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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Sep 16. 2022

전학 권유를 자주 받는 아이의 엄마

귀뚜라미 소리가 숲을 가득 채우고, 낙엽이 숲 속 여기저기를 채워갈 때까지 띠띠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다림의 훈련이 조금씩 이뤄졌고, 그 기다림의 훈련으로 관계의 불편함이 조금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사회적 상황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방법으로의 소통을 시도할 때는 기다림이 어려웠어요. 그 상황에서 띠띠가 선택한 방법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수용해 행동을 조절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숙제 같았어요. 어쩌면 해결되지 못할 과제랄까. 가을이 깊어 가면서 작은 샘의 고민과 걱정도 깊어갔어요. 그 걱정과 고민이 있지만 그 순간에도 작은 샘은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띠띠는 언어적인 소통을 하기까지 8년이 걸렸고, 그런 띠띠가 다른 세계를 만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띠띠를 이해하고, 띠띠의 입장에서 상황을 생각해 보고 기다려주며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어요. 작은 샘은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고민을 거듭할 때 띠띠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지 물을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희망과 즐거움의 언덕을 넘어 무언가 지나가기 힘든 언덕 앞에서 헤매듯 가을을 보내게 되었어요.


가을이 지나가면서 띠띠 엄마의 학교 출입은 아주 잦아졌고, 띠띠는 작은 샘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띠띠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고, 등교 거부를 반복했어요. 띠띠 엄마와 아빠도 이 상황이 너무 힘들었는지 등교를 시키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어요. 학교에 가지 않으면 띠띠는 편안해했어요. 그런 모습에 작은 샘도 띠띠 엄마와 아빠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띠띠 마음을 알 수 없어 그 고민에 지쳐 갔지요. 그러던 어느 날 띠띠 엄마와 아빠는 다시금 마음을 다 잡고 띠띠를 학교에 보내고, 선생님께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보기로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띠띠를 등교시키며 하교 시간에 담임 선생님과 통합반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지요.


띠띠를 등교시키고 하교 시간까지 띠띠 부모님과 작은 샘은 알지 못할 불안을 느꼈어요. 띠띠가 오늘 학교 생활을 잘해 줄지,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어떨지. 사실 무엇을 어떻게 부탁해야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것인지 어려웠거든요.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 하교 시간! 띠띠 부모님은 학교 앞으로 먼저 가서 기다렸어요. 아이들이 하나둘씩 하교를 하고 띠띠 부모님은 교실로 들어갔어요. 띠띠는 실무사 선생님께서 잠시 돌봐주시기로 했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상담 요청 먼저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희가 먼저 서둘러 상담을 요청했어야 했는데, 사실 띠띠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저희도 고민이 되어 선뜻 만남을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러셨군요. 요즘  학교에서 띠띠의 문제 행동이 반복되고 있어요. 울거나 소리를 지르고, 달래면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때리거나 꼬집어요.”


“네. 그래서 자주 이른 귀가를 했었지요. 띠띠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보통은 갑작스러워서 이유를 모르겠다 느껴질 때가 더 많아요. 그리고 일부 상황은 차례를 기다려야 할 때 못 기다려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친구를 때려서 주의를 주면 울음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상황이 명확한 경우보다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아서 띠띠를 어찌 도와야 할지 어려워요.”


“네.. 집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요. 집은 사실 띠띠와 저희만 있으니까 그래도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주의를 주고 행동을 바꿔 보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학교는 사실 다른 친구들도 있고.. 난감하실 것 같아요.”


“네..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띠띠의 문제 행동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어서 부모님께서 띠띠의 특수학교 전학을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요?”


“특수학교 전학이요?”


“네. 특수학교에서는 띠띠의 문제 행동을 도와줄 선생님들도 많고, 이런 행동들도 일정 부분 수용 가능할 것 같아서요.”


“아.. 네.. 이전에도 통합반 선생님께서 전학 권유를 하셔서 인근에 학교를 알아봤지만 띠띠가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없었어요. 정원이 다 차서요..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학을 고민해 보시고 알아보셨나 봐요. 저희도 한 번 알아보도록 할게요.”


“전학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띠띠 아빠가 여기서 일도 하고 있고 띠띠도 익숙한 환경이라서요.”


“학교에서는 사실 띠띠를 오래도록 봐왔고, 다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띠띠를 더 기다려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말일까요?”


“아.. 부모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다른 아이들 부모님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어서요. 이해 부탁드려요.”


“네.. 주신 의견 고려해서 저희도 고민해 볼게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다시금 용기를 내어 무언가 시도해 보고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부모의 마음은 늦가을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듯했어요. 대화를 나누며 띠띠의 상황을 들으니 무언가 더 요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 느껴졌어요. 다른 부모님들의 마음도, 선생님들의 마음도 몰라라 할 수 없었기에. 띠띠의 손을 잡고 엄마와 아빠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띠띠가 걷는 대로 따라 걸었어요. 그렇게 걷다가 셋은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띠띠를 보며 엄마와 아빠는 한동안 말이 없었어요. 띠띠의 노랫소리 속에 차분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여보~ 우리 이제 그만하자.”


“뭘 그만해요?”


“띠띠 통합 교육이랑 작은 샘 찾아가는 것도 그만하자.”


“특수학교로 가자는 말이지요?”


“응. 근처 학교는 정원이 다 찼으니까 조금 멀어도 띠띠가 갈 수 있는 학교를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


“그래요. 우리만 생각할 수 없고, 띠띠의 통합만 고집하는 것도 어쩌면 띠띠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욕심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작은 샘한테는 띠띠가 가고 싶어 할 거예요.”


“학교를 멀리 가면 이사도 고민해봐야 해서 어렵지 않을까?”


“그러게요. 얼마 전에 알아봤을 때도 여기서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입학이 가능했어요.”


“그러니까 이사를 가서 띠띠가 적응하도록 돕고, 다른 선생님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작은 샘을 찾아가 상황을 말할 마음이 여유가 없어요.”


“아마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실 거야.”


“그래요. 띠띠와 우릴 우리보다 더 이해해주시려 애쓰시는 분이니까요.”


띠띠 부모님은 결국 전학을 결정했고, 작은 샘은 그 과정의 아픔을 만나서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어요. 상담이 있은 후 한동안 띠띠와 띠띠 엄마를 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띠띠 엄마가 바람에게 소식을 전해왔어요. 바람은 띠띠 엄마의 편지를 전해주었어요.


‘작은 샘~ 태어나서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고 소통하지 않던 우리 띠띠가 말을 하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다른 누구와 함께 하지 않던 많은 것을 작은 샘과 함께하며 편안해했던 띠띠 모습에 참 행복했어요. 늘 저희 마음을 먼저 생각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힘든 시간을 잘 넘길 수 있었어요. 아빠와 제가 이젠 좀 지친 것 같아요. 이제 모든 걸 멈추고 싶어요. 전학 권유를 반복해 받고 다른 학부모님들의 원망을 받으며 보내던 학교를 이젠 그만 다니려고 해요. 그리고 작은 샘을 만나 보내던 시간을 이젠 그만 갖을까 해요. 특수학교 입학을 알아보고 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만남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사 전에 미리 띠띠가 적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리해 보려고요.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띠띠 엄마의 편지를 받고 작은 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바람에게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도 작은 샘은 마음을 담아 띠띠 엄마에게 답장을 전했어요.


‘어머니~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을지 저는 잘 모르겠지요? 띠띠에게 가장 좋은 결정을 하셨을 거예요. 결정하신 대로 차근차근 잘 진행하시면 좋겠어요. 띠띠가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이렇게 누군가를 보내는 게 마음이 허전했던 적이 없었는데, 한동안은 띠띠와 어머니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 저도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동안 믿도 띠띠를 맡겨 주셔서 감사했어요. 띠띠에게 보고 싶을 거라고,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이렇게 작은 샘과 띠띠 엄마는 바람의 도움으로 소식을 주고받았어요. 작은 샘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 버린 듯했어요. 띠띠에게 주어진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리고 띠띠를 향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요. 작은 샘의 마음을 채우고 있던 무언가가 쑥 빠져나간 것 같았고, 어떤 것도 할 힘이 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가을이 저물어 가고 겨울이 문턱에 다라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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