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회: 세대가 나누는 조용한 시간

by 박지현Jihyun Park


출장을 위해 탄 비행기 안,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엔 백발의 어르신이, 다른 쪽엔 후드티를 입은 젊은 청년이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각자의 시간에 몰입해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작은 사회 속 조용한 풍경처럼 느껴졌다.

어르신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옛날 이어폰으로 줄을 길게 드리우고 들으면서 비행기 의자 등받이 책상우에 펼쳐 놓은 종이 한 장에 집중하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신문에서 오려낸 글자 퍼즐이었다. 작은 글씨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채워가는 모습엔 정겨운 집중이 담겨 있었다. 손끝으로 퍼즐을 푸는 그 모습은 오히려 스마트폰 게임보다 더 생생해 보였다.

그 옆의 청년은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 화면 속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고, 눈은 자극적인 색의 화면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두 사람 모두 음악을 듣고,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세대를 말해주는 듯도 했다.

비행기 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사회였다. 말은 없지만, 각자의 기호와 습관이 조용히 드러나는 공간. 나는 그 속에서 세대 간의 시간 사용 방식에 대해 곱씹게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디지털에 능숙하다 못해, 디지털 없이는 불편함을 느끼는 세대다. 음악은 스트리밍, 독서는 전자책, 메모는 음성 인식이나 클라우드 앱을 쓴다. 그 편리함은 분명 매력적이다. 정보는 빠르게 저장되고, 어떤 자료도 검색 한 번이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만큼 ‘손으로 느끼는 것’, ‘머무르는 시간’은 줄어든다. 또한 팬으로 종이우에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에는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행동들이 되어간다.

반면, 내 옆의 어르신은 스마트폰으로 옛 노래를 듣고 있었지만, 동시에 손에는 신문에서 오려낸 글자 퍼즐을 들고 있었다. 마치 종이 위에서 손가락으로 생각을 더듬으며 시간을 천천히 보내고 있는 듯했다.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되, 익숙한 아날로그 방식은 놓지 않는 그 모습은 인상 깊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은 빠르게 연결되지만, 오래 남지는 않는다. 반면, 종이와 손글씨, 직접 느끼는 감각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더 깊게 새겨진다.

나는 평소에 전자책을 즐겨 읽는다. 특히 출장이나 여행을 할 때는 수십 권의 책을 태블릿 한 대에 담을 수 있는 전자책의 편리함이 무척 반갑다. 무거운 책을 가방에 넣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아 하이라이트하며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는 종이책을 꺼내 책장에 꽂아두고, 줄을 긋고, 스티커를 붙이며 나만의 독서 방식을 즐긴다. 책장을 넘기며 느끼는 촉감, 잉크 냄새, 메모지에 적은 생각들은 전자책이 주지 못하는 감성을 선사한다.

이처럼 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두 세계를 넘나들며 균형을 찾아간다. 디지털이 주는 효율과 속도, 아날로그가 주는 깊이와 여운 사이에서 말이다.

그리고 문득, 우리 50대는 과연 어디에 머무르는 세대일까 궁금해졌다. 우리는 완전한 디지털 세대인가, 아니면 아직 아날로그를 놓지 못하는 중간 세대인가. 아마도 그 어느 쪽도 완벽하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며, 때로는 디지털에 익숙해지고, 때로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붙잡는 사람들 아닐까.

우리 세대가 가진 이 두 가지 경험과 감각은 후대와 이전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세대에게 아날로그의 가치를, 아날로그 세대에게 디지털의 가능성을 전하는 다리가 말이다.

비행기 안, 조용한 시간. 어르신은 오래된 방식으로 시간을 즐기고, 젊은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두 세대의 방식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세대의 차이는 방식의 차이일 뿐, 그 안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우리 50대는 그 경계에 서서,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각자의 리듬으로 이 시간을 살아가고,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떻게 ‘깊이 있게’ 기억하게 되는가이다. 빠르거나 느림을 떠나, 그 시간 속에서 나만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일 것이다. #디지털 #아날로그 #삶의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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