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부터 12시까지 글쓰기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운동, 집안일, 재즈 듣기, 독서
오후 9시부터 4시까지 취침
하루 10km 달리기, 일주일에 60킬로 미터, 한 달에 260킬로미터
이러한 패턴을 30년간 지속해 왔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루틴이다. 하루키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너머 하루키병에 걸려 있다. 그의 작품 50권 이상 중 읽은 책이라곤 5권 안쪽에 불과한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루틴이 있는 그의 일상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장장 30년을 위와 같은 루틴으로 살아왔다는 것에 경외감마저 든다. 루틴을 좋아하는 성향이기에 그의 루틴 있는 삶에 꽂혔는지도 모른다.
대작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나의 일상도 그의 일상과 비슷하게 닮아 있다. 그처럼 대단한 작품을 쓸 수 없다 하더라도 그와 유사한 일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의 구도자적인 하루하루가 존경스럽다.
일명 하루키 스타일. 그가 대단한 소설가가 된 이유는 이러한 루틴의 지속성에 있다고 하니 가진 것이라곤 꾸준함밖에 없는 내게 얼마나 딱 맞는 롤모델인지.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운동하는 건 그나마 자신이 있다.
왜 하루키병에 걸렸는지 납득이 되지 않나요?
하루 1시간 하루 10킬로미터,
일주일에 60킬로미터,
한 달에 260킬로미터.
소설 쓰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한 그의 운동 루틴은 글쓰기를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탁구라는 운동을 선택했기에 특히 마음에 와닿는다.
몸이 찌뿌둥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이러저러한 일상에 치여 운동하기 싫은 날,
오늘 하루 정도는 쉴까?
고민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하루키를 떠올린다.
어디에선가 오늘도 10킬로미터를 뛰고 있을 하루키를. 그것도 30년을 매일 반복해 온 한 인간을.
그러니 나도 기운을 내 보자고.
5년밖에 안 되지 않았느냐고.
30년은 아니더라도 매일은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나를 다독인다.
그래서 오늘도 꾸역꾸역 탁구장으로 간다.
꾸역 꾸역이 모여 지속성의 힘으로, 꾸준함의 힘으로 어제보다는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매일 하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나영석 PD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옛날에는 대단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어요. 요즘은 오랫동안 꾸준한 사람이 너무너무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