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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Sep 17. 2022

집요하게 요구하는 아이의 엄마

띠띠와의 이별 앞에 작은 샘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했어요. 무언가 허전하고, 무엇을 해도 이전처럼 힘이 나질 않았어요. 작은 샘의 마음은 늘 띠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띠띠 소식이 너무 궁금했지요. 하지만 먼저 띠띠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힘든 마음을 정리하려 노력 중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작은 샘도 그 시간을 같은 마음으로 보내 보기로 했어요. 작은 샘은 띠띠를 보내고 허전한 마음, 그리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마음을 정리해 가기 시작했어요. 두 달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작은 샘은 조금 기운을 차렸어요. 늘 샘 옆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던 띠띠가 보이는 것 같았지만, 띠띠와 같은 다른 친구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어요.


띠띠가 떠나가고 작은 샘의 무지개 빛은 조금 어두워졌어요. 마치 작은 샘의 슬픔을 말해주는 것처럼요. 작은 샘은 다른 친구들을 도우며 애써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띠띠 엄마가 찾아왔어요. 작은 샘은 너무 놀랐어요.


“작은 샘~ 안녕하세요. 너무 죄송해요. 찾아와 이야기도 못 하고 도망가듯 떠나버렸다 나타나서 놀라셨지요? 사실 띠띠 학교에서 상담을 하고 전학 권유를 받으면서 이전의 모든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싶었어요. 좌절감 같은 거요.”


“네. 어떤 마음이셨을지 다는 이해 못 하지만 이해하려 했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감사해요.. 이해해 주셔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띠띠를 위해 매달렸던 모든 것에서 자유하고 싶었고, 그래도 별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띠띠의 문제 행동이 반복될 때 무력한 부모인 것도 너무 싫었고. 절망감이 찾아왔어요. 그래서 전학을 핑계 삼아 도망을 간 것 같아요. 저도, 띠띠 아빠도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띠띠는 잘 있지요?”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작은 샘을 찾아오지 않으면서 처음엔 한두 번 안 가고 가겠거니 생각했는지 떼를 부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3주 차부터 띠띠가 계속 작은 샘에게 가겠다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늘 정해진 틀대로 생활하는 아이니 까요. 그런데 그 요구가 너무 집요했어요. 아무리 반복해서 설명하고 못 간다고 해도 하루 종일 작은 샘에게 가겠다고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아.. 띠띠가 저를 찾아주었다니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조금 행복해지는 마음이 들어요. 저도 띠띠를 볼 수 없어 너무 슬펐어요. 온몸에 기운이 없고.. 허전했어요.”


“띠띠가 집요하기 요구하기 시작할 때 대체 제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띠띠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이렇게 뭔가를 간절히 요구했던 적인 없던 아이라서 더 그랬어요. 그래서 아빠도 저도 다시 마음을 잡고 띠띠에게 집중하기로 하고 작은 샘을 찾아왔어요.”


“띠띠를 만날 수 있다면 저도 힘이 날 것 같아요.”


“감사해요. 학교 전학이 가능할 때 이사를 가려고 해요. 그때까지 작은 샘과 띠띠가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네. 그럴게요. 전학 가기 전 까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띠띠와 이별도 준비해 간다면 편안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너무 죄송하고요.”


“제가 감사한 걸요. 어서 띠띠를 보고 싶어요. 제가 띠띠를 그리워한 만큼 띠띠도 저를 그리워하고 찾아줘서 너무 행복해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와 대화를 마치고 가만히 띠띠를 생각했어요. 자신에게 필요한 간단한 요구 외에 특별한 요구가 없었던 띠띠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집요하게 계속 요구했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이 되었어요. 그런 띠띠라서 띠띠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지만, 누군가와 무언가 공유하고 교감하는 띠띠가 너무 놀랍고 사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자신만의 틀을 깨고 나온 그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늘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먼저 행동하고 말보다는 몸짓으로 소통하는 띠띠였는데, 그런 띠띠가 얼마나 간절했던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많은 주변 사람들은 띠띠가 다른 친구들과 다른 친구라고, 마치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고 하지만 띠띠 또래의 어떤 친구와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여느 아이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요구하는 평범한 아이인 것을. 띠띠의 이런 모습을 보며 작은 샘뿐만 아니라 띠띠의 부모님도 너무 놀랐어요. 띠띠의 이런 모습 때문에 띠띠 엄마는 다시 엄마로 설 수 있었다고 했어요. 어쩌면 자신이 띠띠를 돌보고 띠띠를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라 띠띠가 엄마를 엄마 되게 해 준거라고요.


띠띠 엄마가 다녀간 다음 날, 띠띠가 작은 샘을 찾아왔어요. 띠띠는 작은 샘을 바라보고 환하게 웃었어요. 띠띠는 한참 동안 작은 샘 주변을 빙빙 돌았어요. 작은 샘은 띠띠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눈물을 참고 있었어요.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그리움이 너무 컸나 봐요.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저 서로를 바라봤어요.


“띠띠야, 너도 내가 보고 싶었니?”


“네네~ 네네~.”


“보고 싶다 표현해 줘서 고마워. 다시 만나서 너무 고마워.”


띠띠는 말없이 환하게 웃으며 작은 샘에게 안겼어요. 작은 샘은 기다림의 시간에 느꼈던 허전함과 슬픔보다 띠띠가 마음을 표현하고 찾아온 지금이 너무 감동이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잔잔하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전해졌어요. 띠띠와의 교감이 샘 안을 무언가로 가득 채웠어요. 샘 안이 무지개 빛으로 가득 찼고 그 빛은 띠띠와 작은 샘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어요.


무지개 빛 아래 둘은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어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의 따사로움은 지난 그리움을 모두 가져가 버렸어요.


작은 샘은 이 순간이 멈춰있기를 바랐어요. 띠띠와 함께 할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그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어떻게 띠띠를 떠나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어요. 작은 샘이 띠띠를 바라보며 고민하는 사이 띠띠는 작은 샘과 늘 그랬듯 함께 웃으며 놀고 싶어 했어요. 작은 샘도 지금 허락된 순간을 서로 함께 웃으며 보내다 보면 자신이 하던 고민이 해결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순간 작은 샘은 이전과 같이 띠띠와 함께 머물기로 미음 먹었어요. 알지못 할 편안함이 작은 샘의 마음을 가득 채웠어요.


띠띠와 재회를 하며 작은 샘은 허락된 시간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보고 싶었어요. 띠띠는 작은 샘 주변에 앉아서 하염없이 샘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작은 샘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요? 띠띠의 마음이 궁금했지만, 작은 샘은 묻지 않았어요. 작은 샘도 하염없이 띠띠를 바라보며 띠띠를 마음에 담고 싶었으니까요. 띠띠는 작은 샘과 시간을 보내며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램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림책의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으며 환하게 웃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원하는 페이지를 가리키며 작은 샘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했어요. 읽어 달라는 표현이었지요. 작은 샘은 띠띠에게 “읽어 주세요”라고 표현하도록 도와주었어요. 글을 읽으면서 띠띠는 작은 샘과 그림을 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어요.


띠띠의 엄마는 저녁이면 띠띠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어요. 그리고 띠띠는 그때마다 자신이 아는 글씨를 엄마에게 알려주느라 분주했지요. 그렇게 새로운 성장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가 띠띠와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었어요. 책을 가까이하면서 띠띠는 혼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가끔 책을 가져와 작은 샘과 함께 보기도 했어요. 책을 가까이하는 띠띠를 보면서 작은 샘은 띠띠가 다른 사람의 말을 더 집중해 듣는다면 의사표현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띠띠와 청각적 자극을 더 잘 수용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고. 그 과정 중에 띠띠는 짧은 문장 표현을 하는 빈도가 잦아졌어요. 엄마도 아빠도 다시 용기를 낸 것이 잘 한 선택이라 생각했어요. 의사 표현이 많아지면서 학교에서의 문제 행동도 줄었지요.


그때부터 띠띠 엄마와 아빠에게는 어느 학교에 띠띠가 다니고 있고 어떤 교육을 받는지 보다 띠띠가 세상과 더불어 잘 지내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 되었어요. 학교에서의 여러 문제 행동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띠띠의 부모님은 띠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이 있었기에 띠띠 부모님은 용감하게 띠띠를 위한 특수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도전을 시작했어요. 그 과정을 보는 작은 샘은 자녀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아니고서는 헤아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띠띠의 전학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띠띠의  전학이 다가왔어요. 작은 샘과 띠띠는 아쉬웠지만 만나는 날마다 이별을 연습했어요. 그 이별 연습이 있어서 띠띠와 작은 샘의 두 번째 이별은 이전과 달랐어요. 떠나보냄이 아쉬웠지만, 언제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고 마음먹으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서로가 있다는 걸 더 기억할 수 있었어요.


작은 샘은 띠띠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어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아는지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바라볼 뿐이었어요. 하지만 그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지요.


"작은 샘~ 너무 고마웠어요. 긴 시간 띠띠와 함께 해 주시고 이렇게 마지막까지 띠띠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띠띠와 함께 한 시간이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아마 평생에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럴 것 같아요. 띠띠와 함께 해 주신 것도 감사하지만, 저희 부부가 띠띠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걸 포기하려 할 때마다 옆에서 힘이 되어주셔서 지금 순간이 온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저도 띠띠 부모님이 믿고 함께 해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띠띠 어머니~ 세상에 많은 엄마들이 있고 어머니도 그 어머니 중 한 분이세요. 그냥 엄마로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엄마요? 제가 그게 가능할까요? 세상의 시선이 아직은 많이 두려워요."


"네. 그러실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 마음은 세상 그 어떤 엄마의 마음보다 따뜻하고 헌신적이에요. 세상의 시선에 띠띠와 어머니를 맡기지 않고 살아가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금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 서로를 격려하면서요."


"네. 어렵겠지만 노력해 볼게요. 이번에 큰 일을 겪고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제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누구보다 잘 해내실 거라 믿어요. 어머니 때문에 띠띠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의 어머니들도 그냥 엄마로 세상을 살아가며 엄마의 사랑의 소중함을 인정받는 일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네. 너무 외로운 길을 걷는다 생각했는데, 용기를 내보고 싶어요. 외롭다 생각할 때 작은 샘을 만났고 그 만남이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듯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요."


"제가 위로가 되었다니 너무 행복해요. 어머니께서 선택하신 모든 결정이 어머니와 주변의 다른 엄마들에게 행복을 나누는 귀한 도전이 되길 바라며 늘 응원할게요."


"네네~ 너무 감사해요. 종종 소식 주고받고 싶어요."


"그럼요. 그러셔야지요."


이렇게 작은 샘은 띠띠와 이별을 했어요. 둘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바라보며 감정을 교류했어요. 띠띠의 그 모습이 지금도 작은 샘에게는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있어요. 말을 하지도 행동을 하지도 않지만, 교감하는 띠띠의 모습이.


작은 샘은 띠띠 엄마와 대화를 나누면서 띠띠가 살아가는 세상은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고 그 수용이 이해를 가져와 작은 행복이 하나씩 채워져 가는 세상이 되길 기도했어요.


띠띠와의 마지막 만남 후 작은 샘은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을 시작했어요. 그 만남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그 하루하루를 보내며 작은 샘은 아이들 곁에 있는 엄마들에게 “그냥 엄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작은 샘은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허락된 시간까지 동행하며 위로의 통로로 살아가고 싶었어요. 띠띠가 떠나고 난 후에도 작은 샘의 무지개 빛은 숲 속을 환하게 비췄어요. 그 무지개 빛은 점점 환하고 따뜻하게 숲 속을 채워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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