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체력을 끝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그 모든 걸 다 하고 나면 마지막에는 꼭 드리블 연습도 했다. 하루를 탈탈 털어 체력을 짜낸 그 끝에, 남은 힘을 쥐어짜며 바닥을 두드렸다. 사실 그건 매번 작은 전투였다. 아직 초등학생 손에 농구공은 너무나도 컸고 딱딱했다. 처음 잡아보는 농구공은 자꾸 내 손에서 미끄러졌고, 내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마구 튀다 못해 따로 생명이 있는 듯 도망가버렸다. 처음 연습할 때는 진짜 공을 튀기는 시간보다 공을 주으러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러다가 손가락 끝에 잘못 맞기라도 하면 진짜 짜증이 났다.
패스 연습도 다르지 않았다. 눈으로는 상대를 향해 던졌지만,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몸은 천근만근, 공은 무겁고 손끝은 매일 얼얼한데, 도무지 실력이 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매일 했지만, 늘 제자리. 아니, 어떤 날은 오히려 뒷걸음질 같았다.
그렇게 나아지지 않을 것만 같던 연습을 얼마나 했을까.. 어느 순간 갑자기 공이 내 손이 자석처럼 붙는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붙었다. 떨어져도 자석처럼 내 손으로 들어왔다. 특별히 뭔가를 바꿨다기보다,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나는 여전히 나였고, 손도 여전히 작았는데 공이 내 손을 미끄러지지 않고, 탁탁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이건 그냥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라, 뭔가 아주 깊은 데서 나를 끌어올려 주는 성취감이었다.
아, 이 세상에 반복적으로 하는 연습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구나.
반복이 만들어낸 어떤 임계점.
병아리가 알을 수백 번 쪼아 깨고 마침내 껍질을 뚫고 나오는 순간처럼, 세상은 달라졌고 나는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인류의 모든 진보는, 사실 그런 반복에서 비롯되었다. 한 방울의 물이 단단한 바위를 뚫듯,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진 작고 성실한 반복은 결국 형태를 바꾼다. 처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떨어진 물방울은 바위를 파이게 하고, 결국은 그 형상을 바꾼다. 역사도 그것을 말해왔다. 누가 봐도 불가능해 보였던 피라미드. 수천 년 전, 거대한 돌덩이를 기계 없이 옮겼던 이들도 사실 나무토막으로 굴려서 그 큰 돌덩이들을 한 걸음씩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한 층씩, 그렇게 매일 쌓아 올렸을 것이다. 당장 눈앞의 변화는 더뎠겠지만, 그 반복이 쌓인 끝에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하는 거대한 건축물이 완성되었다.
작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 닿듯, 물방울이 바위를 뚫고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듯,
사람도 그렇게 나아간다. 매일의 연습,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꾸준한 반복이 결국은 사람의 능력을 바꾸고, 인류의 손끝에서 문명을 빚는다. 그러니 매일의 지루한 시도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제자리에 머물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 위에 세워진다.
이러한 상황은 나중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 내가 그만두고 싶은 힘든 상황에서 종종 떠올랐다. 공이 내 손을 떠났다가도 정확히 돌아오던 그 손끝의 탄력. 그리고 그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삶을 살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법칙 같은 거였다.
별일 없이 똑같아 보여도 성장하고 싶은 무언가를 매일 같은 걸 반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어느새 조금 더 나아져 있을지도 모른다. 내손은 결국 공을 기억했고, 나는 그걸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리고 해냈다. 그게 그 경험의 시간 동안, 몸으로 깨달을 수 있는 본질에 가까운 진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꽤 자주 꺼내 쓰는 나만의 기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