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빚은 찬란한 빛이 되어, 축복받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코인 투자 실패로 생긴 빚에 다른 눈덩이 빚이 더해졌다. 삶의 의욕이 없었다. 그때 눈에 띈 것은 신발장에 놓인 운동화 한 켤레였다. 무작정 신발을 신고 걸었다. 걷기를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이 느껴졌다. 며칠을 멍하니 걸었고, 어느 날 '100일 걷기를 도전해 보자'로 마음먹었다. 장마에 이어, 한여름의 뙤약볕으로 걷기에 최적화는 아니었고, '장마니까, 더우니까 걷기 힘들어'라고 변명하기에 좋은 시기였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장대비가 몰아쳤다. '장대비가 오니 걷기는 못하겠다.' 혼잣말로 이야기했는데 지나가던 아들이 들었다. "어머니!! 한번 걷기로 했으면 걸어야지요.!!" 대뜸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날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었다. 꾸준하게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만보 걷기로 500일이 되었다.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걷기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하루 이틀을 걷고, 100일, 1년을 걸으며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적으로 치유된 것 같다. 남편과 함께 걸으며 서로 관계가 좋아졌다. 15년을 부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껏 한 번도 공감 가는 부분이 없었다. 매일 걷기를 하면서 대화를 하고, 지금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의 계획을 넌지시 말해본다. 가랑비 옷 젖듯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자기 계발을 하면서 체력이 성공 여부라는 것을 알았다. 걷기로 체력을 기르고 건강해지고 싶었다. 좋은 것을 나누고 함께 걷고 싶었다. 혼자 생각하며 걷기에서 둘이 걷고, 가족이 함께, 혼생 걷기를 통해 도반님들과 걷고 있다. 다른 공간, 함께 걷기를 하고 있다. 도반님들도 100일 챌린지를 도전하여 성공하고 그 후도 꾸준히 걷기를 하고 있다. 4개월간 함께 걸으므로써 마라톤을 도전했다. 10KM 마라톤 도전, 도반님들과 남편, 중2 아들[5KM]까지 함께 했다. 한 걸음의 시작으로 마라톤까지 완주한 소중한 도전과 경험이 되었다.
마라톤으로 어떤 분은 재능을 찾았다고 말한다. 매월 마라톤을 도전을 선포했다. 남편은 달리는 것이 좋은가 보다. 일요일 아침 주섬주섬 옷을 입고, 마라톤 장비를 장착하더니 10KM를 58분에 달리고 집에 왔다. 개인 기록 10분을 단축했다고 한다. 연애 기간까지 18년이다. 그동안 남편이 달리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싶다. 90킬로였던 남편은 걷기 및 달리기 그리고 근력운동을 하면서 10킬로 감량을 하고 있다. 매일 한 줌의 약을 먹는다. 고혈압 및 고지혈증, 당뇨, 그리고 40대의 남자의 필수품이라는 지방간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 5킬로 더 감량하여 만성 비만을 탈피하고 한 줌 되는 약도 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 걸음의 시작이 한 인간의 삶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꾸준함을 발견했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나다움을 찾으며 성장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했고, 도전을 하고 있다. 한 걸음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날의 빚은 찬란한 빛이 되어 축복받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500일에서 1000일을 향해 한 걸음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