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얻은 자유, 그 양면성

by 골디

부모로부터 하는 독립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물리적, 경제적 그리고 정서적 독립. 생각해보면 두 달 전의 나는 전혀 독립하지 못한 인간이었다. 셋 중 정서적 독립이 그나마 가장 되어있는 편이었지만 물리적,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무리 내가 내적 성찰과 결심으로 분리되려고 해봤자 한계가 있었다.


친구와 자취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물리적으로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더 이상 밤늦게 언제 들어오냐고 묻는 사람이 없고, 내가 원하는 만큼 늦게까지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자유로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와닿았던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소비의 자유이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매번 월급이 나올 때마다 엄마에게 적금을 얼마 하는지 보고하던 것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너는 돈이 생기면 써서 없애버리는 사람인데 알아서 관리하겠다는 건 그냥 다 쓰고 치우겠다는 게 아니냐!"고 뭐라하시는 바람에 상당히 갈등을 빚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싸워서 내가 알아서 하기로 했다. 이제 경제적 독립까지 획득했다. 얼마를 소비하고 얼마를 저축할지는 나만 아는 일이고 모두 나에게 달렸다.


자취를 시작한 첫 달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직장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지만, 두 번째 달은 달랐다. 드디어 내 돈을 내가 알아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적금 계좌로 대부분의 수입을 송금하며 지출을 통제당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났다. 사고 싶은 것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요가원을 다니고, 원하는 가방을 들고, 원하는 옷을 사 입고, 원하는 향수를 뿌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자유도가 갑자기 늘어났고 이제야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잃어버린 10년... 다들 나빼고 스무 살 때부터 이렇게 자유롭게 살았단 말이야? 남들이 들으면 어이없을 만한 억울함까지 느껴졌다. 한편 남들은 오히려 사회초년생 때 여한 없이 써보고 2~3년 차부터 정신을 차린다는데, 어째 나는 반대로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자유가 올라간다는 것은 이처럼 양날의 검과 같았다. 뭐든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작은 예로는 내가 고른 색깔의 네일아트를 한 달 동안 하고 다녀야만 한다. 마음에 든다면 몇 주 동안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돈을 써서 제거하고 새로운 네일을 받아야 한다. 또 내가 고른 전투용(출퇴근용) 가방을 출퇴근하면서 매일 들어야 한다. 만약 가방이 내가 보기에 예쁘고 용량이 적당하다면 한동안 행복하게 출퇴근하겠지만, 써보니 생각보다 불편하다거나 가방에 들어갈 짐의 크기가 크다면 더 큰 가방을 새로 사야 한다. 돈이 있는 만큼 실패가 수습된다. 반대로 돈이 부족하면 단 한 번의 선택을 잘해야 하고 잘못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을 무마할 다른 기회는 없다. 결국 돈이 없다면 내가 좋은 선택을 할 확률을 높여가는 방법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선택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내가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들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의 취향을 얼마나 잘 아는지에 따라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두 가지 모두 스스로 경험한 만큼 느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요새는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야는 최대한 많이 다양하게 경험해보려고 노력한다. 돈이 없으면 국가나 사회의 지원을 받거나 내가 가진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조금씩 맛보려고 마음을 활짝 열고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


소비에 있어서 자유는 이렇게 나에게 인생을 마음대로 누릴 수 있게 해주지만 또 반대로 상한이 정확하게 정해진 틀 안에서 내가 최선을 다해야만 하도록 옥죄기도 한다. “만사가 일장일단”이라고 역시 좋기만 한 일은 없나보다. 나만의 삶의 노하우를 축적해나가면서 더 현명하고 좋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잘 꾸려나가는 수밖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은 왜 그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