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드넓은 들판의 황금빛 물결로 풍요로움이 가득한 시골 풍경이 그려진다. 혼자 걸었다. 오랜만에 혼생 걷기를 했다. 혼자 생각하며 걷는 시간으로 자연의 감사함을 보고,듣고 느낀다. 새들의 지저귀며 날아다닌다. 혼자 온 나에게 친구가 되어준 것 같다. 나의 발걸음을 따라 이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노래를 불러준다. 까치들과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에 즐거움이 전해진다.
웰씨 미소 님의 글을 읽었다. "가을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월급이다."라고 표현했다. 4계절의 뚜렷한 대한민국이었는데, 이제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처럼 느껴지는 가을이라는 말에 끄덕끄덕해본다. 10월의 가을이 춥게 느껴진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들어본다. 마음이 센치해진다. 시원한 바람이 살결에 닿는다. 어디선가 다른 시원함이 나의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더해지듯 친구들도 많아진다.
버드나무의 길게 드리운 아름다운 풍경, 플라타너스의 푸른 잎, 다른 식물들도 지금은 푸르르다. 봄에 푸른 잎이 새싹처럼 돋아나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진초록이 되었다. 곧 단풍이 들고 나뭇잎이 낙엽이 된다고 생각하니 안아주고 싶다. 겨울이 되면 나무들도 옷을 입는다. 플라타너스를 보면 두꺼운 나무껍질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다. 봄이 되면 새살이 돋듯, 은은한 연두 빚이 된다. 만보 걷기를 4계절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으며,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고 알게 되었다. 다람쥐, 뱀, 곰 등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듯 나무와 식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 같다.
새들과 바람과 주위의 푸르른 나무들과 동무 삼아 걸으면서 어제의 마라톤에 대해 생각했다. 달리지 못했던 나를 들여다본다. '무엇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것인가'하는 생각을 한다. 아쉬움이 남는 마라톤이었다. 문제의 해답을 찾아간다. 완벽하게 해냈다면 그 감동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아 다음 마라톤을 도전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다시 도전하며 풍요로움을 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