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사진을 찍으러 갔다.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줄곧 미뤄두었던 일이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물어왔다.
"엄마, 우리는 해외여행 안 가?"
반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모양이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의 경험치를 못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 올여름방학에는 용기를 내어볼 생각이다. 때문에 여권사진을 찍으러 출동한 것인데, 해외여행의 두려움보다 더 강력한 두려움이 내 얼굴에 존재한다는 걸,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자, 찍겠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약 10컷 정도의 사진을 찍는 소리와 번쩍거리는 조명 탓에 눈 그림자가 생길 즈음, 사진 촬영은 종료되었다.
"여기 앉으셔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주세요."
먼저 찍은 아이들 사진을 보는데, 사진마다 모두 예쁘게 나와서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반면 나의 사진이 화면에 떠오르는 순간, 정말 뜨악! 이란 단어가 단박에 설명되어 당혹스러웠다. 10년 후의 나라고 생각했던 얼굴이 실은 지금의 내 얼굴이었던 것이다.
'......'
할 말이 없었다. 현타를 세게 맞아 머리가 멍해졌다. 어떤 사진을 띄워도 다 내가 아닌 것 같은. 사진을 모두 삭제하고 내가 아니라고 우기고픈 마음뿐이었다. 나이 때문에 처지기 시작한 눈꺼풀은 졸려 보이고, 얼굴은 너무 커서 넓적해 보였다. 목주름은 또 왜 그렇게 진해 보이는지. 아이들과 남편이 그 사진을 보는 것조차 불편했다.
"사진은 원래 좀 부하게 나오는 편이거든요. 감안해서 보시면 됩니다."
사진작가 말은 1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부하게 나온 것 치고 너무 리얼하니까. 주민등록증과 면허증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이후에는 나름 관리하고자 노력했다. 운동도 시작했고, 비싼 돈을 들여가며 피부관리도 받아봤으니까. 평범한 아줌마 치고, 관리를 꽤 하고 있다 판단했다. 그래서 거울을 보면서도 그다지 속상하지 않았다. 나이가 있어, 처지는 걸 느끼긴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던 것이다. 세상에 나이를, 세월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제는 젊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내내 사진을 피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태어나고서는 줄곧 아이들 사진만 찍었지, 내 사진을 찍고픈 마음이 없었다. 아이들 옆, 내 얼굴이 사진을 망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강요에 의해 찍은 사진들마저 온전히 내 얼굴을 드러낸 것은 없다. 아이 얼굴에 숨어있거나, 뒤돌아 있거나. 어쩌면 그때부터 사진에 드러나는 리얼함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종일 증명사진의 리얼함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알고 싶지 않았던 판도라의 상자가 제대로 열려버린 느낌이랄까. 이러다 여권이 꼴보기 싫어 해외여행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목주름 시술에 대해 검색했다. 다양한 사례들이 검색되는 가운데 잠시 생각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피부과 시술을 거침없이 하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사진 찍고, 약속한 것처럼 보정을 하는구나.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을 아직 알지 못했다. 점점 늘어나는 주름에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평범하게 살고 싶고, 평범하게 늙어가고픈 1인으로. 세월을 세월대로 맞이하며 살고픈 마음이었다. 너무 세게 현타를 맞은 탓에 열심히 목주름 제거 검색을 했더랬지만,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앞으로 맞이할 세월이 나의 얼굴에 곱게, 평온하게 내려앉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