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두둑

ㅡ 배드민턴, 안녕.

by 매력덩


배드민턴은 칠수록 욕심이 생긴다.
보폭을 조금만 더 벌리면 네트를 넘길 수 있을 것 같고, 한 발만 더 빨리 가면 콕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슬아슬하게 못 받아쳐 콕이 바닥에 떨어질 때의 분함은 쳐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알면서도 한 번 더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탈은 대개 거기서 난다.






클럽에 운동을 하러 갔다가
스트레칭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게임을 친 적이 있다.
그날 오른쪽 발목을 삐끗했다.
병원에서는 인대가 찢어졌다고 했다.

발목은 완전히 낫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회를 나갔다.
무리만 하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그 정도는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회 날,
체육관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각자 난타를 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우리와 붙을 팀을 봤는데, 딱 봐도 포스가 달랐다.

복장, 표정, 하이파이브, 기합까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반면 우리는 말이 없었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만 치고 나오자는 마음뿐이었다.

사실 나는 경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겨루기보다는 협동이 낫고,
그보다 더 좋은 건 혼자 하는 운동이다.
이기든 지든, 결국 나와의 싸움이니까.

그런데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상대편의 서브 실수가 잦았고,
초반 점수는 우리 쪽으로 쌓였다.
파트너의 컨디션이 유난히 좋았다.
내가 한 점을 내주면, 파트너가 두 점을 벌어왔다.

스코어는 13대 8.
그때 처음으로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위였다.
앞에서 공격을 끊는 역할이었다.
한 번 실수로 공을 네트에 걸리게 했고,
상대편이 서브권을 가져갔다.

힘껏 맞은 콕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달려갔다.
처리할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런데 후위에 있던 파트너도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동시에 들어왔다.

이미 자세를 낮춘 나를 위에서 그대로 찍어 눌렀다.

뚜두둑.

소리가 먼저였다.
그다음에 발목이 돌아갔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픈지도 몰랐다.
그냥 세트를 끝내고 싶었다.

의자에 앉아 보호대를 풀어보니
짧은 시간에 발목이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붓기는 눈에 띄게 올라오고 있었다.

결국 기권했다.
거의 다 왔는데.

병원에서는 인대 파열이 심하다고 했다.
한 달은 목발,
두 달은 보조기.
배드민턴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했다.

파트너는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자기가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떠오른 건 그날의 스코어였다.

13대 9.
그리고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지금도 가끔 예전에 다니던 체육관 앞을 지나친다.
발목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그 이후로 라켓을 다시 잡지는 못했다.

그날 이후
배드민턴과 나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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