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평창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가 내게 남긴 것

(백핸드의 시대인가?)

by 하늘

메인테이블에서는 판젠동이,

옆 테이블에서는 마롱이 한창 경기 중이다.

탑랭커들의 현란한 플레이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묘기에 가까운 랠리가 계속되는 걸 보며 “와!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다.

어찌나 공이 빠른지 그 빠른 공을 코스로 빼가며 랠리 하는 그들을 보며 기계가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탁구를 잘 알지 못하는 내 눈에도 돌아서 포핸드로 점수를 내는 빈도보다 백핸드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점수를 내는 빈도가 높아 보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요즘 탁구의 흐름인가? 요즘 탁구란 돌아서 칠 기회를 주지 않고 백에서부터 몰아붙이는 탁구를 말한다. 요즘 탁구의 실체를 바로 코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몰아붙이는 백핸드 공을 어떻게 돌아서 칠 수 있을까? 물론 돌아서 포핸드로 점수를 내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탁구 강국인 중국 선수들에 비해 다른 나라 선수들이 백핸드 싸움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본 쑨잉샤와 왕이디의 백핸드는 위력적이었다. 백핸드에서 밀려 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백핸드의 시대인가? 탁구장 관장님은 펜홀더 전형의 코치로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백핸드로 점수 내기는 힘들다. 결국 점수를 내는 건 포핸드다.” 관장님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포핸드 탁구를 위주로 치는 시대에 태어나 무조건 포핸드로 점수를 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시대를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 세계적인 탁구의 흐름은 포핸드 탁구에서 백핸드 탁구로 바뀌었다. 아니 화백 밸런스가 중요한 시대로 바뀌었다. 탁구대에 붙어서 밀리지 않고 백핸드 싸움에서 이겨야 포핸드를 칠 기회가 온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핑퐁타임’의 임창국 코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백핸드 하다가 돌아서 포핸드로 결정구를 낸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갔더니 백핸드가 약한 걸 알았어. 그제야 백핸드를 1-2년 연습한다고 잘 될까? 안 된다. 근본이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백핸드를 그렇게 쳐서 성장해야 하는데 그게 근본이 아니어서 어렵다. 어린 이승수가 그나마 요즘 탁구인 화백 탁구를 구사하는 선수인 것 같다.” 돌아서 치는 포핸드 스타일의 선수가 1-2년 안에 화백 탁구로 스타일을 바꾸기란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한 번 잡힌 탁구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럼 나도 이승수 선수처럼 화백 스타일로 연습해야 하나? 돌아서 치는 화 탁구 스타일로 연습하는 건 화백 밸런스가 중요한 현대탁구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까?

‘핑퐁타임’의 조현우 코치 역시 평창 대회를 직관했다며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중국 선수들은 랠리적인 상황에서 백 쪽에서 절대 안 물러난다. 화백전환에 대한 밸런스가 빨리 오든 천천히 오든 그걸 앞에서 붙어서 박자를 맞춰가면서 자기 임팩트를 하는데 그 밸런스가 진짜 좋더라.” 백 쪽에서 붙어서 절대 물러나지 말아야 하는 게 포인트인가? 그러려면 백핸드 싸움에서 절대 밀리면 안 되겠네.

평창 대회 후 처음으로 탁구장에 간 날 난 뭘 했을까? 탁구 로봇을 붙잡고 쇼트에 이어 백푸시, 백플릭, 백 드라이브 등 백핸드 연습을 한참 동안이나 했다. 왜? 백핸드의 시대니까. 평창에 가서 보고 느낀 바가 있으니까. 탁구 선수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탁구의 흐름은 생활체육인의 탁구 스타일에도 분명 영향을 끼친다.


관장님 시대와 나의 시대는 다르다. 관장님은 화 탁구 세대이고 나는 화백 탁구세대라고 할 수 있다.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탁구 구력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어떤 탁구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어가냐가 중요한 시기다. 바야흐로 나의 근본이 만들어지는 시기. 근본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으니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방향성이 중요 시기.

그럼 화백 탁구 세대(?)로서 나는 어떻게 탁구를 쳐야 할까? 요즘 돌아서 스매싱하는 연습과 드라이브 거는 연습에 치중하느라 솔직히 백 쪽 연습을 등한시했다. 돌아서 스매싱을 하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면 화쪽으로 오는 공의 스매싱과 드라이브는 한결 쉬워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화백 밸런스가 중요한데 화쪽연습에 몰빵 했다.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언제나 삶이 그렇듯 자각하지 않으면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화백 전환에 대한 밸런스를 좋게 하기 위해선 화 쪽은 물론 백 쪽도 함께 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상은 빈번하게 한쪽으로 치우친다. 탁구에도 중용이 필요한 건가? 말 그대로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도. 무슨 운동이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하군! 이번 대회 우승자인 마롱은 중용의 길에 다다른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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