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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침침한 한밤중, 그들만 아는 그들의 마음

월하정인(月下情人,18세기 경)-신윤복

by 낮은 속삭임
월하정인(月下情人,18세기 경)-신윤복, 간송 미술관 소장

18세기 조선 화가 혜원(蕙園)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18세기 경)>. 눈썹 모양의 달이 뜬 밤, 꺾어지는 담장을 따라 쓰개치마를 쓴 여인과 초롱을 든 선비 차림의 젊은이가 서 있다. 날렵한 붉은 신을 신은 여인의 발과 푸른 신을 신은 남자의 발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쓰개치마 아래 여인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새침해 보인다. 그러나 쓰개치마를 모아 잡은 손 옆의 앵두 같은 입술은 살포시 미소를 짓는 듯도 하다. 여인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남자는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여인의 눈치를 살핀다. 아직 수염도 제대로 기르지 않은 젊은 선비의 옷자락이 선비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녀가 대낮에 당당히 만나지 못했던 그 시대, 어둠이 내리고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눈을 피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사연은 우리가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다만 담벼락에 쓰인 시만으로 그 애틋한 마음을 추정해 볼 수밖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겠지.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

단원(檀園) 김홍도, 긍재(兢齋)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후기 풍속화가로 유명한 혜원(蕙園) 신윤복은 도화서 화원 집안 출신으로 그 역시 자연스레 화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작품의 유명세에 비해 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아버지 신한평의 화법을 익혔고, 당대 선배 화가이자 천재성을 인정받은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지만 소재 선정부터 필법과 구성, 색채 표현에서 김홍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양반층의 풍류와 남녀 간의 연애, 기녀와 기방의 세계를 도시적 감각과 해학으로 펼쳐 보인 그는 가늘고 유연한 선과 원색의 산뜻하고 또렷한 색채사용, 현대적인 구도와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조선시대 풍속화의 영역을 보다 다채롭게 넓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남녀의 애정행각을 다룬 에로틱한 표현의 춘의도를 많이 그렸고 이 때문에 그가 도화서를 쫓겨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 작품은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국보 제135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신윤복 필 풍속도 화첩(申潤福筆風俗圖畵帖)》에 수록된 풍속화 중 하나이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여담: 그림 속의 눈썹달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달이 아니라고 한다. 시간은 야삼경(夜三更),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인데 저런 모양의 달이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월식이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이태형 겸임교수는 <승정원일기>에 나타난 월식일을 찾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그림이 그려진 날짜를 1793년 8월 21일로 추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연인들의 은밀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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