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건 뭘까?
읽은 책들이 책장에 쌓여가고
토론한 책들은 물론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의 인상적인 구절을 오른손 검지만 이용해 핸드폰 메모장에 독수리 타법으로 필사한 후 컴퓨터로 옮겨 인쇄해 놓은 A4용지가 연도별로 수북이 쌓여 있다. 많게는 (존 스튜어트 밀의 < 자유론>) 22장부터 적게는(아니 에르노의 <세월>3장까지 다양하다. 3년쯤 필사에 미쳐 있다 보니 이제는 읽은 책을 필사하지 않으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 같은 중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 필사에 미쳐 있다 보니 필사라는 행위에만 집착하느라 정작 책에 나온 것들을 실천해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한 권의 책 필사가 끝나면 다음 책이, 또 다음 책이 마치 순번을 기다리듯 대기하고 있었다. 읽었으면 뭔가 해야 하는데 필사하는 행위만 읽는 책 읽기. 그래서 올해는 읽어야 할 책들을 최대한 제한하기로 했다. 정보의 양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신 책을 한 권 읽었다면 책에 나온 것 중 하나는 반드시 실천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일명 “읽었으면 실천해야지” 프로젝트다. 첫 번째 책은 독서 모임 회원이 추천해 토론한 새해 첫 모임에 딱 맞는 자기 계발서 <원씽>이다.
이제 “읽었으면 실천해야지”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 <원씽>의 저자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 생각하는 법을 훈련하고, 하나의 목표를 다음 목표와 연관 짓는 법을 훈련하기 위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현재에 근거한 목표 설정'(p.191)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종의 목표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단 하나는 무엇인가?
5년의 목표
최종의 목표를 바탕으로, 향후 5년 내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1년의 목표
5년의 목표를 바탕으로, 올해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한 달의 목표
올해의 목표를 바탕으로, 이번 달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한 주의 목표
이 달의 목표를 바탕으로, 이번 주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하루의 목표
이번 주 목표를 바탕으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지금의 목표
오늘의 목표를 바탕으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그럼 탁구에 있어 내게 원씽이란 무엇일까?
최종의 목표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단 하나는 무엇인가?
:포핸드 드라이브와 백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탁구인이 되는 것
5년의 목표
최종의 목표를 바탕으로, 향후 5년 내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의 밸런스 맞추기
1년 목표
5년의 목표를 바탕으로, 올해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1.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에 대한 자신감 기르기
2.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 불규칙 연습
한 달의 목표
올해의 목표를 바탕으로, 이번 달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1. 탁구 로봇으로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 연습
2. 탁구 로봇으로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 불규칙 연습
3.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 집중적으로 레슨 받기
한 주의 목표
이 달의 목표를 바탕으로 이번 주에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
1. 탁구 로봇으로 포핸드 코스 가르기 연습
2. 탁구 로봇으로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 불규칙 연습
3.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 주 2회 레슨 받기
하루의 목표
이번 주 목표를 바탕으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1. 탁구로봇으로 포핸드 코스 가르기 연습 매일 10분씩 하기
2. 탁구로봇으로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 불규칙 연습 매일 10분씩 하기
지금의 목표
오늘의 목표를 바탕으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탁구장 가는 차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크게 말하면서 가기
써 놓고 보니 1년 목표부터는 단 한 가지로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최종 목표부터 지금의 목표까지 써 나가다 보니 확실히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알겠다.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백 푸시, 스매싱, 백 드라이브 기술 등등 ) 늘 뒷전이었던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 최종 목표를 적고 보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졌다. 프린트해서 책상 앞 벽에 떡 하니 붙여 놓았다. 잊어버릴세라 핸드폰 메모장에도 기록해 두었다. 어제는 탁구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탁구장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중얼거렸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뭐’ 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원씽>의 한 걸음이자 ‘읽었으면 실천해야지” 프로젝트의 한 걸음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얻는 가장 확실한 길은 큰 목적의식을 갖고 매일 하는 행동에 의미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매일 하는 중얼거림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보리라. 이 또한 부산스러운 일상에서 쉽지 않음을 알기에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데는 평균 66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저자의 말을 믿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은 2일 차!!!
아! 그런데 하루 목표인 탁구 로봇으로 포핸드 드라이브 코스 기르기 10분과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 불규칙 연습 10분을 했는데 마치 레슨 받은 것처럼 다리가 후들후들하고 이마 위에서부터 얼굴 위로 땀이 흐른다. 어깨도 아프고 온몸이 쑤셔온다.
이제는 묵묵히 수행하는 일만 남았는데
두 달 후에는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나?
3월 26일(66일)너, 딱 기다려라.