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하는 아침

지각

by 프라라

와이퍼가 빗물을 닦아내듯

양팔이 눈부신 햇살을 닦아낸다.

안전을 위해 작동한 와이퍼지만

뽀얀 아침햇살이 몸속에 잠입하는 것은 거부감이 든다.


고요한 어둠의 매력에 빠진 것인가

화려한 아침의 매력이 부담스러워서일까

포근한 솜털뭉치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강제로 작동된 와이퍼


시원한 물을 목구멍으로 넘겼지만

따뜻한 어쩌면 뜨거운 물이 어느새 몸을 감싸고 있으며

마치 솜털뭉치가 액체로 변해 떠나지 말라고 소리치는 거 같은

변명의 연장선


과거가 붙여둔 반창고를 떼려고 하니 내려앉은 딱지가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듯 한 소리에

후회하지 않으려 손길을 주고 나니


지하철은 이미 떠나버렸다.



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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