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자가용이 생기고는 버스나 기차 등을 이용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가장 빠르게 도착지점까지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자가용을 타면 중간에 잠깐 쉬어갈 수도 있고 계획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화장실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갈 수도 있다. 더우면 에어컨 추우면 히터를 틀면 된다. 심지어 자리 맡을 걱정도 없다. 늘 최고 좋은 자리에 앉는다. 모든 것이 내 통제하에 이루어진다.
버스나 기차를 타면 일단 좀처럼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갈 수가 없다. 구미 관내는 버스 두세 번, 관외는 기차나 시외버스까지 네다섯 번을 타야 한다.
오늘도 친구들과 모임 때문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또 지하철을 타고 친구 픽업을 기다리고 있다. 내 차를 타고 왔으면 2시간도 걸리지 않았을 텐데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2박 3일의 짧고 긴 휴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틀 연이은 음주에 몸은 피곤하지만 집에 가는 마음만은 가볍다.
대학생 때 기차를 타고 내일로 배낭여행을 했던 기억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올여름 무덥겠지만 아이들과 기차여행을 다시금 계획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