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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르 왕자 Aug 27. 2022

교육 불평등과 대한민국의 위기 5

-학과 중심제의 이기주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과제들이 등장하고 정부가 이러한 정책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대학의 기관장들도 그에 대응하느라 직원들을 재촉하는 게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요즘에 자주 등장하는 이슈는 감원과 증원에 관한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인터넷에 대학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심심찮게 달리는 댓글이 바로 별 볼 일 없는 대학 싹 없애라고 하는 사람들의 짧은 댓글들이다.  별 볼 일 없는 대학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한 어려운 정의는 생략하더라도 대학의 효용가치에 대한 논쟁은 어느 정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대학이 실용학문, 혹은 직업을 구하는데 유용한 기술을 가르치거나, 더 좁게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정에 관한 실무자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의견이 담론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데는 분명 이러한 생각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물질적인 지배질서를 움직이는 법과 정치영역의 배제, 약육강식의 사회질서에 대한 순응)가 존재하고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공적 가치가 형성되는 데 있어 개개인의 시민의식이 가지는 중요성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사회의 발전방향이나 사회가 담보해야 하는 공동체의 올바름에 대한 지적 토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토대가 되는 대학에서의 활동들이 부재하게 되면서  대의제를 통한 투표행위로 정치행위를 축소시키고 '발전'을 물적 영역의 진보로만 한정 짓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사유나 비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개인의 철학적, 인문학적 성찰이 가지는 함의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 졸업자들이 대학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기모순에 직면해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이 공과대학과 의과대학, 혹은 보건계열(약학, 간호)의 교원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서 경쟁사회 자체가 옳고 그른지 혹은 능력주의 사회가 올바른지에 대한 사유를 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대학의 기능은 점점 약화되었으며 학생들 또한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행위에 대한 시작을 '초봉' 혹은 '직업'에만 투영함으로써  개개인의 발전 영역을 물적 영역에만 축소시키고 있다.  빈약한 지적 체력과 사유(탐구)하는 힘의 부족을 김영민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정신의 척추기립근'이라는 표현을 써서 표현하고 있는 데 오늘날 쏟아져 나오는 대학생들의 문제를 표현하는 정확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쓸모와 유용성'에 사로잡힌 대학이 스스로 '정신의 척추기립근'을 세우는 곳으로써의 역할을 최소화시켜오는 동안 그들이 배출한 졸업생들의 입에서 '대학'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음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임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모순의 또 다른 모습은 대학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의 모습이다. 애초에 기술 영역의 진보만이 사회적 진보가 아니고 기술진보를 배우기 앞서 인문학적 소양교육이 우선 이루어져야 함에도 교양교육은 여러 단과대의 이해관계에 맞물려(주로 위에 언급한 단과대들의 과도한 교수 숫자로 벌어지는 시수 맞추기 -동일과목의 학과별 개설로 인한) 점점 축소되어 영어수업에서 영미권 문화와 사회의 형성에 대한 사유는 없어지고 말하기와 듣기만 남게 되었으며 수학 수업에서 수학의 발전에 숨어있는 문명 진보의 역사는 없어지고 문제 풀기와 공식 암기만 남게 되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영역을 담당하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도 덩달아 축소되고 필요 없는 단과대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기능화된 수업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들을 표준화시킴으로써  대학의 고유한 색깔이 담길 여지조차 없애버렸고 대학이 물질적 가치생산을 통해서만 평가받는 기반을 정당화시킨다. 이러한 표준화된 수업이야말로 대학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리고 great minds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시켜 '취업률(평판)'로 대학 순위를 매기는 중앙일간지의 입김에 끌려다니는 애처로운 모습을 자초한다. 즉 대학 스스로 '정신의 척추기립근'이 없음으로 인해 인문학적 교양교육을 부실화시키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정치담론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사회비판의 영역에서 후퇴한 결과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생들마저 영양학적 부실에 시달려 오히려 졸업 후에 삶의 가치에 대한 정신적 방황에 시달리고 그러한 방황을 하느라 역설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을 필자는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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