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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Sep 07. 2022

요청하지 않는 아이의 엄마

띠띠가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숲 속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듯한 기분에 작은 샘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어요. 살며시 눈을 감고 말이에요. 띠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어요. 띠띠의 언어 표현이 점점 더 많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며 띠띠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띠띠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없어 늘 띠띠의 울음이나 과격한 행동들이 나타난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났어요. 기본적인 욕구 표현도 하지 못하는 띠띠가 얼마나 답답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어요. 숲 속의 다른 친구들은 모두 필요할 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욕구를 해소하니까요. 그런데 띠띠는 그 욕구를 시원하게 해결했던 적이 없었을 것 같았어요. 욕구가 채워져도 그건 자신이 잘 소통해서가 아니라 어쩌다 해결되었거나, 울음이나 떼를 부려 해결된 경우였을 테니까요.


작은 샘은 그런 띠띠의 마음을 생각하며 늘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해 아쉬웠고, 다른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늘 무언가 부족하고, 다른 친구들처럼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띠띠의 마음도 그럴 것 같았어요. 작은 샘은 띠띠가 원하는 것 중 정말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 몇 가지만이라도 표현할 수 있으면 띠띠와 부모님, 그리고 주변 친구들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그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작은 샘은 매일매일 띠띠를 위한 고민에 빠졌어요. 그 고민은 긴 시간 계속되었어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생각만 하다 지친 날도 많았지요.


밤하늘을 보며 작은 샘은 또 띠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달님이 불러도 모르고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작은 샘~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니?”


“아~ 저를 부르셨어요? 죄송해요. 띠띠 생각을 하다 그만….”


“띠띠?”


“네, 띠띠요.”


“아기 원숭이 말이니?”


“네. 띠띠가 이제 부르면 네라고 대답도 하고, 엄마와 아빠도 부르는데 자꾸만 욕심이 나요. 원하는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울거나 화낼 일도 많이 줄어들 거 같아요.”


“정말 그렇겠네. 그 방법이 고민이구나?”


“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띠띠 엄마와 얘기를 나눠 보려고 해요. 띠띠에게 어떤 필요가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그게 좋겠구나. 띠띠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지?”


“네. 저와 엄마, 아빠를 너무 놀라게 했어요.”


“처음 마음을 잃지 말고 욕심 내지 않으면서 띠띠를 따라가면서 도와주면 좋겠구나. 언제나 띠띠 중심으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렴. 그럼 가장 좋은 방법을 찾게 될 거야.”


“네. 처음처럼요. 가끔은 그 처음처럼이 너무 어려워요. 달님의 이야기에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해요.”


“그래. 지금까지 잘 해냈으니 앞으로도 잘할 거란다.”


그날 밤 달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작은 샘은 띠띠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띠띠와의 약속 시간이 다가왔어요. 작은 샘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조금은 긴장되고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냥 띠띠를 따라가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작은 샘 안에서 무지개 빛이 따뜻하게 작은 샘을 안아주었어요. 그 빛 때문에 작은 샘은 띠띠와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의 용기를 얻었어요. 띠띠와 엄마가 작은 샘 옆으로 다가왔어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띠띠가 어떤 요청을 하면 갈등 상황이 조금 줄까요?”


“띠띠는 학교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표현을 못 해서 갑자기 수업 중에 문을 열고 나가거나 뒤처리를 못 해서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어서 띠띠가 없어진 줄 알고 학교에서 난리가 난 적이 종종 있었어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표현을 하고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래야겠네요. 띠띠도 불편하고 당황스럽고, 주변 사람들도 너무 걱정이 많아지는 상황이 일어나겠어요.”


“네. 먹고 싶은 것도 좀 표현하면 좋겠어요. 사실 편식이 너무 심해서 먹는 것도 제한적이라 그것만 표현해주면 저도 스트레스가 많이 줄 것 같아요. 띠띠도 마찬가지고요.”


“띠띠가 주로 먹는 것이 어떤 게 있을까요?”


“감자튀김, 라면, 뿌셔뿌셔, 바타 500, 요구르트. 이것만 이야기해 주면 먹고 싶은 건 대부분 표현하는 거예요. 이걸 먹고 싶은데 표현을 못 해서 화를 내거나 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군요. 다른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띠띠가 좋아하는 누나가 있어요. 사촌 누나 피넛이에요. 피넛이 보고 싶을 때면 말을 하지 않고 짐을 챙기고 신발을 꺼내고 저나 아빠 손을 잡고 나가자고 해요. 이런 행동이 피넛네 가자는 의미라는 걸 몰라서 난리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여러 시도 끝에 알아냈지만 가기 어려울 때 안된다는 걸 못 받아들여서 난리가 났지요. 가고 싶다는 표현을 하면 좋겠지만, 가는 것이 어려워 안된다고 하면 그걸 조금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네. 그래도 띠띠의 표현으로 요청 내용을 알아서 채워주신 게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렵겠지만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노력하다 보면 띠띠가 또 한 번 무언가 해낼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던 아이라서 엄마, 아빠를 부른다는 것도 상상을 못 했는데, 이런 표현이 된다면… 그 후는 어떨지 정말 상상이 되지 않아요.”


작은 샘은 띠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이해가 되었어요. 작은 샘은 샘물 안의 돌멩이를 꺼내서 그 돌들 위에 감자튀김, 라면, 뿌셔뿌셔, 비타 500. 요구르트를 각각 그렸어요. 작은 샘은 여러 날 그림을 그렸고, 가을을 맞아 숲을 찾아온 잠자리 친구들에게 색칠을 부탁했어요. 잠자리 친구들은 숲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색을 모아 와서 작은 샘이 그린 그림을 띠띠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정성껏 색을 채워 주었어요.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횟수만큼 그림의 완성 횟수도 늘어났어요. 색칠이 마무리되고 작은 샘과 잠자리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 소리에 지나가던 바람이 기쁨을 함께 나누며 그림을 말려주었어요. 모든 돌멩이의 그림이 완성되었고, 작은 샘은 그림을 바라보며 띠띠를 기다렸어요. 띠띠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작은 샘은 두 가지 더 그려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스마일 햄버거 가게와 띠띠와 이동 중 급할 때 필요한 쉬 통 그림이었어요. 두 개의 돌멩이를 더 꺼내 그림을 그리고 다시 한번 잠자리와 바람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이제 띠띠를 기다릴 차례예요.


띠띠가 엄마 손을 잡고 작은 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띠띠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오늘 길에 뭐가 필요한 건지 계속 짜증을 냈어요. 알 수가 없어서 이것저것 말해 보았지만 화만 냈어요. 학교에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해요. 갑자기 급식을 하다가 식판을 엎어버렸다고 해요.”


“아.. 띠띠가 뭔가 원하는 게 있었나 봐요. 띠띠가 표현해 주면 좋은데, 오늘 띠띠를 위해 준비해 둔 게 있어요. 저기 이쁜 돌멩이들요.”


“어머, 띠띠가 좋아하는 간식 그림이네요. 띠띠야! 이리 와 봐.”


띠띠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작은 샘 옆으로 다가왔어요. 띠띠는 소리 없이 돌멩이들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조용히 뿌셔뿌셔 그림이 그려진 돌멩이를 들고 샘 안으로 던졌어요. 작은 샘은 띠띠가 뿌셔뿌셔를 먹고 싶은 거 같았어요.


“혹시 지금 뿌셔뿌셔 가지고 계세요?”


“잠깐만요. 어쩌면 가방 안에 있을지도 몰라요. 아~ 여기 있어요. 띠띠야~!”


“네~!”


“뿌셔뿌셔 먹고 싶어요?”


“네~.”


“여기 있어요. 먹어 볼래요?”


“네~~.”


짧은 시간에 띠띠는 자신의 욕구를 표현했고, 엄마는 그 욕구를 채워주며 기뻐했어요. 먹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원하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하는 모습에 띠띠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요. 작은 샘은 띠띠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작은 샘은 샘 옆에 앉아 있는 띠띠에게 친구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돌멩이들을 보여 주며 말했어요. 띠띠는 작은 샘이 들려주는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따라 말하기 시작했어요. 작은 샘은 띠띠의 반응에 너무 놀랐어요. 띠띠가 따라 말하는 것은 무언가 엄청한 외침 같았어요. 작은 샘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알지 못할 뜨거움을 느꼈어요. 작은 샘과 띠띠가 시간을 보내고 띠띠 엄마가 띠띠를 데리러 왔어요.


“어머니~ 이 돌멩이들을 가지고 가시면 좋겠어요. 띠띠가 필요할 때,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요. 저는 다시 만들면 돼요. 띠띠가 여기 있는 돌멩이들의 그림을 모두 따라 말했어요.”


“아.. 너무 놀라워요. 그렇게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필요한 것을 말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설레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너무 감사해요. 집에 가서도 띠띠의 생활에 변화가 있는지 잘 살펴볼게요.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띠띠가 저에게 하루하루 잊지 못할 날을 만들어주니 너무 고마워요.”


늦은 저녁 띠띠와 엄마는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늘 가던 길을 걷던 띠띠가 스마일 햄버거 가게 앞에 멈췄어요.


“스마일 감자튀김.”


띠띠 엄마는 그 소리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서서 울었어요. 믿기 어려웠어요. 그때 다시 띠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스마일 감자튀김 먹고 싶어요.”


띠띠 엄마는 띠띠와 감자튀김을 사러 들어갔어요. 그 어느 날 보다 띠띠 엄마는 당당하게 감자튀김을 주문했어요. 띠띠도 그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었어요. 띠띠 엄마는 자신이 특별한 아이를 낳아 특별한 엄마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띠띠에게 미안했어요. 여느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욕구를 채우고 싶어 하는 아이였는데, 그 욕구를 표현 못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아 띠띠에게 미안한 밤을 보냈어요. 띠띠 엄마는 아이를 키우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일반적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특별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된다는 건 엄마 된 모두에게 조금은 낯설고 어려운 과제지만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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