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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Sep 01. 2022

밴드와 연고를 자주 사는 엄마

띠띠의 “네”라는 대답이 숲을 가득 채운 날, 샘 속에 띠띠가 넣어 둔 돌멩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어요. 7개의 돌멩이는 무지개의 색을 하나씩 나눠 가졌어요. 작은 샘은 그 날부터 무지개와 함께라 띠띠를 기다릴 때도 허전하지 않았어요. 작은 샘이 띠띠와 띠띠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돌멩이들의 무지개 빛은 더 밝고 환해졌어요. 그 빛 때문에 이제 숲 속에서 작은 샘을 모르는 친구가 없을 정도 였어요. 작은 샘은 무지개 빛을 얼른 띠띠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숲 속에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가 내렸어요. 작은 샘은 궂은 날씨 때문에 띠띠가 못 올 거라 생각했어요. 아쉽지만 만남을 포기하고 작은 샘은 샘 안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안아주었어요. 빗방울은 샘의 품에 푹 안겨 잠이 들었어요.


그 때 띠띠와 띠띠 엄마의 모습이 보였어요.


“이렇게 비가 오는데 오셨어요.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작은 샘을 만나기 전에 잠시 들를 곳이 있어요. 좀 기다려주세요.”


“네~ 띠띠도 함께 가야하나요?”


“네.. 띠띠가 꼭 가야해요.”


“무슨 일인지?”


“띠띠가 학교에서 다람쥐 리노 얼굴에 상처를 냈다고 선생님께 연락이 와서 리노 어머니께 사과 드리고 리노에게도 사괴하러 가야해요.”


“얼굴이 상처가 나서 많이 속상해 하시겠어요?”


“네.. 미안함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밴드와 연고를 샀어요. 자주 일어나는 상황인데 늘 적응이 돼질 않고.. 오늘 따라 밴드와 연고를 사면서도 이걸 건내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는 불편한 마음만 들어요. 띠띠를 어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이럴 때 누군가 저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이 순간에는 정말 혼자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함께 가고 싶은데 움직일 수 가 없어 너무 속상해요. 대신 띠때가 샘에 넣어 준 돌멩이들이 만든 무지개 빛을 비춰드릴게요. 날도 궂은데 조심해 다녀오세요.”


작은 샘은 멀어져가는 띠띠와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 보며 기다렸어요.


“리노 어머니 안에 계신가요? 띠띠 엄마에요.”


“미안하다 말하시려 오신 거면 그냥 가세요. 늘 들고 오시는 밴드도 연고도 넘쳐나니 가지고 가세요. 물고 긁고. 참! 우리 리노한테만 왜 그러는지 묻고 싶어요. 반을 옮기고 싶어요. 아니, 띠띠가 다른 반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다들 싫어하니.. 참..! 우리 리노민 늘 다치고.. 더이상 사과 받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세요. 리노 얼굴 좀 보세요. 연고나 밴드 가지고 될 일임지…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띠띠 엄마가 아이 전학을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선생님들은 아무말이 없으신 건 가요?”


띠띠 엄마는 사과의 말 한마디 꺼내지 못 하고 빗 속을 다시 걸었어요. 띠띠와 엄마는 아무말 없이 걸었어요. 띠띠도 무언가 느낀 건지 아무말 없이 엄마 옆에서 따라 갈었어요. 바람과 빗소리가 띠띠와 엄마를 어디론가 몰고 가는 것 같았어요. 어느새 둘은 작은 샘에 도착했어요.


“리노 엄마가 사과를 받아주시지 않았어요.”


“아.. 마음이 어려우셨겠어요.. 아이들은 가끔 싸우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띠띠가 리노 몸에 상처를 낸 게 너무 잦아서.. 게다가 이번에 얼굴을 발톱으로 긁어 상처가 깊게 나버렸어요. 리노 상처를 보니 뭐라 드릴 말이 없었어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봐요?”


“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밤을 거의 새는 날이나 뭔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 때면 심하게 울고 학교 복도에 누워요. 그런 띠띠를 달래거나 주의를 주거나 걱정해 주면 그런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때렸어요. 그 강도도 점점 심해졌고요.”


“모두에게 너무 힘든 상황이네요. 띠띠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 못 하니 너무 힘들겠어요.”


“이런 상황을 알려주려 말을 해도 늘 반응이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제 행동은 계속 심해지고요.”


“띠띠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걸어 나와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기 시작한다면 변화가 있을거에요. 몰론 한 번에 완전히 새로운 띠띠로 변신하지는 못 해도 말이에요. 지난 만남 때를 기억하며 힘 내시면 좋겠어요.”


“지난 만남이요? 맞아요. 그 만남을 기억하고 힘들 때마다 떠올려봐야겠어요. 제게 힘이 될 것 같아요. 띠띠의 가능성을 엄마가 믿어줘야지요.”


“네네~ 힘내세요! 띠띠도 오늘 무언가 느꼈을거에요.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요.”


“네. 다른 때는 이런 일로 사과를 하러 갔다 올때도 심하게 울고 때를 부렸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제 기분이라도 아는 듯 아무말 없이 옆에서 같이 걷더라고요. 띠띠가 조용히 돌아온 걸 칭찬해주지 못 했어요.”


“띠띠 어머니는 띠때 때문에 특별한 수식어를 많이 얻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냥 엄마’에요.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은 그냥 엄마요. 띠띠도 그냥 아이고요.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그 내면은 순수하고 맑은 아이고, 그 아이를 한없이 사랑하는 엄마니까요.”


“제가 너무 아이를 특별하고 별난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출생부터 지금까지 띠띠와의 삶은 한순간도 평범했던 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그래서 남들의 시선도 많이 의식했고, 장애를 가진 내 아이를 보는 시선도 너무 매섭고 차갑게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오늘 부는 바람에 이런 제 생각과 제가 만든 편견을 떠나 보내고 싶어요.”


“잘 해내실 거에요. 힘드실텐데 혼자만의 시간에 여러 생각과 마음의 감정들을 잘 정리해 보세요.”


띠띠는 작은 샘 주변에 웅크리고 앉아 불어난 샘물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작은 샘은 오늘도 띠띠를 기다리는 것을 가장 먼저 시작했어요. 띠띠는 아주 오랫동안 한자리에 한자세로 앉아 있었어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어요. 그 때 작은 샘이 조용한 목소리로 띠띠를 불렀어요.


“띠띠야.”


“네. 네..”


띠띠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괜찮니? 슬퍼보여”


띠띠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작은 샘을 바라보는 띠띠의 눈은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어요. 그 눈물이 작은 샘 안으로 뚝뚝 떨어졌어요. 아무말 없이, 아무 소리도 없이 띠띠는 눈물을 흘렸어요. 작은 샘은 그 눈물을 받는 것 밖에 무엇도 할 수가 없었어요. 띠띠의 눈물이 샘 안에 차기 시작하자 무지개 빛이 띠띠를 감싸 안았어요. 띠띠의 흐르던 눈물이 멈췄어요. 그 때 작은 샘은 띠띠에게 오늘 일을 천천히 이야기 하며 띠띠의 마음을 읽어 주었어요. 띠띠는 듣기만 했어요. 작은 샘은 띠띠에게 다른 친구나 선생님의 몸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화가 나도 때리지 말고 말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자고 말해주었어요. 작은 샘은 서두르지 않았어요. 작은 샘과 띠띠가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비가 그치고 바람도 잦아들었어요.


띠띠를 향한 작은 샘의 기다림은 숲의 계절이 변할 때까지 계속 되었고, 그 사이 띠띠에게 변화가 생겼어요. 띠띠는 이제 화가 나서 울 때도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때리지 않아요.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 화를 어찌할 수 없을 때는 자신을 때리며 우는 모습을 보였어요. 화를 내는 일도 줄었고, 이제 조금씩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울음을 그치거나, 손을 잡거나, 물건을 건네주거나, 자리에 앉는 반응을 시작했어요.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 선생님을 보며 웃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었어요. 띠띠 엄마는 띠띠의 성장하는 모습에 하루 하루 행복을 경험하며 지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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