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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싱가포르 입성

쿠알라룸푸르와 비슷한 듯 또 다른 싱가포르

by 낮은 속삭임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에어로라인 버스를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전날 밤에 짐을 챙겨두었다. 아침에 호스트에게서 보증금 200링깃을 되돌려 받았는데 이것은 싱가포르 가서 싱가포르 달러로 바꿔야겠다. 에어로라인 버스를 타는 곳인 코러스 호텔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짐을 끌고 걸어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랩을 부르기로 했다. 그랩은 금방 도착했고, 당연히 코러스 호텔 앞에도 넉넉히 빠르게 도착했다. 어젯밤에 내린 비로 거리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내가 타야 하는 에어로라인 버스는 조금 기다려야 했다. 뭐, 여행지에서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니까 그저 시간을 보내며 기다렸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했는데, 페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오는 버스와 달리 국경을 건너는 버스이고 조금 더 비싼 것이라 그런지 버스는 깔끔하고 좋았다. 짐을 넣고 자리에 앉으니, 승무원이 담요와 물을 가져다준다. 좌석 앞에는 비행기처럼 터치스크린이 있는 작은 화면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윽고 차가 출발했다. 내가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쿠알라룸푸르 지역을 벗어나 버스는 시원스레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말라카로 갈 때 지나갔던 그 길로 가는 듯했다. 그 길이 아래쪽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 차가 움직이자 승무원이 식사를 나눠주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채식이었고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조금 짰기 때문에 다 먹지는 못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방송이 흘러나왔다. 국경을 건너가는 것이라 출국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짐은 그대로 두고 여권을 들고 나와 출국장에서 여권을 인식시키고 말레이시아 출국을 완료했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타서 한참을 버스를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다시 방송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여행가방과 모든 짐을 가지고 나와서 싱가포르에 입국 신고를 하고 다시 버스에 타라는 것이었다. 짐을 가지고 나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나가니 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던 것인지, 나와 같은 버스를 탔었던 사람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한국인 두 분도 계셨는데 너무 긴장하셨던지 동동거리고 계셨다. 아직 버스가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우리말로 건넸더니 놀라시면서 한국인이냐고 되물으시는 이 상황... 나는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중국인으로는 착각하지 않는데 대부분 일본인으로 착각할 때가 많았다. 혼자 여행 다녀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근데 나는 누가 봐도 한국인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아까의 내 자리에 앉았다. 이제 곧 하버프런트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런데 뒤쪽에서 갑자기 익숙한 동요가 들려왔다. 그런데 언어는 우리말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린애 한 명이 어머니와 함께 놀면서 부르는 동요였다. 외국 동요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 아이와 엄마가 함께 부른 동요는 우리나라 동요 '둥글게 둥글게'였다. <오징어게임 2>의 여파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말레이시아에서부터 꾸준히 저 동요가 아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많이 저 동요를 들은 것 같았다. 물론 어릴 때야 저 동요를 무척이나 많이 불렀지만. 짝짓기 게임이든지 아니면 수건 돌리기에서 아주 쉽게 부를 수 있었던 노래가, 외국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니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가수 로제나 BTS, 그 외의 K-팝 가수들의 노래가 아닌 우리나라 동요가 저렇게 쉽게 흘러나오다니.

그랩을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숙소는 찾기 쉬운 곳이어서 수월하게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버스에서 간식으로 대충 때웠던 탓에 배가 고프기도 했고 그래서 강변의 식당가로 나왔다. 보트키의 식당가를 검색하다 보니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촬영지인 레스토랑 1826이 검색되었다. 그리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소고기덮밥과 미소된장국, 그리고 디저트 케이크가 나오는 퓨전 음식(?)이라고 해야겠지. 생각보다 음식은 입맛에 맞았고 그래서 깨끗이 먹고 즐겁게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마리나 샌즈 베이가 너무나 가까이 보였다. 그래서 그쪽으로 걸어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바로 그렇게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멀라이언 광장이 바로 나왔다. 멀라이언 분수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이곳이 가까웠나 싶을 정도였다.

그 주변을 천천히 걸어 다니다 보니 어둠이 짙어졌다. 버스로 이동한 것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 아마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게 나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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