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
“따뜻하게 데워 먹어야지”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치고 곧바로 삼각김밥의 비닐을 벗기려는 저를 제지하며 S는 말했습니다.
S는 유독 차가운 것을 싫어합니다.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고, 혀가 델 정도로 뜨거운 음식도 곧잘 삼켜내는 그런 사람이었지요.
편의점의 오픈 쇼케이스에 진열되어 차갑던 제 삼각김밥은 곧 그의 손을 거쳐 전자레인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띠띠띠- 위이이잉-
노란 조명을 받으며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는 두 개의 삼각김밥은, 한 바퀴씩 회전할 때마다 조명 빛을 받아 반짝거렸습니다.
띠-띠띠-
“자, 다 됐다. 라면이랑 같이 먹자.“
S는 방긋 웃으며 제게 따뜻해진 삼각김밥 하나를 건네주었고,
저는 그것이 마치 손난로라도 되는 것 마냥 두 손으로 감싸 쥐었습니다.
조금 눅눅해져 소금기가 옅어진 김을 베어뭅니다.
김 조각과 함께 파슬파슬한 밥 알갱이들이 목구멍으로 넘어옵니다.
몇 번을 더 삼키고 나니, 얼마 안 가 삼삼하고 고소한 참치마요 토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더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는데.“
S는 컵라면을 먹고 있는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려다가,
눈가에 웃음을 띠고 바라보던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마치 딸을 보듯 사랑스러운 시선.
어딘가 모르게 일렁이는듯한 눈빛.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눈빛만으로도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명확해져서, 나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이 장난으로라도 나오지 않게 되지요.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이 있는 것처럼,
반대로 수백 마디의 고백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관계도 있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이 뻔한 질문이 연인 사이에서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모두가 입을 모아 했던 말이지만,
S는 언제나 똑 부러지고 올곧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에 비해 빈틈 많고 사소한 일에 잘 넘어지는 사람이었죠.
S가 저에게 사랑을 확신했을 때, 저는 그 순간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저를 기다려주었지만, 선택의 순간들은 매일 누적되어 저를 무겁게 짓눌렀었죠.
그는 매일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행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를 이해합니다.
그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사람이니까요.
도무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관계를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언젠가 차갑게 식어버릴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조차 없는,
데우지 않은 삼각김밥처럼 불안하고 얄팍한 관계.
그가 저를 놓아준 지 꽤 많은 날들이 지난 오늘에서야,
저는 비로소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한 박자 느린 저를 이끌어주었던 그는,
부재 속에서도 저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었던 것입니다.
저는 텅 빈 방에서 혼자 소리 내어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너는 늘 나에게 주기만 하는구나,
나는 영원히 널 극복할 수 없겠구나.
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흐릿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넘칠 듯한 사랑을 받아본 사람들은, 그만큼 더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공기, 눈빛, 목소리가 기억 속에 각인되어 그 사람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놓기 때문이에요.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남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 제가 격하게 공감하는 문구 중 하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