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3.

도전의 흔적

by 모니카

발등에 생긴 커피자국에, '에휴~'부터 나온다. 어설픈 손짓, 몸짓에 커피가 튀는 건 기본이고, 바닥에 떨어진 커피도 꽤 된다. 지저분한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당장 닦아야 마음 편한 성격이다.


'연습부터 하세요.'

'네.'


구부러지려던 허리를 펴게 한 건, 강사의 한마디였다. 라떼 연습은 따뜻한 우유 거품이 필수조건이고, 따뜻한 우유 거품이 유지되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10분이니, 지금은 닦기보다 연습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다시 잔과 우유 픽처를 잡고 연습모드 돌입.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실기시험은 에스프레소 추출과 카푸치노(라떼) 만들기다. 반자동에스프레소머신이 있기에, 도징(분쇄된 원두를 포타필터에 담는 과정) - 레벨링(분쇄된 원두의 밀도를 고르게 하고, 수평을 맞추는 과정) - 탬핑(탬퍼를 이용해 수직으로 힘을 주어 밀도를 높여주는 과정). 이 3가지 과정을 잊지 않고 잘 수행하면 수월하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다. 물론 소소한 체크사항으로 감점을 받지 않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당연히 존재한다.


나의 개인적 의견으로 에스프레소 추출보다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건, 카푸치노 만들기다. 카페에 갈 때마다 듣게 되던, '칙~칙~'소리의 주인공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방금 밥 하기가 끝난 압력밥솥을 처음 열었을 때의 열기가 응축되어 나오는 것 같은, 그런 스팀노즐을 잘 조절해 우유를 데우고, 고운 거품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스팀을 넣는 위치도, 얼마나 넣어야 하는 건지도, 얼마나 데워야 하는 건지도. 다 알쏭달쏭하다. 난이도가 갑자기 훅! 상승한 느낌이랄까.


상승한 난이도에 멘탈이 털릴까 말까 하는 순간, 다시 한번 높아진 난이도의 과제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카푸치노 만들기 완성단계인 라떼 아트, 하트 만들기다. 에스프레소와 데워진 우유를 잘 섞고, 그 위에 멋들어진 하트를 그리는 과정이고, 라떼 아트의 기초 단계라 할 수 있다. 이제 막 도화지와 붓을 든 사람에게 그럴싸 한 그림 한 장을 그려내라 하는 것 같아 처음에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2급 시험에서는 모양이 조금 어설퍼도 거품의 양과 질을 중요시 보기 때문에 하트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한들, 당장 눈에 보이는 시험 과정이기에 가벼이 생각하기 쉽지 않다.


'오~ 오~. 잘하셨어요. 연습하면 된다니까요.'


몇 번 연습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하트 비스무리한 것이 커피 잔 위에 만들어졌고, 그 기억을 더듬어 집에 와서도 곧장 연습에 돌입했다. 둘째 녀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과 첫째 녀석의 따뜻한 반응을 오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오랜만에 수험생 기분을 되살려보았다. 두근. 두근.


시험을 코앞에 두고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시험이라는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을 긴장케 하는 위력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배웠던 자리에서 시험을 보고, 나를 가르쳤던 원장님이 감독관이라 하니 부담은 덜 하다.


여기서 잠깐 이야기를 해두자면, 우리나라에는 커피 관련 협회들이 꽤 있다. 협회마다 시험 방식, 시험 장소, 감독관, 시험 일정이 다르다. 내가 배웠던 학원은 학원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지만, 어떤 곳은 정해진 곳으로 이동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감독관도 가르쳤던 분이 감독관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 새로운 감독관이 등장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아, 각 협회의 자격증은 다른 협회에서는 인정치 않는 경우도 있으니, 바리스타 자격증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볼 작정이라면 본인에게 맞는 협회가 어디인지도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커피 자국이 선명한 운동화는 자격증 시험이 끝날 때까지 세탁하지 않을 예정이다. 처음 자국을 발견했을 때는 곧장 세탁을 해야겠구나 싶었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 연습을 시험 전까지는 계속해야 하고, 그러려면 커피 자국은 또 생길 수도 있겠다 싶으니, 이 운동화로 시험까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결론 내렸다. 합격한다면, 이 신발의 커피 자국은 나에게 깜지와 같은 열심히 노력한 흔적으로 남을 테니 말이다.


'열심히. 열정적. 집중. 연습. 노력.' 같은 단어들을 나에게 쓸 일이 이제 없겠구나 생각하며 지냈었다. 그야말로, '나이가 든다.'가 아니라 '늙어간다.'로 인식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무미건조하던 시간이 배움을 통해 풍성하고, 즐거워졌다. 허투루 흘러가던 시간들에 이제는 노력이란 단어를 실어 보낼 수 있게 됐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는 것이 중요하는 말, 이제 10000% 이해된다. 삶의 비타민을 한 움큼 삼켜보고 싶다면, 그동안 미뤄왔던 배움이 허기를 채워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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