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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Feb 26. 2023

돌려주지 못한 기타

수필

돌려주지 못한 기타

                                                       

  열아홉, 스무 살인 그 해, 우리는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사회 첫출발의 시작을 부산의 한 신발회사의 신입사원 동기생으로 만났다. 동기생 열 댓 명은 모임을 만들어 매월 회사 인근 중국집이나 서면 일대에서 친목을 도모하며 사회생활의 어려움, 정보 등을 공유하며 젊음을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 대구에서 공고를 다녔고, 다른 동기들과 회사 앞에서 하숙을 하던 그 친구는 귀여운 얼굴에 만나면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고 적극적이어서 동기 모임의 초대 총무를 맡았었다. 그 친구는 자재 관리과, 나는 경리과에 일하면서 업무적으로 조금 관련이 있어 티격태격하기도 하였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었거나 또한 친하게 지내지도 않게 지내다 입사 후 1년쯤 되는 때에 한 사건이 있었다.


  동기 중에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 무역과에 근무하던 친구가 내게 고백을 해 왔다.  한 여직원과 교제를 하고 있는데 자재 관리과 그 친구도 그 여직원을 좋아해서 자꾸 만나달라고 한다면서 그 여직원이 어려움을 호소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기 둘이서 그 여직원 문제로 몇 번 만나기도 했는데 서로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헤어지기만 했다고 내가 만나서 얘기 좀 잘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는 나는 중재를 한답시고 당사자 세 명이서 한 자리에 만나서 여직원이 원하는 사람과 계속 교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를 해, 그들은 그렇게 셋이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만날 장소에 여직원이 나타나지 않아서 나를 포함한 우리 세 명은 찻집에서 하공에 날리는 의미 없는 대화만 나누다 헤어졌었다. 


  그 날 이후 자재과 친구는 업무적으로 내게 트집을 잡곤해서 자주 말싸움을 하게 되었다.나는 무역과 친구와 친하므로 심적으로 그 친구의 편을 들고 있었고, 자재과 친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내게 먼저 자기 하숙집으로 초대를 했다. 그날 저녁 함께 그 친구의 하숙집에서 밤을 새며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부모, 동생들, 학창시절, 꿈, 희망 등등.. 지금은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을 잊어버렸지만 그는 어려운 집안의 장남으로 힘들어 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글쓰기를 좋아하고 힘들 때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껴 인간적으로 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더니 기타 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집에서 연습해 보겠다고 기타를 빌려왔었다.


  그 후 그 친구는 여직원을 단념한 것 같았고 해가 바뀌고 동기들 중에서 한 명씩 군대에 입대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도 가게 되었는데 기타를 돌려주지 못한 것을 그가 입대한 후에야 알았다. 그 친구는 내게 안부 편지를 보내왔고 나는 진심으로 정성스런 위문편지를 보내주었다. 그가 입대한 후에 얼마 지난 9월 달에 그 친구가 무슨 행사 준비 중에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전해 듣고 우리 동기들은 대구에 있는 그 친구의 집을 주소만 가지고 찾아갔지만 부모님은 모두 국립묘지에 가셨고, 동생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 친구의 앨범을 넘기면서  젊은 나이에 먼저 간 그를 생각하며 속으로 울었다.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나는 좀 더 좋은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고, 그 기타를 돌려주지 못한 것에 용서를 빌었지만 그 친구가 없는 지금은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서러워서 창밖만을 바라보며 왔다. 지금도 9월이면 그 친구의 환한 미소가 그립다.   

       

추신: 그 친구가 죽기 3개월 전에 내게 보낸 편지 중에서     

  빛이 그리울 때가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하늘에 고이고이 빛을 밝히는 어두운 등불

  흘러내릴 듯한 고운 별빛도 우리들의 그 곳에 머물러 있다 합니다.

  우리가 찾는 참다운 빛은 우리들의 가까운 그 곳에 조용히

  그 날을 기다리는 인내와 함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한 가닥 차가운 외줄 비

  건조와 황폐로 인한 외로운 이 내 마음까지 포근히

  적셔 주는 바로 그 것까진 좋았는데

  너무 흠뻑 맞아 버렸어  감기 들려나봐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 (주)** 에 함께 입사했던 동기를 생각하며 쓴 글과 그 친구가 보내온 편지 보관분 중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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