만나기 위해 여러 가지 장난감을 숲에서 얻으려 노력했어요. 바람의 도움을 받아 깃털과 나뭇잎을 모으고, 다람쥐 친구들에게 도토리도 얻었지요. 샘에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 친구들도 아기 원숭이가 오면 합창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주었어요. 그렇게 하나둘씩 만남을 위한 준비가 이뤄졌고 드디어 화요일 저녁이 찾아왔어요.


6시가 지나도 엄마 원숭이와 아기 원숭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약속을 깜박했나. 음.. 약속은 했지만 나와의 만남이 부담스러우셨나?


이런 생각에 빠져 있던 작은 샘의 귀에


“에! 에에에! 에에. 으아아 아.”


아기 원숭이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작은 샘은 아기 원숭이의 기분이 나쁜 것 같아 걱정이 되었어요. 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어요. 아기 원숭이의 모습이 보이고, 그 뒤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기 원숭이를 바라보는 엄마 원숭이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바라봐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무엇을 원하는지 표현하지 않고 울기만 하니 말이에요.


"안녕~ 아기 원숭이야!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이 소리에 아기 원숭이는 울음을 그치고 샘물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작은 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발휘 해 아기 원숭이가 샘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아기 원숭이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샘물 속의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어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상황이 싫지 않고 무언가 모를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았어요. 아기 원숭이가 샘물 안을 보는 동안 엄마 원숭이와 작은 샘은 숨죽여 기다렸어요. 한참이 지나자 아기 원숭이는 웃기 시작했어요.


"오는 길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울기 시작했어요. 아마 스마일 햄버거 가게에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추측이지만요. 늘 그곳에서 감자튀김을 자주 사주는데 언제 먹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오늘도 감자튀김이 먹고 싶어서 그런 건지도 몰라요. 저는 동네 스마일 햄버거 가게와 학교 근처 스마일 햄버거 가게 점원들에게 감자튀김만 사는 엄마로 유명해요."


"아.. 먹고 싶은 것도 표현할 수 없으니 아기 원숭이는 참 답답하겠어요. 같이 노는 동안에 아기 원숭이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말할 수 있도록 같이 연습해 볼게요. 감자튀김 말고 또 어떤 걸 좋아하나요?"


"이 아이는 밥을 잘 먹지 않아요. 학교에서도 급식을 한 적이 없어요. 집에서 원하는 된장국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먹지 않아요. 씹기를 싫어해요. 스스로 숟가락을 사용해 밥을 먹은 적도 거의 없어요. 밥 먹는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는 즐겁기보다는 하루하루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어 버렸어요. 밥 외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감자튀김, 라면, 꽈배기예요.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이쭈, 초콜릿, 사탕 같은 건 관심도 없어요."


"라면은 맵지 않을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먹지 못 하게 하려고 매운 라면을 그냥 줬더니 엄청 화를 냈어요. 그리곤 물에 담가 다시 꺼내 먹더라고요. 밥은 혼자 먹지 않아도 좋아하는 음식은 스스로 먹어요. 그러면서 동네에 라면 가게를 지날 때마다 들어가려고 해서 그 가게를 피해 먼길로 돌아서 학교에 가곤 해요."


작은 샘은 엄마 원숭이에게 아기 원숭이와 시간을 보낼 동안 잠시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시면 어떠냐고 물었어요. 엄마 원숭이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기고 뭔가 해 본 기억이 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찾아보고 싶다고 했어요. 작은 샘은 엄마 원숭이를 보내고 아기 원숭이와 호흡을 맞춰 보려 했어요.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기 원숭이를 관찰하고 아주 천천히 다가갔어요. 아기 원숭이는 작은 샘 주변을 돌며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작은 샘은 물고기 합창단의 도움을 받아 아기 원숭이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노래를 부를 때 아기 원숭이는 말 못 하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아기 원숭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가 일부 알아듣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작은 샘의 귀에 너무 잘 들렸거든요. 아기 원숭이는 물고기 합창단과 너무 신나게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다 아기 원숭이는 물고기 합창단이 어디 있는지 찾기 시작했어요. 소리를 쫓아 아기 원숭이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샘 안을 들여다보며 물고기 합창단을 찾으려 했어요. 아기 원숭이는 처음 작은 샘 안을 들여다본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한 자리에 앉아 샘 안을 들여댜 보았어요. 그 어느 순간보다 잘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작은 샘은 그런 아기 원숭이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어요. 샘 안을 들여다보다 아기 원숭이는 한 줄로 서서 노래를 부르는 물고기 합창단을 찾았어요. 그리고는 너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어요.


한참을 웃은 아기 원숭이는 갑자기 둥근 돌멩이를 주워 모았어요. 그리고 샘물 안에 그 돌들을 하나씩 넣기 시작했어요. 작은 샘은 가만히 아기 원숭이의 손길을 느껴보았어요. 아기 원숭이는 작은 돌멩이로 샘물 속에 원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원의 한쪽을 조금 열어 두었어요. 마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작은 샘은 가만히 그 원을 바라보곤 물고기 합창단에게 말했어요.


“얘들아! 아기 원숭이가 너희들을 위한 무대를 만든 것 같아. 한 번 들어가 보지 않을래?”


“좋아! 좋아!”


“나도, 나도 들어갈래.”


물고기 합창단은 아기 원숭이가 만든 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기 원숭이의 얼굴에 무언가 환한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너무 행복한 아기 원숭이의 모습에 작은 샘도 무언가 모를 행복감을 느꼈어요. 그렇게 아기 원숭이가 작은 샘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 원숭이는 갑자기 찾아온 자유 시간을 어찌할지 몰라 고민하며 정처 없이 걷고 있었어요. 늘 아기 원숭이와 걷던 길을 혼자 걸었어요. 늘 함께 걸으며 걱정하며 바라보던 아기 원숭이가 곁에 없어 허전했어요. 엄마 원숭이는 길을 걷다 늘 습관처럼 가던 스마일 햄버거 가게 앞까지 오고 말았어요. 엄마 원숭이는 스마일 햄버거 가게 앞에서 멈췄어요. 그리고 그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리고는 울며 작은 샘에게 간 아기 원숭이를 위해 감자튀김을 사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어요.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 앞으로 걸어갔어요.


점원이 먼저

“감자튀김 주문하실 거죠?”


엄마 원숭이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늘 스마일 햄버거 가게에 오면 항상 같은 상황이었는데 오늘은 대답을 달리 하고 싶어 졌어요.


“아.. 오늘은 감자튀김과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점원은 다시 한 번 물었어요.


“아메리카노 한 잔과 감자튀김이요?”


“네. 맞아요.”


점원과 주문을 위한 대화를 마치고 엄마 원숭이는 잠시 기다렸어요. 그 사이에 엄마 원숭이의 마음에도 무언가 잔잔한 출렁임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엄마 원숭이는 주문한 커피와 감자튀김을 받아 들고 가게를 나와 걸었어요. 아기 원숭이에게 돌아가려 했어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엄마 원숭이의 발걸음은 뭔가 모르겠지만 이전과 조금 달라졌어요. 가는 길에 늘 아기 원숭이와 걸으며 한 번 앉아 보고 싶었던 아름드리나무 그들 아래에 잠시 앉아보았어요. 항상 아기 원숭이를 살펴야 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늘 미루고 할 수 없었던 엄마! 엄마는 잠시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았어요. 늘 하던 염려와 걱정도 잠시 잊으려 했어요. 다 잊지 못하고 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잠시는 그래도 될 것 같았어요. 나무 그늘이 너무 좋았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언제 가졌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그 혼자만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어요. 나무 그늘 아래서 시간을 보내고 엄마 원숭이는 다시 아기 원숭이를 향해 걸었어요. 작은 샘에 가까워졌어요. 엄마 원숭이는 아기 원숭이가 감자튀김을 보면 좋아할 생각에 기뻤어요. 샘 근처에 다다랐어요. 아기 원숭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엄마 원숭이는 들고 있던 감자튀김 봉투를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이전과 다른 모습에 너무 놀랐어요. 엄마 원숭이는 멈춰서 아이 원숭이를 바라보았어요.


“아가~ 감자튀김 먹을까?”


아기 원숭이는 환하게 웃으며 감자튀김을 받아 들고 먹기 시작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같았어요. 엄마 원숭이는 행복해하며 감자튀김을 받아먹는 아기 원숭이를 보며 감자튀김만 사는 엄마여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샘은 아기 원숭이와 엄마 원숭이와의 첫 날을 보내며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되었어요. 기대하는 일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함께 걷다 보면 서로 행복해질 거라 믿게 되었어요. 첫 만남을 뒤로하고 작은 샘과 엄마 원숭이, 아기 원숭이는 작별 인사를 했어요. 또 한 주 후를 기다리며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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