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11월 초, 오랜만에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원주.
'원주에 볼 게 뭐 있다고 거길 가.'
라는 말을 떠나기 전까지 몇 번 들었다. 동행한 친구도 여행지를 얘기했더니, 같은 반응이었단다. 춘천이나 강릉, 속초로의 여행은 수긍이 되는데, 원주로의 여행은 수긍이 안 됐던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 원주 여행의 목적은 분명했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숏폼을 보는 와중에 불쑥 떠오른 영상이 환상적이었다. 얼른 저장 버튼을 눌렀더니, 그 뒤로도 카테고리를 통해 반계리 은행나무 영상이 몇 개 떠 추천되었다. 보는 것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상이었다. 동행하는 친구에게 은행나무 사진을 보여주고, 가을이니 원주로 가자 했다. 다행히 친구도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그렇게 원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내려와 만난 원주는 여느 도시와 비슷했다. 여행을 온 건지, 동네 드라이브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아마도 사람들이 이런 원주 모습에 볼 것이 없다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2박 3일 일정은 아주 단조로웠다. 나도, 친구도 빡빡한 일정 속에 쫓기듯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관계로, 모든 걸 느긋하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찾아놓았던 은행나무, 내가 찾아놓았던 카페 등을 가보는 것으로 대충 가이드라인만 세웠다. 친구는 검색도 귀찮아하는지라, 내가 미리 찾아보지 않았다면 이번 여행은 은행나무만 보고 돌아오는 코스였을지도 모르겠다. ㅎ
계획대로 느긋하게 시작되는 이튿날 오전, 우리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 반계리로 향했다. 어느 곳 은행나무는 아직 파란 잎이었고, 어느 곳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었을 때라 반계리는 어떨지 가늠할 수 없었다. 마음속으로 영상에서 보던 그대로였으면 하고 바랐다. 평일이었지만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일단 차들이 줄지어 있는 걸로 보아 영상을 실제로 볼 확률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167호?!"
머리 위 갈색 표지판을 보는 순간, 잎이 초록색이든, 노란색이든 놀라운 나무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우와. 어머. 하하하."
노랗게 익어가는 반계리 은행나무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말이 아닌 감탄사만 나왔다. SNS에 올라온 영상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함과 우아함, 아름다움, 귀함 등등의 모든 것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넓은 공터에 홀로 서 있는데도, 혼자라는 쓸쓸함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성인 10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는 굵기이고, 가지들이 무거워 기둥을 세워 놓고 있었다. 1,000년 넘은 나무답게, 관련 전설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고. 당연히 주민들은 '신목'으로 여겼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이 왜 천연기념물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은행나무다.
강추!! 가을의 반계리 은행나무, 꼭 한 번 가보시길.
볼 거 없다는 원주여행은 즐겁고 풍성했다. 찾아보니, 절벽 뷰를 보며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었고. 산 꼭대기에 있는 박물관과 전시장도 특별했다. 빙하를 연상시키는 카페도 있다고 했는데, 느긋한 일정에 패스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