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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음대로 쿠알라룸푸르

오롯이 내 맘대로 즐긴 하루

by 낮은 속삭임

이틀 연속 투어를 다녔더니 피곤하다. 오늘은 조금 편하게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조금 사치스러운 아침 식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그래서 어제 투어에서 만났던 분이 추천했었던 아침 식사를 먹어보기로 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안에 있는 바샤(Bacha) 커피 매장의 카페에서의 아침 식사. 포트로 서빙되는 커피에 오믈렛과 샐러드음료, 디저트까지 포함된 것이었다. 커피는 캐러멜로 모닝커피를 골랐는데 향이 짙은 이 커피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것이 이해될 정도로. 나중에 보니 사진을 찍을 때 커피가 담겨 있던 포트를 못 찍었다.

식사를 하면서 다음 행보를 구상해 보기 시작했다. 쇼핑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조금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일단 메르데카 광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이 선언되고 영국 국기 대신 말레이시아 국기가 게양되었다고 한다.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비가 안 오니 다행한 것으로 여겨야겠지. 메르데카 광장 주변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정부 청사가 모여 있었던 곳으로 식민지 풍의 다양한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는 두 개의 의미가 합해진 것이라 한다. '쿠알라(Kuala)'는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곳'이라는 뜻이고 '룸푸르(Lumpur)'는 '진흙'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그 두 강이 합류하는 곳이 메르데카 강에서 멀지 않다. 산책로가 조성된 이곳은 '리버 오브 라이프(River of Life)'라 불리며 예술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다.

리버오브라이프를 뒤에 두고 조금 내려오면 센트럴 마켓에 닿는다. 센트럴 마켓 옆쪽의 노점상을 먼저 지나서 왼쪽으로 꺾으면 정문에 도착. 내부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일반적인 시장과 다를 바 없어서 딱히 매력적인 것은 없지만 시장을 돌아디니는 즐거움도 있는 듯. 1888년에 오픈한 말레이시아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센트럴 마켓 옆에는 짧지만 흥미로운 쇼핑거리인 카스투리 워크(Kasturi Walk)가 있다. 그런데 확실히 나는 이런 시장 쪽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장 다녀보는 것을 좋아한다지만......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을 살짝 지나쳤다. 부근에 현지인들이 찾는다는 브런치 카페가 검색되었다. 색색이 알록달록한 힌두교 사원의 건너편쯤에 자리한 카페 etc. 자몽 에이드와 아마 요구르트 샐러드였던 듯한데 달달하면서도 딱 적당했다.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며 어디로 갈까 탐색. 어차피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갈 수 없으니 대신 KL타워로 가보는 걸로 정했다. 그랩을 타고 간 KL타워는, 시내와는 꽤 떨어진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남산 타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이곳, 아마 밤에 찾아오면 더 운치가 있었을 테지만 야행성으로 돌아다니는 편이 아닌지라. 예매한 표의 QR 코드를 찍고 입장했다. 어중간한 늦은 오후인 데다가 날도 흐려서 풍경은 그저 그랬지만 쿠알라룸푸르를 정리하기에는 딱 좋았다.

타워를 나와 이제 시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이곳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이다 보니 그랩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택시는 온다. 이번에 갈 곳은 아쿠아리아 KLCC. 어린애도 아닌데 수족관 구경은 왜 그리도 하고 싶은 것인지. 정말 나의 여행 패턴은 종잡을 수 없는 편이기도 하다.

아쿠아리아 KLCC는 5000여 마리 이상의 바다 생물을 보유한 세계적 규모라고 한다. 90미터의 수중터널도 멋진 편이고.

수족관을 나오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 있었다.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식사가 필요한 때. 눈에 들어온 음식점은 대만의 딤섬집인 틴다이펑. 그래 오늘은 딤섬을 먹는 것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먹는 새우 딤섬 샤런샤오마이와 채소 딤섬은 딱 원했던 맛에 적당한 양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오늘 하루의 끝은 KLCC공원 분수의 아름다운 야경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는 것이라 한참을 공원 한편에 자리 잡고 앉아 분수의 춤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다시 쿠알라룸푸르에는 오겠지. 그때까지 안녕, 쿠알라룸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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