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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Feb 26. 2023

중학생이 되는 아들을 보면서

수필

중학생이 되는 아들을 보면서     

                                  

   내 아들이 며칠 전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졸업식에 참석해서 졸업식을 지켜보고 비디오 촬영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과 나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으로 감회가 깊었다. 우선, 옛날에는 재학생의 송사, 졸업생의 답사 등이 이어질 때 식장의 숙연한 분위기와 울음바다였던 것에 비해, 교실에서 아들의 반 친구들은 눈시울을 붉히는 여선생님을 위해 칠판에 적힌 “샘, 사랑해요. 참말로!” 라든가, “우리 선생님을 위해 박수치자”는 한 아이의 말에 뜨거운 박수를 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이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한 사람씩 포옹해 주며 아쉬움을 나누고 격려를 해 주는 풍경은 그래도 내 코끝을 찡하게 했다.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좋은 사람이 돼라“시는 선생님, 정말 아버지로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다음은 아들이 중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나의 그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고향 섬을 떠나 뭍으로 나가 고등학교와 중학교와 다니는 동네 형 두 명과 새로운 생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7시간 넘게 여객선을 타고 간 객지는 감기 몸살로 나를 반겼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나는 적응을 잘 못하고, 두고 온 고향산천, 부모, 형제, 친구가 있는 쪽 하늘을 보면서 많이도 울었던 기억, 토요일이면 내가 타고 온 여객선이 도착하는 부두로 곧장 달려가 고향사람 한 명이라도 만날 수 있는가 하고, 식구들의 소식을 알고자 했다. 고향사람을 못 만나고 되돌아 자취방으로 오는 14살짜리의 마음이란 눈물뿐이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가야지, 엄마가 보고 싶다”  그런 내 소식을 들은 엄마는 걱정으로 가득한 채 달려오고, 다녀가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했던 중학교 시절의 낮선 도시에서의 3년의 생활은 그리움이었다.

   내 아들이 5학년이던 초봄에 둘이서 기차를 타고 친척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그 그리움의 도시에 갔었다. 아들에게 그 얘길 들려주면서 내가 다녔던 중학교를 찾아갔지만 다른 곳으로 이미 오래전에 옮겨 가서 지금 있는 학교 앞 문방구 주인에게 물었더니 모를 만큼 세월이 흘렀음을 느꼈고, 고향을 기다리던 그 부두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고 고깃배만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고향에 계신 일흔일곱의 아버지, 어머니께 내 아들이 중학생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도 그 밤에는 나의 옛날일이 생각나서 잠 못 이루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때에 비해 많이 풍요롭고, 부모와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아들을 보니 어려 보이지만 항상 밝고,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고 우리 부부의 잔소리 듣기를 싫어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난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에게는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매사에 충실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밝은 아이로 자라기를 기원한다.

<*아들의 중학교 교실 게시판에 담임선생님 부탁으로 올려 진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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