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클럽 회원증』 리뷰
『채식 클럽 회원증』은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의 새로운 일상을 도와주는 책이다. 필수영양소를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짜고, 합리적인 소비로 부엌을 채우고, 식재료의 특성에 맞게 조리하고, 채식주의자가 맞닥뜨리는 난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채식 클럽 회원증』은 작지만 채식주의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깜찍한 책입니다.'
- 망원동 비건 식당 '다이너재키' 대표 함현정 -
회원증이라는 컨셉에 맞게 단단하고 작다. 옷 주머니가 크다면 넣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크기는 그저 디자인의 영역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책의 성격과 맞닿아있다. 작고 짧은 만큼 내용이 목표지향적이다. 부엌에서 실천하는 채식에 집중하고 있고, 채식하는 이유나 채식의 이점은 짤막하게 언급하는 정도이다. 채식하도록 설득하는 책이 아니라, 이미 채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독자를 돕는 기획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의류, 원료 같은 식품 외 영역에서의 채식 실천 또한 제외되어 있다.
전달 방식과 관련해서 특별한 컨셉을 잡은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마치 친구나 친근한 선생님이 설명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험이 없는 신생 채식인을 배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고기를 배제하고도 더 풍요로운 식탁을 만들기 위해선 익숙함 너머에 있는 식재료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이국적인 식재료마다 각주가 달려 있어 편하고, 각주를 읽는 재미도 있다. 락토, 페스코, 플렉시테리언, 비건 등의 채식 단계와 환경, 동물권, 종교, 건강 등의 목적에 맞게 방법을 달리 소개한다. 원서의 부록에는 영어권 채식 인터넷 사이트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한국 독자들을 위해 국내 사이트로 바꾼 세심함이 돋보인다.
반면 디자인과 번역의 영역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장의 시작마다 어울리는 표지가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그 옆에 삽입되어 있는 채소 정밀화가 계속 같아서 김이 샌다. 또한 별것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쪽수가 작게 표기되어 있어 특정 쪽을 찾는 일이 불편하다.
읽을 때 눈에 가장 걸리는 것은 외래어 번역이다. 예시로, 치폴레 -> 치파틀, 해선장 -> 하이센장, 레시피 -> 레서피 로 번역한다. 번역 원칙상 이 쪽이 더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대중적으로 정착된 표기와 동떨어져 있다.
채식은 고기를 포기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식탁에 추가하는 일이다. 당위만으로 채식하는 것이 힘든 미식가들은 친절한 채식 클럽 선배의 도움으로 고기보다 맛있는 식탁을 차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