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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Sep 15. 2022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려는 아이의 엄마

띠띠는 부엉이 아주머니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커트뿐만 아니라 펌도 자주 하게 되었어요. 펌을 했을 때 주변에서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니 이제는 펌을 당연히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펌을 하려고 커트를 하고 기다리는 모든 과정이 가능해졌지요. 이런 띠띠의 모습에 작은 샘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띠띠를 만나기로 한 날, 작은 샘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은 띠띠 엄마 모습만 보였어요.


“오늘은 저 혼자 왔어요. 띠띠가 충치 치료랑 발치 때문에 전신 마취를 하고 치료를 해서 집에서 자고 있어요. 띠띠 아빠가 잠시 띠띠를 봐준다고 해서 혼자 잠시 들렀어요.”


“아.. 치아 치료가 어려워서 전신 마취를 하나 봐요?”


“네. 치료를 위한 여러 도구 소리나 주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울며 주변에 물건들을 밀고 던지기까지 해서 치료가 어려워요. 치료를 위해 가만히 누워 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고요. 그래서 자주 마취하는 건 피하려고 충치가 좀 있어서 미루고 미루다 한 번에 치료를 해요.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어요.”


“띠띠도 어머니도, 아버님도 고생하셨어요. 띠띠 잘 때 좀 쉬시지 여기까지 오셨어요.?”


“띠띠에 대해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네.. 어떤 걸까요?”


“띠띠의 외모가 달라지고 조금씩 언어적인 표현을 시도하면서 띠띠는 이전과 달리 소통하려 노력했어요.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어요.”


“네. 띠띠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려는 시도를 자주 해 주고 있지요.”


“그런데 그런 시도가 띠띠만의 방법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네. 친구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나 학교에서 수용이 어려운 방법들이겠지요.?”


“네. 그래서 띠띠도 모르게 친구들의 몸에 손을 대는 일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띠띠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울음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 선생님도 난감하셔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고.”


“그런 상황이면 통합반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원반 선생님도 도와주시려고 띠띠를 지원반으로 데려가지만 거기서도 띠띠의 울음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것 같아요. 심지어 지원반으로 가는 중에 복도 누워 울기도 했어요. 많은 친구들이 수업을 할 수 없었어요. 학교는 띠띠만을 위한 곳이 아니니까요.”


“아.. 어려운 상황이네요.”


“띠띠가 어떤 이유로 친구와 다퉜는지는 띠띠가 아닌 다른 친구의 이야기로 전해 들어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도 띠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요. 왜 띠띠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요.”


“참 어렵네요. 띠띠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예전보다 띠띠가 간단한 의사표현이 되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 모두 띠띠를 대하는 것이 즐겁고 편해졌다고 해요. 하지만 한 번씩 심하게 울거나 과격한 행동을 할 때면 상황이 해결이 되질 않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띠띠의 상황을 알려주시고 집으로 데려가 주실 것을 부탁했어요.”


“아.. 그래서 띠띠가 학교 수업을 마치지 못하고 이른 시간에 저를 찾아왔던 날이 있었군요.”


“네. 그래서 아주 심한 경우에는 띠띠를 데리고 왔는데, 그 횟수가 점점 늘고 있어요. 그러면서 띠띠의 문제행동이 그리 심하지 않은데도 귀가를 요청하시는 듯한 날도 있었어요. 제 마음이라 그렇게 생각이 된 거겠지요? 아이를 조금 더 달래고 아이가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길 바라는 건 제 욕심인 것 같았어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이야기를 전해 듣는 저도 여러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는데 어머니는 어떠셨겠어요?”


“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주일에 4일 정도를 이른 하교를 하고 있어요. 띠띠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다 교육이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정말..”


“혹시 띠띠가 작은 샘을 만날 때도 이런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요즘 집에서 짜증이 많이 늘고 자신이 소통을 시도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원하는 반응이 아닐 때 우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은 띠띠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기다려야 하거나,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선을 지켜야 하는 것일 때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저랑 있을 때는 이런 부분 때문에 가끔 짜증을 내거나 원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거든요.”


“네. 맞아요. 그런 상황이 학교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적절한 해결책을 못 찾고 띠띠가 떠나야 해결이 되고 있어요. “


“학교가 늘 힘들고 어려운 공간인 띠띠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런 상황을 학교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걱정이네요.”


“이미 그런 것 같아요. 이젠 아침에도 등교를 거부하며 떼를 부려요.”


“힘든 시기지만 띠띠가 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봐요.”


“네. 이 시간이 잘 지나가면 좋겠는데, 왜 이리 두려운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 잡고 힘을 내야지요.”


“네네. 그러셔야지요.”


작은 샘은 이렇게 띠띠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작은 샘과 단 둘이 있을 때, 띠띠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거나, 물건을 던지고 때리면 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려주려 하고 바른 대처법을 알려주고 시도해 볼 것을 권했지만 띠띠는 좀처럼 그 방법을 수용하지 않고 고집을 부렸어요. 그렇게 띠띠는 자기 방법으로 소통을 계속 시도했어요. 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학교에서의 문제 상황은 더 심각해졌어요.


작은 샘은 띠띠가 문제 행동을 하고 울 때면 그 행동이 옳은지, 어떻게 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인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먼저 띠띠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띠띠를 수용하며 대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어찌 띠띠를 이해할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어요. 표현해주지 않으니 알 방법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샘은 띠띠와 마주했어요. 띠띠는 조용히 작은 샘 옆에 앉아 기댔어요. 작은 샘도 띠띠에게 기대고 가만히 기다렸어요.


“띠띠야~.”


“네~ 작은 샘!”


“띠띠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해 미안해. 힘들지?”


띠띠는 아무 말 없이 작은 샘을 바라봤어요. 작은 샘도 띠띠의 눈을 바라봤어요. 띠띠 눈에 눈물이 고여 작은 연못이 생긴 것 같았어요. 띠띠는 눈물을 가득 채우고 작은 샘을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러다 작은 샘 안으로 띠띠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작은 샘도 소리 없이 울었어요. 혼자 만의 세계에 있던 띠띠가 다른 세계와 접촉을 하려고 할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일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띠띠는 정말 엄청난 용기를 내서 발을 내디뎠을 거라는 건 확실했어요. 띠띠가 다른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을 때 다른 세계는 띠띠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꼈어요. 띠띠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교육을 받고 있지만 그 현장은 띠띠가 경험하는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하지만 작은 샘은 띠띠가 이 시간이 길어져도 띠띠를 수용해 주는 몇몇이 있다면 띠띠는 이 시간을 지나 성장할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지만 띠띠는 혼자가 아니고, 작은 샘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마음속으로 되뇌며 띠띠를 만날 날을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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