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하나만 주구장창 연습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앞으로 보내는 방법만 너무 연습해서 옆으로 가면서 넣는 서비스를 넣기 힘들어졌잖아요. 뭘 그렇게 하나 시작하면 그것만 하냐고요? 저는 계속해서 바꾸어나가잖아요. 저는 스윙폼도 계속 바뀌고 있어요. ”
모처럼 서비스 연습을 하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던 내게 한 상위부수가 건넨 말이다. 연습을 해도 너무 많이 했다고 혼났다. 연습을 많이 하면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그는 오히려 한 방향으로만 연습했기에 그 방식이 몸에 굳어져 지금처럼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때 힘들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다. 원래 내 주력 서비스는 라켓 방향을 앞으로 보내 빠르게 넣는 드르륵 서비스다. 그것만 넣다 보니 상대의 대각선 모서리 끝까지 빠르게 넣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으나 커트나 횡회전이 없어 서비스 구질을 파악한 사람에게는 그저 단순하고 밋밋한 서비스이기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커트성이나 횡 성격의 서비스가 필요해 연습을 하려는데 요놈의 라켓 방향이 옆으로 가서 공을 긁어야 하는데 자꾸만 습관적으로 앞으로 가 문제가 된 것이다.
뭔가 하나를 정해 놓으면 냅다 그것만 파는 내 기질이 이러한 불상사를 초래했다. 그래도 서비스를 바꾸어 보려고 마음먹은 게 어딘가. 아니 추가하려고 마음먹은 게 어딘가. “서비스야말로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감각을 느껴야 한다. 나도 서비스 연습만 10년 했잖아.”라는 관장님. 관장님의 말이 위로가 된다. 그만큼 서비스가 어렵다는 애기니까. 나만 어려운 건 아니라는 애기니까. 아직 10년은 안 되었잖아.
우선 내 주력 서비스(?)에 대해 말해야겠다. 내 서비스에 대한 상대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그 빠른 걸 백 푸시로 쳐 버리거나 백 드라이브로 처리하거나 쇼트로 주거나 커트로 깎아주거나.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리시브를 하는데 정작 나는 내가 넣는 서비스의 정체를 모른다. 어떤 이는 그냥 빠르게 넣는 드르륵 서비스라 하고 어떤 이는 반회전 반커트성 서비스라고도 한다. 의견이 분분하다. 똑같은 방식으로 넣었는데 어떤 때는 드르륵으로 어떤 때는 반회전 반커트성으로 어떤 때는 커트로 들어가는 듯하다. 커트성으로 들어갈 때는 상대가 흠칫한다. 나도 모르게 들어갔기에 나도 흠칫한다. 다른 사람들은 본인들이 넣는 서비스의 정체를 본인들이 아는데 나는 모른다. 기막힐 노릇이다. 내가 어떻게 했을 때 커트성이 들어가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내 서비스는 장족의 발전을 할 터인데.
그럼 난 언제 서비스 연습을 할까? 상대와 게임을 하는데 내 서비스가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비로소 서비스 연습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 서비스로는 안 된다고 했잖아.’ 머리를 쥐어박고 그제야 커트성 서비스와 횡 성격의 서비스를 연습하는 것이다. 그날도 그렇게 서비스 연습을 시작했다. 시계추처럼 진자운동을 하면서 공을 긁어야 한다는 그의 말대로 앞으로가 아닌 옆으로 라켓을 보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나는 분명 라켓 방향을 옆으로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꾸 앞으로 간단다. 에이! 정말 이놈의 팔을 어찌할꼬? 그럼에도 연습을 계속했다. 한 바구니 정도? 옛날 습관대로 라켓방향이 앞으로도 갔다가 새로운 방법인 옆으로도 갔다가 그야말로 두개가 뒤섞인 대혼란의 도가니였다.
이러한 연습의 파장은 실로 놀라웠다. 그와 3구 연습을 하는데 원래 잘 들어가던 서비스가 들어가질 않는다. 네트에 걸리질 않나, 밖으로 나가질 않나. 연속되는 서비스 미스에 멘털이 나갔다. 이러다 보니 상대의 서비스 리시브에도 자신감을 잃고 실수를 연발한다. 평소에 미스하지 않던 공들도 실수를 한다. ‘어라!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내 탁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다. 밸런스가 깨져 버렸다. 단지 서비스 하나를 바꾸어 연습했을 뿐인데 그것이 내 탁구를 다 흔들어 놓다니! 감당하기 힘들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에게 “잘 되던 것도 안 된다.”라고 하소연했더니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한 단계 올라서는 것 아니겠어요? 선택해요. 이 단계를 거칠지 아니면 이전 단계에 안주할지.” 그의 말이 틀리진 않는데 불편하다. 팩트라서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 이런 대혼란이 싫어서 매번 한 가지만 들이 팠던 것 아닐까? 이런 혼란의 과정을 겪어야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이런 걸 겪는 과정 자체를 감당하기 힘들어 냅다 한 가지만 들이 파는 성향이라고 그리도 우기고 있었나 보다. 내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안정주의자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