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하루 종일 돌려도 더위가 가시지 않고, 더위에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다는 아이의 말처럼 정말 햇볕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운 여름이었습니다. 36도와 37도를 오가는 초고온의 압박 속에 아스팔트가 녹는 건 아닐까 무섭기도 하고, 이런 더위가 찾아온 이유가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폭염경보에 외출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 문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외출 자제 문자.
하루에도 12번씩 울려대는 안내 문자가 나를 소리 없는 감옥에 가둔 느낌이었달까요. 이 여름은 도대체 언제 지나가다 했을 뿐인데, 시간은 참. 오묘한 타이밍에 기막히게 센스를 발휘합니다.
입추라는 말에 '설마'하며 열었던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쓰윽 들어옵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던 낮과는 다른. 저녁의 시원한 바람. 에어컨이 주는 시원함과는 차원이 다른 상쾌함을 오랜만에 느낍니다. 인공 바람보다 자연바람을 선호하는 1인이라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더 반가웠을 수도요.
이럴 때마다 24절기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놀랍습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뜨거운 바람은 점점 줄어들고, 시원한 시간은 늘어갑니다. 오전 10시에도 33도를 찍던 날이 불과 엊그제인데 말이죠. 낮 12시. 머리 꼭대기에 있는 태양도 이제는 버틸 만합니다.
아침, 저녁 가을 가을 하던 날씨는 이제 곧 종일 가을 가을 하게 되겠죠. 더위가 잠재워졌듯 코로나도 계절 따라 날아가 버려서 모두가 편안한 2021년의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