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띠가 무언가를 요구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던 날 이후 띠띠 엄마, 아빠는 웃는 날이 많아졌어요.
“화장실, 화장실 가요.”
“피넛 보고 싶어요. 피넛, 피넛, 아빠 가요.”
“뿌셔뿌셔 먹고 싶어요.”
“비타 500 주세요.”
“안 먹어요. 싫어요.”
“작은 샘 만나러 가요.”
“핸드폰 보고 싶어요.”
“리모컨 주세요.”
“집에 가고 싶어요.”
“쉬 통 주세요.”
띠띠의 이런 말들 때문에요. 작은 샘 역시 띠띠를 만나는 날마다 자신을 표현주는 띠띠의 변화에 샘 안의 무지개 빛이 더 환해졌어요. 작은 샘은 알지 못할 행복을 느꼈어요. 띠띠 엄마와 아빠도 그랬겠죠.
가을 햇살로 숲이 가득 차고, 파란 하늘에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날이었어요. 작은 샘은 샘 가득 파란 하늘을 담고, 그 하늘을 맘껏 느끼고 있었어요. 그 때 어디선가 띠띠의 울음 소리가 들렸어요. 띠띠 뒤에는 언제나처럼 엄마가 서있었어요. 둘은 속상한 표정이지만 그 마음을 가라앉히고 작은 샘 옆에 앉아 가만히 샘 안을 들여다 보았어요. 그냥 그렇게 띠띠 옆에 함께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은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았아요.
“학교에서 띠띠 머리가 풀려서 여기 오기 전에 다시 묶어 주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짜증이 났어요.”
“늘 궁금했는데, 띠띠는 왜 머리를 자르지 않고 묶나요? 남자아인데요. 길이도 많이 길고.”
“미용실에 처음 간 날 의자에 겨우 앉았지만, 가위와 바리깡, 드라이기 소리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울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크게 울고 소리를 질렀던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띠띠를 향했어요. 그 날 이후 저희는 미용실에 가질 못 했어요. 그 후 띠띠는 계속 머리를 깎지 못 하고 묶고 다녔어요. 언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머리를 묶고 다녔군요. 제가 한 분 소개해 드려도 될까요?”
“어떤 분을요?”
“제가 아는 분 중에 미용을 하시다가 이제 일을 그만 두고 쉬고 계신 분이 계세요. 출장을 한 번 부탁드려볼까요?”
“오신다면 너무 감사한데, 띠띠가 미용을 못 하면 너무 번거롭게만 해드리게 되서요.”
“그럼 제가 일단 부탁드려볼게요.”
“네네~~그럼 나중에 알려주세요. 저희 집으로 오신다고 하니 괜히 부담이 조금 되기는 하지만 띠띠와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어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띠띠와 노래를 부르며 놀았어요. 고추 잠자리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함께 웃고 있었어요.
“화장실, 화장실 가요.”
“아.. 화장실에 가고 싶구나.”
작은 샘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띠띠에게 자신의 당황한 마음을 보이지 않으려 했어요. 띠띠가 용기를 내어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했을테니까요. 작은 샘은 소나무 옆에 있는 작은 화장실로 띠띠를 안내했어요. 그리고 팔을 뻗어 문을 열어주었어요. 띠띠는 안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서 있었어요. 작은 샘은 잠시 기다렸어요. 띠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었어요.
“내가 도와줘도 될까?”
“네~.”
작은 샘은 띠띠의 바지를 내려주었어요. 그런데 띠띠가 다시 옷을 입는 거에요. 그러더니 띠띠는 작은 샘의 양 손을 잡고 변기 위로 올라가서 양발을 한쪽씩 나눠 올리고 서 있었어요. 작은 샘은 순간 무엇을 해야할지 자신에게 자꾸 물었어요. 무얼 해야할지 몰라서였죠.
“도와주세요. 옷.”
“아. 그래. 도와줄게.”
작은 샘은 팔을 최대한 뻗어 띠띠의 바지를 내려주었어요. 띠띠는 쪼그리고 앉아서 응가를 누기 시작했고, 작은 샘은 띠띠의 양손을 꼭 잡고 띠띠를 기다렸어요. 그리고 띠띠의 뒷처리를 도와주고 화장실 밖으로 띠띠를 데리고 나왔어요. 띠띠는 자연스럽게 손을 씻고 작은 샘 옆에 앉았어요. 작은 샘은 띠띠와 화장실에 간 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샘 옆에 앉아 있는 띠띠를 바라보는 작은 샘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어요. 이래서 학교에서 화장실에 가지 않고 울며 떼를 부려 엄마가 오면 집으로 갔던 띠띠의 힘든 시간이 왜 이리 미안한지. 그렇게 힘들어서 늘 피하던 그 일을 자신과 함께 해준 띠띠가 너무 고마워서, 그런 띠띠 때문에 행복해서 미소지으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어요.
띠띠와 화장실에 다녀와서 띠띠는 환하게 웃으며 작은 샘을 계속 바라보기만 했어요. 작은 샘도 다른 어떤 것을 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저 띠띠와 같은 마음으로 띠띠를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둘을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띠띠 엄마는 띠띠가 화장실에 간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했어요. 화장실에 간 과정을 모두 듣고 엄마 외에는 그 누구와도 화장실에 간 적이 없다며 띠띠의 변화가 너무 놀랐다고 기쁨을 이기지 못 했어요. 오랜 시간 띠띠는 변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때문에 오랫동안 기저귀를 사용해야했고,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소변을 참으며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았다고 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것들이 띠띠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지만 그 일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띠띠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작은 샘은 뭔가 모를 행복을 경험하는 것 같았어요.
띠띠가 엄마와 돌아가고 작은 샘은 부엉이 아주머니에게 띠띠 미용 부탁을 드리려고 소식을 전했어요. 부엉이 아주머니는 조금 걱정이 되지만 띠띠를 만나보겠다고 했어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와 연락을 해서 미용 약속을 잡았어요. 부엉이 아주머니가 긴장한 모습으로 미용 도구들을 챙겨 띠띠 집을 방문 했어요. 띠띠는 부엉이 아주머니가 와도 신경쓰지 않고 사운드 북을 누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부엉이 아주머니는 띠띠 엄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미용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어요. 띠띠 엄마가 띠띠에게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깎자고 했어요. 그런데 띠띠는 의자에 앉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어요. 띠띠 엄마는 띠띠가 몸에 무언가 닿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 같다며 몸에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욕조에서 머리를 깎고 바로 씻으며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부엉이 아주머니도 그렇게 해보자며 띠띠가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가기를 기다렸어요. 띠띠는 자연스럽게 욕조에 들어가 앉았어요.
부엉이 아주머니는 난생처음 아주 특별한 미용을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입지 않는 띠띠의 머리를 깎아주고 띠띠 엄마를 도와 욕조 정리도 해주었지요. 샤워를 하고 난 후 띠띠 모습을 보여 셋은 모두 너무 행복해했어요. 머리를 단정히 깎은 띠띠는 남자 아이지만 너무 예뻤어요.
부엉이 아주머니는 앞으로 띠띠 미용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어요. 띠띠 엄마는 너무 고마웠어요. 머리를 깎고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띠띠는 계속해서 거울을 보며 웃다가 작은 샘에게 갔어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작은 샘은 갑자기 달려온 띠띠를 보며 환하게 웃었어요. 띠띠와 얼굴을 마주하고 웃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어요.
작은 샘 안의 무지개 빛이 저녁 숲을 환하게 비췄어요. 작은 샘은 마음에 커다란 풍선을 품은 듯 햇어요. 그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몰랐지만 그저 띠띠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어요. 작은 샘은 자신이 띠띠를 위해 하고 있는 작은 일이 어쩌면 띠띠를 위한 것도, 띠띠의 엄마를 위한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일은 작은 샘 자신을 위한 일이었어요. 띠띠를 만나는 이 일 때문에 작은 샘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알지 못할 행복을 경험하고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