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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샘 Sep 05. 2022

엄마라 불리지 않는 엄마

작은 샘과 띠띠는 계절의 변화를 함께 느끼며 시간을 보냈어요. 때로 같이 울고, 때론 웃으며 서로의 곁에 있어 주었지요. 그 시간을 보내며 작은 샘은 때로 띠띠가 더 성장하고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 앞서 가기도 하고, 그러다 띠띠에게 뺨을 맞기도 하고, 띠띠가 뱉는 침을 느껴야 할 때도 있었어요. 그 순간에는 정말 당황스럽고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이었는데, 그 순간도 띠띠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인내하며 보냈어요.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울어 띠띠를 그냥 안아주고 달래야 했던 날도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작은 샘의 무지개 빛이 작은 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고, 그 따뜻함이 띠띠에게 흘러갔어요. 띠띠도 그 따뜻함을 느끼고 작은 샘을 사랑해주었어요. 작은 샘은 띠띠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어요.


띠띠를 바라보고 있으면 작은 샘은 무언가 샘이 가득 차는 느낌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아마도 띠띠를 향한 작은 샘의 마음이 그랬던 것 같아요. 오늘도 작은 샘은 그 가득 차는 마음으로 띠끼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하고 띠띠를 기다렸어요. 띠띠 엄마와 아빠는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 띠띠가 “엄마, 아빠”를 불러 주길 9년째 기다리고 있어요. 늘 누군가를 부르기보다는 다가가서 툭툭 치거나 옆에 앉아서 손을 잡고 당기는 모습을 보이던 띠띠. 이 방법이 아니면 띠띠는 “에에”하며 소리로 자신이 어떤 욕구가 있다는 걸 표현했어요. 그러면 엄마, 아빠는 예측을 해서 띠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때론 거절당하고, 때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때론 띠띠의 마음을 몰라 우는 모습을 보아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띠띠 엄마가 가장 바라던 건 띠띠가 엄마를 불러주는 것이었지요.


“띠띠야~ 엄마야. 어~엄마 해봐.”


띠띠 엄마가 계속 부탁을 해도 띠띠는 아무 반응이 없어요. 지친 엄마는 포기한 듯 멈추었어요.. 그때 띠띠와 엄마 옆으로 너구리 치치와 너구리 엄마가 지나나고 있었어요.


“엄마~ 저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팽이 놀이했어요. 저희 편이 이겨서 너무 좋았어요.”


“와~~ 우리 치치 너무 신났겠구나.”


“네네~ 내일도 또 하기로 했어요. 내일도 이기고 싶어요.”


치치와 엄마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갔어요. 띠띠 엄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어요. 띠띠는 엄마를 두고 먼저 작은 샘 옆으로 가 버렸어요. 띠띠 엄마는 아무도 부르지 않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치치와 치치 엄마를 바라보고 서 있었어요. 어떤 마음일까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의 마음을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띠띠 엄마를 부르지 않고 계속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띠띠도 아무 말 없이 엄마를 기다렸어요. 한참이 지나고 나서 띠띠 엄마는 작은 샘을 돌아보았어요. 그때 띠띠 엄마의 눈에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띠띠는 엄마의 눈물을 알지 못했어요. 작은 샘은 다시 기다렸어요. 띠띠 엄마가 소리 없이 다가와 작은 샘 옆에 앉았어요. 한참을 말없이 샘 안을 보고 있었어요. 작은 샘도 말없이 함께 기다렸어요. 그 시간은 마음이 너무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았어요. 작은 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요.


“작은 샘~ 저는 다른 엄마들과 동일하게 띠띠를 임신하고 출산했어요. 그리고 띠띠가 자라면서 모든 것이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발달하고 더딘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가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정말 바랐던 한 가지가 있었어요. 다른 건 다 늦고, 잘 못해도 엄마와 아빠를 불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당연히요. 엄마와 아빠를 부르지 못할 거란 생각을 안 했는데, 그 부름을 아직까지도 못 들었어요. 교육하며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띠띠는 유독 언어발달은 진보를 보이지 않았고, 감정 교류도 보기 어려웠어요. 내 아이가 나를 부르고, 그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것이 당연한 일인 줄만 알았던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엄마라는 말을 얼마나 기다리셨겠어요. 아까 치치를 보시는 모습을 보며 띠띠 엄마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 부르지 않을 거라 생각해봤겠어요. “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기다리는 말인데, 너무 오랜 기간 들어보지 못한 그 부름이 어쩌면 너무 낯설고 어색할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듣지 못했지만 절대로 낯설고 어색하지 않을 거예요. 띠띠가 엄마를 부른다면 그 순간은 정말 행복하실 거예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것처럼 기다리면 언젠가는 띠띠가 엄마라 불러주겠지요?”


“그럼요. 언젠가는 띠띠가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 친구의 이름도 부르게 될 거예요. 절대 포기하시면 안 돼요.”


“네. 띠띠가 조금씩 변화하고 자기 행동도 조절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답도 하고 있으니 띠띠를 믿고 기다려볼게요.”


작은 샘은 띠띠에게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자신도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하지만 띠띠의 마음을 이해하고 너무 서두르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작은 샘은 띠띠를 위해 작은 샘 옆의 소나무 숲에 사는 딱따구리 친구들에게 부탁을 했어요. 작은 샘 주면의 나무 잎이나 나무 둥치에 띠띠 엄마, 아빠의 얼굴을 그려달라고 말이에요. 딱따구리의 부리도 둥치나 나뭇잎에 구멍을 뚫어 얼굴을 그려달라고 했어요. 작은 샘 근처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어디에나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딱따구리들은 작은 샘이 들려주는 띠띠와 띠띠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어요. 작업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작은 샘 주변 어디서나 띠띠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딱따구리들의 긴 작업이 끝난 저녁, 작은 샘 안에서 무지개 빛이 샘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어요. 이전과 달리 그 빛은 숲의 나무들을 향해 강하게 비추었어요. 그 빛이 나무에 닿자 나무 둥치와 나뭇잎에 새겨 둔 띠띠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숲 속 가득 띠띠 엄마, 아빠의 얼굴이 가득 찼어요. 작은 샘은 그 모습에 너무 감격해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라볼 뿐이었어요. 그때 띠띠와 띠띠 엄마도 작은 샘 주변에 와 있었어요. 띠띠는 무언가 발견한 듯 신이 나서 뛰기 시작했고, 숲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엄마, 아빠 얼굴을 찾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려보고, 한참을 쳐다 보고 다른 곳으로 옮겨 또 그리고, 바라보고를 반복했어요. 작은 샘은 띠띠의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가 띠띠에게 “엄마, 아빠”라는 말을 반복해 들려주었어요. 띠띠는 계속해서 뛰어다니며 엄마, 아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어요. 그러다 띠띠는 작은 샘을 따라 “엄마, 아빠”를 불렀어요. 그 순간 띠띠 엄마는 울며 주저앉았어요. 그 순간 띠띠 엄마의 마음을 작은 샘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라 생각했어요. 그저 한없이 기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무언가 간절한 소망이 이뤄진 순간의 마음이랄까.


띠띠는 그날 밤 오래도록 숲 속을 뛰어다니며 작은 샘과 함께 “엄마, 아빠”를 불렀어요. 띠띠가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숲 속 가득 찼어요. 띠띠 엄마는 작은 샘에게 잠시 띠띠를 부탁하고 잠시 다녀 올 곳이 있다고 했어요. 작은 샘과 띠띠는 계속해서 엄마, 아빠를 부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었어요. 띠띠 엄마는 급하게 달려가서 띠띠 아빠를 데려왔어요. 아빠에게 띠띠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띠띠 아빠는 숲 속을 뛰어다니며 아빠, 엄마 얼굴을 손가락으로 그리고 이 세상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로 엄마와 아빠를 바라봐주는 띠띠를 보며 울며 웃고 있었어요. 숲 속 모든 친구들은 그 모습을 그냥 바라볼 뿐이었어요.


작은 샘은 띠띠 엄마와 아빠에게 띠띠에게 다가가 보라고 했어요. 둘은 천천히 띠띠를 부르며 띠띠에게 다가갔어요.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띠띠야, 엄마야!”


“네, 엄마!”


“띠띠야, 아빠야!”


“네, 아빠!”


“고마워~ 띠띠야.”


띠띠는 엄마, 아빠를 보며 부르고 또 불렀어요. 띠띠 엄마와 아빠는 띠띠를 바라보며 울며 웃었어요. 그날 밤 띠띠 엄마와 아빠는 지난 시간 기다림의 힘듦이 어디론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린 것 같았어요.  띠띠 엄마와 아빠는 띠띠가 다른 친구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조금씩 변화하길 기대하는 마음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어요. 띠띠를 키우며 오랜 시간 접어 두었던 마음을 다시 꺼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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