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섬 여행이 이제 끝났다. 식사를 끝내고 미코노스의 아름다운 숙소와도 작별한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구항구 입구에서 Sea bus를 기다린다.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속속 타기 시작한다. 언제 다시 미코노스에 올지 모르겠다. 과연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Sea bus가 천천히 출발한다. 처음 올 때와 같은 모습의 미코노스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안녕, 미코노스.
신항구에 도착하였지만 아직 페리 시간은 조금 많이 남았다. 내가 좀 서두르는 성향이기도 해서 그런 것도 있다. 그런데 배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특히 승선 시간이 가까워지니 조금 불안해졌다. 승객들의 승선과 하선을 도와주는 직원에게 아테네로 가는 페리는 어디에서 타는지 물었더니, 내가 기다렸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부두 번호를 알려준다. 하긴 그쪽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타는 배의 이름이 Champion Jet이었던 모양. 예정 시간보다 약 3, 40분 늦게 페리가 도착했다.
페리의 문이 열리고 하선하는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승선한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들어가서 여행가방을 두는 곳에 두고 페리의 내 자리를 찾아갔다. 계단 옆의 내 자리는 사람들 손이 타지 않는 빈 공간이 있어서 백팩을 두기에 딱 좋았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시끌시끌하다. 일장일단인 셈. 이제 두어 시간 후면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구에 도착할 것이다.
페리를 타면 인터넷이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꾸벅꾸벅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찍은 사진들을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피레우스 항에 거의 도착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부산하게 출구 쪽으로 향했다. 나도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그들 틈에 들어섰다. 드디어 페리가 도착하고 출구의 문이 열린다. 부산하지만 그 가운데 질서 있게 사람들이 내렸다. 여행가방을 찾고 구글맵을 펴 지하철 피레우스 역을 찾아갔다.
다행히 약 십여 분 후에 신타그마 역으로 바로 가는 지하철이 들어왔다. 아테네 공항까지 연결되는 지하철이다. 이해 못 할 그리스어가 전광판에 뜬 다음에 바로 영어가 뜨고, 정차역이 뜨기 때문에 전광판을 잘 보고 내리면 된다. 지하철이 천천히 움직인다 했더니 어느새 모나스티라키역. 이제 다음 역이 신타그마역이고 역에서 도보 5분 이내에 숙소가 있다. 마음이 편해진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니 오후 7시가 넘어섰다. 미코노스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주전부리로 배에 들고 탔던 빵 한 조각 이외에 먹은 것이 없어서인지 허기가 졌다. 그런데 그리스 음식이 안 당겼다. 3주간 내가 먹은 우리나라 음식이라고는 컵라면 두 개, 오뚜기 누룽지 3개, 테살로니키 슈퍼마켓에서 샀던 비비고 만두 밖에 없었다. 나흘 후면 귀국해서 맛있게 먹겠지만, 지금은 한식을 먹어야 정신 차릴 것 같다. 여기는 아테네, 숙소 근처에 한식당 '도시락'이 있다. 초밥 종류도 팔기 때문에 Korean-Japanese Restaurant이라 적혀 있었다. 오늘 식사는 이곳에서 하는 걸로. 좀 비싸기는 하지만. 메뉴는 김치찌개와 해물파전. 김치찌개는 좀 달달했고 해물파전은 거의 피자 수준이었으나 그래도 한식은 좋았다. 섬 여행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