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이스는 왜 다음날이 더 맛있을까
갓 끓인 따끈따끈한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면, 저는 항상 다 먹지 않고 조금 남겨두곤 합니다. 다음 날이 되기를 기다리면서요.
저만 유별난 것은 아닌지, 인터넷을 뒤적여보면 ‘어제의 카레’가 ‘오늘의 카레‘보다 인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카레란 그런 음식입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갓 나온 상태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반면, 조금 천천히 기다릴수록 맛이 깊어지는 음식.
모든 것이 빠르게, 빠르게 지나가는 요즈음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와인 같은 음식.
하루동안의 기다림 끝에 야채와 고기 속 깊숙이 스며든 카레는, 어느새 뜨거웠던 초반의 열기를 내려놓고 숙성이 진행되며 적당한 온도로 식어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푹-떠서 입에 집어넣는 순간,
두 배, 세 배로 느껴지는 노곤한 카레의 진한 맛.
갓 만든 카레가 허기를 달래주는 음식이라면,
하루 지난 카레는 공허를 채워주는 음식과 같습니다.
뭉근히 끓여낸 어제의 카레는 뜨거웠던 오늘의 카레와 다르게, 단순히 미각을 적시는데에서 끝나지 않고 위장 깊숙이 천천히 녹아들어 따뜻함을 선사하죠.
한 입, 두 입 스며드는 달큰짭짤한 카레의 맛.
따뜻하게 데친 우동사리와도, 차갑게 식은 밥과도 잘 어울리는 카레처럼.
그 어떤 환경과도 잘 어우러지는 사람,
오래도록 곁에 남겨두고 아껴먹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은 늘 카레를 끓이면 이틀연속 먹어야 하는, 나름의 전통이 있답니다. 첫날에는 따끈한 카레와 식은 밥을, 그다음 날에는 조금 식은 카레와 따뜻한 밥을 섞어먹지요. 저는 항상 이튿날이 더 맛있었어요. 미각은 매우 주관적인 기관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어제의 카레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괜스레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