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귀한 선물은 가족이다. 남동생의 딸, 조카의 첫돌을 맞이했다. 사진으로만 본 조카를 처음 보는 날이었다. '얼마나 귀여울까' 설레였다. 첫돌의 '서아'는 아주 작은 요정이었다. 꼬물꼬물 작은 손과 발은 희고 보송보송했다. 하얀 드레스 입은 아기천사 같았다. 낯가림이 심해서 눈으로만 봐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늘의 주인공은 낯선 환경과 사람들로 긴장하고 울기 시작했다. 우는 모습까지 사랑스럽다.
광주에 사는 동생네 가족들과 시골에서 아버지가 오셨다. 생일잔치로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날이었다. 가을 추수한다고 아버지의 얼굴은 부쩍 더 늙어 보였다. 반가우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나씩 늘어가던 주름으로 삶의 시간을 말해주는 듯했다. 청각이 안좋은 아버지의 귀에 대고 "아버지 예쁘게 입고 오셨네요." 하며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알아 들으신 걸까,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 웃으셨다.
넷째 동생과 조카들은 비행기를 안 타봤다고 광주에서 날아왔다. 제부는 혼자 승용차를 타고 왔다. 갈 때는 가족이 함께 가기 위해서다. 아버지의 형제들은 서울에 거주하신다. 형재애가 남다르시다. 작은 집 가족들과 사촌들, 고모가 오셨다. 때론 아버지처럼 일을 도맡아 주시는 작은 아버지와 어머니 시다. 가족이 다 모이니 근황을 묻고 하하 호호 즐겁다. 어린 사촌들과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고 배가 차오를 때쯤 돌잔치 행사를 진행했다. 남동생, 그러니까 아기의 아빠가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회자는 엄마가 우는 경우는 있어도 아빠가 우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신다. 1남 4녀의 남동생은 어느 집 자녀보다 귀하게 자란 것 같다. 기준은 다르지만 말이다. 고생 모르고 자란 동생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진짜 어른이, 부모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기가 크는 만큼 부모도 성장하듯 말이다.
아기의 성장 스토리를 영상으로 보여 줬다. 앙증맞은 아기의 꼬물꼬물 정말 귀엽다. 예쁘다. 사랑스러운 서아의 영상을 보며, '부모는 자녀가 비타민이고 살아가는 힘이구나'생각했다. 행복한 날도 힘든 날도 있지만 살아가는 이유였다. 영상으로 이미 자녀를 키워낸 분들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이뻤을 때가 있었는데..'하며 말하는 것 같았다. 잠깐이지만 모두 얼굴에 예쁜 근육 100만 개는 만들어진 것 같다.
어느새 75세가 되신 아버지를 보며,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하는데 하는 마음에 조급해진다. 주름이 인생을 말해주듯,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전화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아버지를 닮아 사진을 남겨본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시간 간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한편 아이들은 냅킨으로 장미를 접어서 선물이라며 내민다. 남편도 내게 백장미를 준다. 이러다 꽃다발이 되는 건 아닌지 싶었다. 냅킨 하나로 몰입해서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3시간의 만남은 짧게만 느껴졌다.
아버지와 동생네는 기차를 타고,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야 했다. 가을 수확할 시기라 바쁘신 부모님이시고, 어머니 혼자 집에 계시니까 걱정이라 바로 내려가셨다. 잠깐의 만남 속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버지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봉투를 건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각자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기엔 우리의 만남은 짧기만 했다. 애틋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랑인 것을 말이다. 서아의 생일잔치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자리였다. 인생에서 가장 귀한 선물은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