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학생생활평점제, 상벌점시스템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 시간 잠을 자는 학생이 있으면 벌점을 부여한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날 정도이다.
보통의 학교에서는 유명무실한 이 상벌점제가 잘 이루어지는 것은 진짜 심한 경우 학교를 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규정에 70점을 넘는 학생은 퇴학 처분을 받게 되는데 보통은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실제로 퇴학 혹은 자퇴처리가 된다.
의무교육의 중학교 시절을 천진난만하게 생활해 온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고 예전의 생활태도를 바꾸지 못하면 바로 다음 달에 선도위원회에 회부된다. 반성하며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학생도 있고 꾸준히 벌점을 쌓아 진짜 학교를 나가는 친구들도 제법 있다.
그렇다면 한 번 받은 벌점은 사라지지 않고 학창 시절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것인가? 그래서 상쇄점이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외부에서 봉사활동 등을 하면 일정 벌점을 상쇄해 준다. 또 매달 일주일 정도 방과후에 상쇄점 활동을 진행해 학생들의 벌점을 상쇄할 수 있다.
이러한 상쇄점 활동은 학생부 선생님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방과후 2시간 정도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잘 수행하면 벌점을 상쇄해 준다. 월말이 다 되어가 벌점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은 초조해 상쇄점 활동을 신청하고 막상 교실에 들어오면 곧바로 후회를 하며 여기저기서 탄성과 신음이 흘러나온다.
이 상쇄점 활동이라는 것의 취지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며 벌점을 상쇄하는 것에는 큰 대가가 따른 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라 보통 학생들이 하기 싫어하는 청소나 명상 혹은 흔히 빡지라는 것을 2시간 동안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3월 첫 상쇄점 활동을 할 때 무엇을 해야 학생들에게 좀 더 유익한 시간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책을 읽게 하고 싶었지만 2시간 동안 학생들이 반성을 하며 독서를 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도 다른 선생님들이 하는 빡지를 쓰게 시켰다.
나도 써보지 않은 명심보감이다. 효도편, 지혜편 찾다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딱 맞는 구절들이 많았다. 한 시간에 한 문장씩 큼지막한 A3 용지에 인쇄하여 나눠주면 처음에 용지를 받아보고 불만 많던 아이들도 빨리 써서 제출해야 하기에 조용해지고 빨리 쓰기 위해 숨소리와 볼펜 소리만 교실에 울려 퍼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 문장을 온전히 쓰기보다는 한 글자를 밑으로 내리 다 써놓고 다음 글자를 다 써놓는 방식을 택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 '불효가 가장 큰 죄다.'와 같은 문장들을 쓰며 조금이라도 가슴속에 새겨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혹독한 이 시간을 감내하고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어찌 됐건 이 상쇄점 활동을 학생들 모두가 싫어하는 활동이기에 그리고 어찌 보면 벌점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이루어지기에 한 달에 한 번 나 또한 곤욕을 치르곤 한다.
그래도 복도에서 뛰어다니고 담배 피우고 쌈박질하던 그 아이들이 "시작"이라는 소리와 함께 1시간 눈물 나게 아픈 손목을 공중에 휘저으며 써 내려가는 명심보감.
'그래 얘들아 너희들에게도 그런 집중력이 있단다.'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