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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테스트

용의 꼬리로 갑니다.

by 윤부파파

오늘 수영장은 한산한 분위기다. 새벽 중급반 정원은 30명이지만 30명 모두가 온 날은 없는 듯하다. 늘 20명 정도는 왔었는데 오늘은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오늘은 상급을 올라가기 위한 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작년에 중급반에 올라갔고, 수강신청을 못한 달도 있지만 중급강습만 4개월은 받은 것 같다. 처음엔 평형이라는 영법이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영법이라 생각했지만 수영을 하며 차츰차츰 내 몸에 익어갔다. 체력도 그렇고 장거리 수영도 그렇고 사람은 하면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안 되는 건 없다.'


"자유형 두 바퀴, 배형 한 바퀴, 평형 두 바퀴 테스트 볼 겁니다.", "턴할 때 쉬시면 안 되죠.", "5바퀴 다 돌고 모자란 영법이 있으면 추가로 더 시키겠습니다.", "저번 달에 12바퀴 돈 회원님도 계셨지요."

어제 수업 마칠 때쯤 강사님은 이래 겁을 많이 주셨다. 나도 두 달 전에 이 강사님께 테스트를 봤는데 5바퀴를 돌고 배형만 4바퀴를 더 돌았다.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물은 얼마나 마셨던지... 그렇게 시험이 끝나고 "뭐 상급 올라가시려면 올라가셔도 될 것 같긴 해요..."라는 애매한 말 때문에 다시 중급반 수업을 신청했었다.


학생 때는 매 순간이 시험의 연속이었지만 성인이 되서 시험을 볼 기회는 흔치가 않다. 어제 잠자기 전 잠이 왜 그리 안 오던지.... 새벽 5시가 되어 눈이 떠져 30분 정도 요가를 하며 몸을 풀었다. 수영장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차들도 사람도 없다. 수업 시작 전 삼삼오오 몸을 풀고 수업 시작 20분이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모여서 테스트 이야기 나누기 바쁘다.


강사님이 오시고 첫 순서로 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같이 수업 듣는 분들도, 옆 자유레인에서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는지 다들 지켜보고 계셔서 민망하기도 했다.


꼬르륵 꼬르륵 물소리만 났다. 평소엔 평영 발차기를 하면 옆사람을 찰까 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그 걱정을 덜을 수 있었다. 시험을 마치고 숨은 찼지만 저저번 달과는 사뭇 달랐다. 그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5바퀴를 다 돌고 바로 올라오라는 강사님의 손짓이 얼마나 반갑던지... 다음 순서에 하신 분들은 4, 6바퀴를 더 돌으셨다. 그래도 사이좋게 상급반에 가게 되었다.


기쁨도 잠시 저 멀리 상급 레인은 항상 인원이 만원이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챗바퀴처럼 죽으라고 돌기만 한다. 이제 다음 달엔 저기 꽁무니를 힘겹게 따라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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