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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귤 Oct 09. 2023

질기디질긴 목숨

『탬버린』 리뷰

  지지고 볶으면서도 떼어낼 수 없는 가족, 죽었지만 보내지 못하는 가족, 임대 아파트에 사는 소년의 설움, 가질 수 없어서 마냥 부러워하는 것, 인정하기 싫은 질투. 이것은 우리가 앞에 두고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삶의 징글맞음이다. 『탬버린』은 잔혹한 책이다. 온갖 징글맞음을 열거하고 해결해 주진 않는다. 그저, 그런데도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줄 뿐이다. 카타르시스의 부재에 숨이 막혀올 때면 이따금 피식 웃게 만드는 유머를 흘려준다.


  김유담 작가의 『탬버린』의 기획과 편집은 특출나다. 근래 출간된 여성 서사의 경우 파스텔톤 바탕 표지에 인물이 삽입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표지가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형성하고 특정 감정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탬버린』은 단색 바탕에 탬버린 오브제를 넣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직선 네 개로 이루어진 포인터 기호는 탬버린을 치는 소리를 창의적으로 시각화했다고 느꼈다. 뒤표지의 홍보 문구는 징글맞음과 경쾌한 이라는 표현을 한데 묶어 소설이 선사하는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징글’이라는 단어가 종소리를 연상시켜 탬버린으로 이어진다. 차례로 이동하면, 제목들이 왼쪽으로 둥글게 나와 있다. 표지와 번갈아 보면 마치 탬버린의 한 귀퉁이처럼 맞물려 있다. 본문은 비교적 큰 글씨, 자간, 줄 간격을 사용해 가독성이 좋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읽기 쉬운 글이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책은 B 계열 종이를 채택해 작고 두껍다. 빠르게 수록 작품 하나를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의 특성에 어울리게 휴대성이 좋다. 문장에는 외래어와 은어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10대에서 30대 초반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젊은 감각의 문체다. 오탈자나 어색한 표현은 일절 없다.


  이 책은 김유담이라는 훌륭한 신예 작가를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찌든 삶, 열심히 노력하지만 끝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삶, 억세게 살아남는 삶을 그리지만, 위트를 통해 비관과 유머를 혼합한다. 불합리한 세계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시대 청년에게 강한 공감을 끌어낸다. 또한, 타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도 당사자에게는 최선임을 보여주어, 우리는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성찰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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