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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 속삭임 May 11. 2024

어느 날 문득, 시칠리아-둘

팔레르모로 가는 길, 이스탄불에서의 반나절

열 시간 여의 비행은 식사와 잠으로 대략 끝나가고 있었다. 도착 전에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음식을 먹고 바깥을 내다본다. 아직 새벽인지라 캄캄하다. 시차에 적응할 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스탄불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길었던 비행시간이 끝나고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오래전에 내가 왔었던 예전의 아타튀르크 공항이 아닌 신공항인지라 공항은 깨끗하고 새로웠지만 낯설었다. 이곳에서 나는 터키 항공에서 제공하는 레이오버 프로그램 투어이스탄불에 참가하기로 했다. 투어이스탄불(Touristanbul)은 9시간 이상 경유 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터키 항공에서 제공하는 무료 이스탄불 투어 프로그램이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6시 반쯤이었고, 팔레르모행 비행기는 오후 5시 근처인지라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투어이스탄불 접수처를 찾아가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에서처럼 쉽게 찾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공항 직원들은 나의 티켓을 보더니 환승 쪽으로 안내했다. 후에 알고 보니 환승처에서 출구(EXIT)로 나가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곳의 공항 직원은 나를 다시 환승센터로 보냈다. 다시 검색을 하다 보니 투어이스탄불 접수처는 튀르키예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와야 하는 것이었어서 환승센터로 가지 않고 바로 입국심사대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국 심사대로 가서 여권을 내밀면서 레이오버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심사관이 나를 힐끗 보더니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며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튀르키예 입국을 했고, 입국 심사대를 나와 입국장까지 한참을 걸어서 입국장에 도착했다. 입국장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거의 끝까지 가면 투어이스탄불 접수처에 도착하게 되는데, 항공권을 확인한 접수직원이 반나절 투어를 신청해 주고는 투어이스탄불 명찰을 준다. 한 삼십 여분 기다렸더니 투어이스탄불 가이드가 와서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확인하고는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인솔한다. 예전의 아타튀르크 공항과는 달리 신공항은 이스탄불 시내까지 버스로 대략 한 시간, 출퇴근시간이 걸리면 두 시간쯤 걸린다. 예전엔 트램을 타면 바로 시내로 연결되었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오전 시간의 교통 체증을 잠깐 겪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풍경이 왼쪽 옆으로 지나간다.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그렇다면 이제 갈라타 다리 쪽으로 간다는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자 버스는 정말로 갈라타 다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 투어 프로그램에서 버스는 갈라타 다리에 잠시 정차하였고, 그동안 사람들은 내려서 골든 혼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보이는 풍경,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이스탄불 쪽에 솟아있는 갈라타 타워와 맞은편 멀리 보이는 슐레마니에 자미까지 감상한다.

다리에서바라본 이스탄불의 아침

착륙 전에 나온 아침 식사 이후 꽤 시간이 흐른 탓인지 배가 고프다. 반나절 투어는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라,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시내에 있는 식당이었다. 무료제공 식사이지만 그 구성이 나쁘지는 않았다. 흔들리는 비행기의 좁은 탁자에서 먹는 기내식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주었다.

투어이스탄불 프로그램 아침 식사

식사를 조금 일찍 끝낸 이들과 함께 밖에 나오니 길고양이 몇 마리들이 인사를 한다. 이곳 사람들은 특히나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와서인지 낯선 고양이들과 인사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식당 앞의 애교 넘치는 검은 고양이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우리는 이스탄불 반나절 투어를 시작한다. 투어는 블루모스크로 불리는 술탄 아흐멧 자미에서 시작하여 톱카프 궁전, 그리고 술탄 아흐멧 광장의 유적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다. 술탄 아흐멧 자미는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맞은편에 있는 모스크로 입장료는 없는 대신 여성은 머리를 가릴 후드나 스카프가 필요하다.

술탄 아흐멧 자미

화려한 타일로 장식된 술탄 아흐멧 자미를 보고 나서 아야 소피아 방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아야 소피아는 박물관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실제 이슬람교도들의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어서  내부 관람이 예전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박물관이었던 때, 자유롭게 1, 2층을 오가며 아야 소피아를 방문했던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야 소피아 대기줄

무료 투어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야 소피아 관람이 없다. 대신 짧은 시간이지만 톱카프 궁전 관람이 포함되어 있다. 궁전 내부를 샅샅이 돌아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어도, 이곳에서 바라보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풍경, 갈라타 타워 쪽의 풍경도 멋진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오래 전의 이스탄불 여행을 회상해 보며 돌아다니기에 딱 좋았다.

톱카프 궁전

톱카프 궁전을 나와 술탄 아흐멧 광장의 유물들에 대한 소개를 듣는다. 이전에 튀르키예 여행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읽었던 내용이다. 술탄 아흐멧 광장은 과거 전차 경기장이었던 히포드롬 광장을 포함한다. 이 광장에는 콘스탄틴 오벨리스크, 뱀기둥,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가 서 있고, 게르만 분수라는 카이저 빌헬름 분수도 세워져 있다.

술탄 아흐멧 광장

투어가이드의 튀르키예 억양이 섞인 영어 설명을 들으며 회상에 빠진 것도 잠시, 어느새 시간은 점심 먹을 시간에 가까웠다. 광장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서 투어의 마지막을 알리는 식사를 하고 이제 버스에 올라 다시 공항으로 향한다.

점심 식사 후 지나 온 시장과 로마 수도교 유적

공항에서 두어 시간 기다린 후, 이제 팔레르모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열 시간 여의 비행시간에 9시간 가까운 경유 시간을 지나, 드디어 팔레르모로. 이스탄불 시간 오후 5시쯤 출발한 비행기는 팔레르모 시간 오후 5시쯤 도착이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둘러봐도 동양인은 나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행기가 안정적인 고도에 이르자 저녁 식사로 파스타가 나왔다.

팔레르모 행 비행기와 기내식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고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고 겨울이라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검은 그림자처럼 산이 하나 나타나고 비행기가 바다 위로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팔레르모 팔코네 보르셀리노 공항에 도착 중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드디어 팔레르모에 도착한다.

부오나세라, 팔레르모!(Buonaséra, Palermo!)

저녁에 도착한 팔레르모 팔코네 보르셀리노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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