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엄마를 만나고 난 후 작은 샘은 엄마가 되는 건 어떤 것인지 표현하기 어려워졌어요. 원숭이 엄마를 두 번 만났지만 원숭이 엄마는 다른 엄마와 다른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요.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어떤 아이의 엄마인지가 원숭이 엄마의 이름이었어요. 마치 수식어를 가진 듯했지요. 하지만 아름다운 수식어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문제가 되는 아기 원숭이의 모습을 담아낸 수식어. 그렇게 불려지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자신의 이름이 원숭이 엄마에겐 어떨지를 생각하니 작은 샘의 물이 어두워졌어요. 작은 샘이 마음에 원숭이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 듯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작은 샘은 문득 아기 원숭이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아기 원숭이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작은 샘은 갑자기 아기 원숭이와 엄마 원숭이에게 너무 미안해졌어요. 다음 만남에는 꼭 아기 원숭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엄마 원숭이에게는 '누구 엄마'라고 꼭 불러 주리라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첫 만남 후의 밤이 지나고 있었어요.
"별님~ 저 오늘 아기 원숭이를 만났어요. 달님이 저에게 이야기해주었던 그 친구 말이에요."
"와~~ 그래, 그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친구가 조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나도 빛을 비추며 그 아이를 찾아보았어."
"아~ 그 친구를 보셨어요?"
"그 친구가 엄마랑 걷는 걸 보았단다. 혼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엄마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고 앞서 가는 걸 보았어. 엄마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다 지쳐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아이를 쫓아가더구나."
"아기 원숭이의 이름을 들으셨어요?"
"그래. 이름이 띠띠였어."
"아기 원숭이 이름이 띠띠구나. 다음에 만나면 꼭 불러주고 싶어요."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도, 대답도 하지 않던 걸."
"아.. 그래도 불러 볼래요. 띠띠가 지난번에 저랑 물고기 친구들도 한참 동안 쳐다봐주었어요. 띠띠 눈빛에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무언지 모를 간절함이 느껴졌어요."
"그래. 띠띠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렴."
띠띠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작은 샘은 띠띠와 두 눈을 마주했던 순간을 기억해 보았어요. 띠띠가 샘을 들여다봤던 순간들을요. 그 순간에 느낀 아기 원숭이의 눈빛은 너무 맑고 깨끗했어요. 주변에 관심이 없는 아이라고 하지만 그 순간에는 샘을 느끼고 싶어 하고, 물고기 합창단 친구들을 느끼고 싶어 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요. 작은 샘은 띠띠와 자주 눈을 마주하고 서로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기다렸어요.
생각보다 한 주가 길게 느껴질 때쯤, 작은 샘은 띠띠가 오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띠띠도 기다림이 길었는지 약속한 날 전에 작은 샘을 찾아오고 말았어요. 작은 샘은 자신과 마음이 통한 띠띠가 너무 고마웠어요. 엄마 원숭이도 띠띠를 따라 걷다 보니 작은 샘에 도착했다며 웃었어요.
"띠띠! 안녕! 띠띠 엄마! 안녕하세요."
"어.. 어떻게 이름을 아셨어요?"
"아~ 별님이 알려주셨어요. 이제 이렇게 부를게요."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아요. 대답도 하지 않고요. 오랜 기간 교육을 받았지만 띠띠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아요."
"그래도 지난번에 눈을 마주했으니 대답도 하지 않을까요?"
"띠띠에게 무언가 기대하고 대해 주셨던 분들이 없었어요. 워낙 반응이 없이 자기 세계에 있는 아이라서요. 띠띠에 대한 기대를 말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오늘은 띠띠와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띠띠를 따라가 볼게요. 어서 띠띠 엄마도 쉬고, 하고 싶은 것도 시도해보세요."
"갑자기 찾아왔는데 너무 반가워해주시고 흔쾌히 띠띠와 시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띠띠를 너무 기다렸거든요. 띠띠가 와 줘서 샘물이 가득 차 넘칠 것만 같아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가 떠나고 잠시 띠띠를 살펴보았어요. 띠띠는 그네를 바라보고 있어요. 작은 샘은 왜 그네를 타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는지 고민해 보았어요. 그네를 밀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어요. 작은 샘은 바람을 불렀어요.
"바람님~ 띠띠 그네 좀 밀어주실 수 있어요?"
"그래~ 지나가는 길이니 잠시 쉬며 살살 밀어주마."
"띠띠야~ 그네 타자. 띠띠야~ 그네 타자."
띠띠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다시 샘물 속을 들여다보았어요. 작은 샘은 계속 띠띠를 불렀어요. 띠띠는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작은 샘아~."
"네~ 바람님!"
"저 아이는 그네 탈 생각이 없나 봐."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조금만요."
띠띠는 바람과 작은 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그리고 작은 샘 한 번, 바람 한 번 바라보았어요. 몇 번을 번갈아 쳐다 보고는 작은 샘과 눈을 마주쳤어요. 띠띠는 한참 동안 눈을 피하지 않고 작은 샘을 바라보았어요. 무언가 기다리듯 말이에요. 작은 샘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다시 한번 띠띠를 불러 보기로 했어요.
"띠띠야! 띠띠야!"
작은 샘의 간절한 마음이 띠띠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담아 불렀어요.
"네!"
아주 작은 목소리지만 띠띠의 목소리가 작은 샘과 바람의 귀에 전해졌어요. 작은 샘은 너무 놀라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바람이 작은 샘을 불렀어요.
"작은 샘~ 띠띠 그네 태워야지?"
"네! 네!"
작은 샘의 대답에 띠띠도 덩달아
"네! 네!"
그렇게 말하며 띠띠는 그네에 올라탔어요.
바람은 띠띠가 올라타자 그네를 밀기 시작했어요. 바람이 힘을 조절하며 그네를 밀어주자 띠띠는 너무 신이 나서 웃기 시작했어요. 그때 작은 샘은 띠띠를 불렀어요. 그리고 띠띠는 대답했어요. 작은 샘은 신이 나서 계속 띠띠를 불렀어요. 띠띠는 계속 대답했어요. 그리고 그네에서 고개를 아래로 향하며 작은 샘을 바라보았어요. 그 순간 둘의 눈이 마주했고, 둘은 함께 웃었어요. 띠띠가 신나게 그네를 타고 있을 때, 띠띠 엄마는 작은 샘 옆에 와 있었어요. 띠띠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짓고 있었어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기다렸어요.
"띠띠가 말을 했어요.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죠?"
"네. 띠띠가 이름을 불렀을 때 네라고 대답을 했어요."
"너무 신기해요. 오랜 시간 아이의 이름을 쉴 새 없이 불렀지만 어디서도 대답이 없었어요. 말을 못 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기적 같은 일이에요."
"띠띠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네~~ 네! 띠띠 아빠에게 이 일을 얼른 알리고 싶어요. 어서 가봐야겠어요. 이거 드세요."
"아~ 감사해요. 어서 가보세요."
"띠띠야! 아빠한테 가자."
"네!"
띠띠 엄마는 울고 말았어요. 띠띠의 "네"라는 한마디에. 그리고는 서있던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어요. 바람도, 작은 샘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그렇게 숲 속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모두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띠띠는 엄마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어요. 늘 엄마 앞서 가던 띠띠가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